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선 날아다니는 탁재훈, 방송에선 땅바닥에 붙어가는 이유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4. 4.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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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더 노골적이거나 완전히 새롭거나(‘하입보이스카웃’)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유튜브에서 부활해 SBS연예대상을 받은 탁재훈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ENA <하입보이스카웃>은 탁재훈의 예능 커리어를 기반으로 한다. 우선 설정부터 보자. 사장 탁재훈, 이사 장동민, 유정 대리, 선우 사원이 "대한민국 5대 기획사가 돼,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로 유니콘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가상으로 설립해 오디션을 보는 이야기다. 듣자마자 2016년 탁재훈이 본격 합류한 엠넷 <음악의 신2>가 떠오른다. 심지어 유니콘엔터의 사훈은 당시 그룹인 C.I.V.A를 오마주한 'See Far'다.

탁재훈은 제작발표회에서 오디션이 기본이지만 토크와 상황극이 결합된 프로그램이라 강조했다. 즉, 새로운 인물 소개와 화제성도 노리지만, 토크와 상황극을 통해 고정 출연자들 간의 티키타카를 노린다는 점에서 <노빠꾸탁재훈> 스타일의 토크 콘텐츠를 방송 안으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2화에는 유튜브에서 함께 활동하는 신규진이 등장하고, 다른 출연자 중 유일한 예능선수라고 봐야 할 장동민은 채널A <오늘부터 대학생>, MBN <최고의 한방>,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등 오래도록 여러 프로그램에서 탁재훈과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다.

가상의 엔터회사라는 기획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컬트 예능이던 <음악의 신2>가 오늘날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탁재훈 예능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컨추리 꼬꼬나 KBS2 <상상플러스> 같은 찬란한 역사도 있지만 이른바 키치한 세계관 속에서 놀라운 재치와 능청스런 토크는 요즘 시대에 다시 대중으로부터 소환됐다. 같은 방식으로 <노빠꾸> 채널을 오픈하기 전 흥신소 콘셉트의 '탁사장'부터 시작해 '탁스패치', '압박면접', '노빠꾸탁재훈' 등 웹예능으로 넘어와 부활에 성공했다.

<하입보이스카우트>는 그런 연장선상에서 판을 키운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뉴진스님'과 같은 재미난 레토릭으로 만든 제목처럼 개성 있는 '하입보이'들을 뽑는 오디션이 메인 볼거리다. 구혜선이 2회에 등장하긴 하지만 주로 SNS을 통해 '하입'된 끼 많은 일반인들이 회당 5명 정도 등장해 춤 실력 등 끼를 자랑한다. 한 편당 게스트가 한 명씩 등장하는 유튜브에 비해 규모를 키웠고, 탁재훈의 팀이라 할 수 있는 신규진, 김예원이 아니라, 장동민, 유정, 아이돌 선우와 함께하는 변화를 주었다. 그런데 가짓수를 늘리고, 멤버를 달리 하고, 발굴이란 키워드를 가져와 설정에 당위를 더했지만 아직은 조용하다. 무언가 새로운 발견이나 흥미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낮은 탓이다.

그래서일까, 탁재훈은 이례적으로 1화 방송 이후 제작발표회를 연 자리에서 2~4회가 훨씬 재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튜브의 방식을 방송 예능에 가져올 때 어김없이 발생하는 소화되지 않는 식상함과 어색함이 이번에도 나타난다. 이미 거둔 성공에 기대어 기획해서 그런지 세계관, 재미, 출연자를 소개하고 관전 방향까지 설명하는 과정이 있다. 재미 자체를 그냥 시청자들이 스스로 느끼도록 두지 않으며, 재미의 본질 자체를 자신 있게 내세우기보다 기획된 설정, 장치, 포장을 더한다. 웹예능에서 날아다니는데, 방송에선 땅에 붙어가는 중요한 이유다.

비슷한 예로 <핑계고>의 유재석이 있다. <핑계고>의 토크 방식, 출연 인물, 소재. 정서적 접근 등등 현재, 또 과거 유재석이 보여준 모습과 다른 점이 크게 없다. 하지만 유재석의 다른 방송 활동과는 전혀 다른 평가와 새로움을 보여주는 이유는 추리, 인터뷰, 콩트, 캐릭터쇼 같은 토크의 재미를 이끌기 위한 거추장스런 장치들을 모두 빼고 본질만 꺼내놓기 때문이다.

<하입보이스카우트> 또한 유튜브에서 터진 탁재훈의 토크 능력을 기대하면서도 일반인 인플루언서 소개와 같은 다른 설정을 내세운다. 웹예능에서 터질 수 있었던 건 여성 게스트들과 주고받는 19금 코미디인데, 이 부분을 오디션이란 코드를 통해 이른바 동네, 캠퍼스 명물 소개의 SNS버전으로 변주를 줬다. 탁재훈의 코미디에서 게스트는 하나의 소재일 뿐 기존 멤버들과의 호흡에서 대부분의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이 새 프로그램은 오디션 출연자의 매력도 드러내야 하고 각자 지분이 필요한 출연자도 늘어났고 방점도 오디션 참가자를 선발하는 데 있다 보니, 유튜브에서 날아다니는 탁재훈마저 잘 보이지 않고, 장동민과 다른 출연자들의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진다.

도입 부분에서 승부를 보는 K-pop처럼 본질로 직행하는 웹예능과 달리 TV예능은 포장지로 잘 감싸고, 그 내용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심지어 웹예능에서 검증받은 소프트웨어를 익숙한 포맷과 캐스팅으로 반복할 때 이런 경향은 심화된다.

TV예능은 PD 및 제작진의 주도 하에 출연자가 프리랜서로 참여한다는 개념이 강한 반면, 웹예능은 출연자가 아니라 주인에 가까운 포지션이라는 차이가 있다. 예능선수들이 프리랜서에서 크리에이터로 변화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성공한 공식, 인물을 가져오면서 다양한 장치로 덧씌우면서 판을 키우고, 다시금 출연자 중 한 명으로 역할을 축소했으니, 유튜브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그대로 발휘되긴 어려움이 있다. <하입보이스카우트>도 탁재훈이기에 기대하고, 탁재훈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기획이지만, 탁재훈이 뛰어 놀기 위한 콘텐츠인가라는 점에서 반문을 하게 만든다. 웹예능의 성과를 TV예능으로 확장하기 위해선 보다 노골적이거나 완전히 새로울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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