[르포] ‘캔 넘어 액상까지’… 동원F&B 생산 기지 창원공장 가보니

양범수 기자 2024. 4. 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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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0t 참치 작업하는 동원 첫 생산기지... ‘참치액’ 설비 신설
연평균 43% 성장하는 참치액 시장… “올해 매출 350억”
부공장장 “목표치 맞추려 주야 교대·증설도 검토”
캔 참치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추출물 활용… “수익성 높아”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 성산구 동원F&B 창원공장. 이곳 하역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참치 입고 및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태평양에서 잡아 꽁꽁 얼린 참치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크기에 따라 분류됐다.

작게는 손바닥만 한 것부터, 크게는 성인 허벅지 크기의 참치가 철로 된 운반함에 쏟아졌다. 차상민 창원공장 부공장장은 “이곳에는 매일 170톤(t) 정도의 참치가 들어오고 있다. 하루 최대 200t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경남 창원 성산구 동원F&B 창원공장 참치액 생산 공정의 모습. /동원F&B 제공

창원공장은 1986년에 완공된 동원F&B의 첫 생산기지로, 380여 명의 직원들이 약 1만5000평 규모의 공장을 돌리며 캔 참치·캔 골뱅이·반려동물 식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로 준공 38년째인 오래된 공장이지만, 이달 초 동원F&B가 ‘참치액’ 생산을 위한 신규 설비를 도입하면서 변화를 맞았다.

그동안 동원F&B는 계열회사인 동원홈푸드에서 참치액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생산해 왔으나,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직접 설비를 도입했다.

위생모와 위생 덧신, 위생복을 꼼꼼히 갖춰 입고 들어선 참치액 공장은 가다랑어포에서 나는 듯한 맛깔스러운 향과 훈연 향으로 가득했다. 캔 참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참치추출물로 훈연참치추출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향이었다. 훈연참치추출물은 참치추출물에 정제염 등의 분말류와 훈연가쓰오육수 등의 액기스 등을 섞은 뒤 여과와 살균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김주형 품질보증팀 대리는 “참치액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 형태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일차적으로 4~5가지 원료를 첨가한 뒤 필터프레스로 침전물이나 부유물을 제거한다. 규조토를 활용해 1마이크로미터(㎛) 기준으로 여과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차 처리를 마친 훈연참치추출물은 혼합 탱크에서 계량과 배합을 거친 뒤 살균, 냉각 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1.5t짜리 배합 탱크 두 대에서는 훈연참치추출물과 버섯 액기스, 다시마 등이 섞여 참치액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섭씨 80~95도에서 살균 작업을 거친 참치액은 배합 탱크와 같은 용량의 냉각 탱크에서 30~40분 냉각을 한 뒤 파이프를 따라 병에 담겼다.

적립기를 지나며 줄지어 선 병에 자동으로 참치액이 쏘아졌다. 이후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금속검출기와 중량선별기를 거친 참치액 제품들은 자동으로 라벨이 붙여져 포장·적재됐다. 김 대리는 500g 제품을 기준으로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참치액 제품 수는 2만5000여 개에 달한다고 했다.

지난 19일 경남 창원 성산구 동원F&B 창원공장에서 김주형 동원F&B 품질보증팀 대리가 공정 설명을 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동원F&B는 약 1년에 걸쳐 이곳에 참치액 설비를 조성했다. 기존에 자재 창고로 사용하던 건물을 평탄화와 증축 공사 등을 거쳐 생산동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현재 주간 기준 가동률 100%를 보인다.

차 부공장장은 “2~3년 내로 설정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야 교대 근무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하고도 생산량이 모자란다면 추가 설비 도입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F&B는 올해 참치액 매출 목표를 35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회사의 일반식품 부문 매출액의 1.9% 수준이나, 사측은 참치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점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약 15%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올해 안에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라식품이 1999년 제품을 만들면서 생긴 참치액 시장은 2020년 전까지만 해도 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내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아이큐코리아에 따르면 2019년 125억원에 불과했던 참치액 시장은 2021년 255억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527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연평균 43%씩 성장한 수치로, 동원F&B의 일반식품 부문 매출액의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인 2%에 비해 21배 이상 높다. 동원F&B의 조미유통식품 부문 매출액은 2019년 1조6263억원에서 2023년 1조7997억원으로 늘었다.

동원F&B가 참치액 시장에 나서는 것은 주력 사업인 캔 참치 공정과 시너지를 키울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캔 참치는 얼어있는 참치를 해동한 후 쪄내는(자숙)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자숙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참치추출물이 참치액의 원액으로 쓰인다. 참치액 설비가 있기 전에는 참치추출물을 대부분 원료로 판매했는데, 이를 제품화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차 부공장장은 “참치액 생산 이전에는 참치추출물을 전부 판매했는데 현재는 10~20% 정도는 참치액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농축액을 재료로 부가가치가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참치액은 물론 부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계속해서 개발해 생산할 계획”이라며 “해외처럼 콜라겐을 추출하거나 의약품에 쓰이는 소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경남 창원 성산구 동원F&B 창원공장 참치 클리닝 공정의 모습. /동원F&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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