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닮은 나노 구조체가 섬유 표면 병원체 없앤다

생기원, 오염 방지하는 ‘꽃잎 나노 구조체’ 개발
섬유 제조 단순해 대량생산 가능
“개인 보호장비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어”

꽃잎 모방 나노 구조체를 섬유 표면에 형성하는 섬유 코팅기술을 개발한 공동연구팀. 왼쪽부터 정상빈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연구원, 정재희 세종대 기계공학과 교수, 최동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이동욱 생기원 박사후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가시광선만으로 섬유 오염을 막을 수 있는 나노 구조체를 개발했다. 꽃잎을 닮은 나노 구조체는 마스크나 방호복 등 청결도를 유지해야 하는 섬유 제품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동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 수석연구원 연구팀은 정재희 세종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꽃잎 모방 나노 구조체를 섬유 표면에 형성하는 섬유 코팅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병원체와 감염자의 분비물, 혈액 같은 체액 속 병원체는 개인 보호장비로 1차 감염을 막을 수 있지만, 보호장비 표면에 묻어 장기간 생존하기 때문에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보호장비 섬유 표면에 병원체가 달라붙지 못하게 하거나 오염 방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물을 밀어내 젖지 않게 만드는 ‘초소수성 3차원 나노구조’ 기술이 필요하다.

다만 기존 화학적 합성법으로는 초소수성 나노 구조체를 대량 생산하는 게 어려웠다. 고온·고압 조건과 12시간 이상의 긴 제조 시간 때문이다. 또 일반적인 오염 방지 기능으로는 병원체가 부착되는 것을 완벽히 막을 수 없었다.

연구팀은 꽃잎 모방 나노 구조체로 오염물질이 붙는 것을 줄이면서 일상에 흔한 가시광선으로 병원체를 살균하는 항균·항바이러스 섬유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코팅용액에 섬유를 넣었다가 빼는 것 만으로 항균 기능을 얻을 수 있어 대면적 생산에도 유리하다.

연구팀은 섬유에 꽃잎 모방 나노 구조체를 형성하기 위해 증발유도 자기조립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자기조립은 물질들이 자발적 상호작용으로 스스로 조립되는 현상을 말한다. 자기조립형 분자로 구성된 용액을 급속 증발시키면, 결정 구조가 불분명한 미세 결정의 집합체인 ‘미셀(Micelle)’이 얇은 판이 겹겹이 쌓인 형태로 만들어진다. 나노 구조체 형성은 섭씨 40~60도의 낮은 온도에서 두 시간 이내에 완료된다.

나노 구조체가 형성된 섬유는 박테리아 현탁액과 혈장, 혈액, 타액에 뛰어난 오염 방지 성능을 보였다. 포도상구균과 대장균의 경우 1시간의 실내조명에서, 박테리아를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는 2시간 안에 99.99% 살균됐다. 특히 박테리아 현탁액은 기능성 섬유에서 30분 만에 100% 살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동윤 수석연구원은 “저온 코팅 공정으로 빠르고 간단하게 항균 기능을 갖는 나노 구조체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섬유 코팅기술”이라며 “필터와 마스크, 방호복 등 다양한 소재로 활용할 수 있어 내구성을 높이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생기원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스몰(Small)’에 지난 4일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최동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 수석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꽃잎 모방 나노 구조체를 섬유 표면에 형성하는 섬유 코팅기술 연구 결과가 게재된 '스몰' 표지./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참고자료

Small, DOI: https://doi.org/10.1002/smll.202306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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