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죽음의 도시' 내달 개막…"누구나 겪는 상실감 위로"

강애란 2024. 4. 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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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이야기지만,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비극이에요.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지고, 자꾸 마음을 쓰게 되죠."

국립오페라단은 다음 달 23∼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한국 초연한다.

'죽음의 도시'는 죽은 아내 마리를 그리워하는 파울의 이야기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조금 섬뜩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누구나 겪는 상실감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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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3∼26일 예술의전당…삶과 죽음·꿈과 현실 등 '대비의 미학'
오페라 '죽음의 도시'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비극이에요.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지고, 자꾸 마음을 쓰게 되죠."

국립오페라단은 다음 달 23∼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한국 초연한다. 연출을 맡은 스위스 출신의 줄리앙 샤바스는 22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작품 프로덕션 미팅에서 이같이 말했다.

'죽음의 도시'는 죽은 아내 마리를 그리워하는 파울의 이야기다. 파울은 아내의 머리카락을 보관할 정도로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아내와 닮은 유랑극단의 무용수 마리에타를 알게 된 후 아내의 환영에 시달리다 급기야 마리에타의 목을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조르게 된다. 이후 정신을 차린 파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돈된 방을 보고,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

파울 역에는 테너 로베르토 사카와 이정환, 마리·마리에타 역에는 소프라노 레이첼 니콜스와 오미선이 캐스팅됐다. 또 바리톤 양준모, 최인식,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등이 출연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조금 섬뜩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누구나 겪는 상실감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초연을 올린 1920년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로 사람들이 상실감으로 슬퍼하던 때"라며 "초연부터 호평받을 수 있었던 건 공연을 본 사람들이 (자신들에게서) 파울이 겹쳐 보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와 마리에타 역을 함께 맡는 레이철 니콜스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은 극에서 펼쳐지는 비극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란 점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주로 여신이나 역사적인 대서사 속 인물을 주로 맡았는데, 파울이나 마리에타는 실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며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만날 수 있고, 인간적인 고민을 하는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인사말 하는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이 지난 3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의 국내 초연 '한여름 밤의 꿈' 프로덕션 미팅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3.11 jin90@yna.co.kr

작품의 내용은 비극적이지만, 음악은 낭만적이다. 23살에 이 작품을 작곡한 코른골트는 무조성과 불협화음이 득세하던 당시의 신음악에 동참하지 않고, 후기 낭만주의 연장선에서 음악을 작곡했다. 1막에서 파울과 마리에타가 함께 부르는 '내게 머물러 있는 행복', 2막에 나오는 바리톤의 아리아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 등은 아름다운 선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지휘를 맡은 독일 출신의 지휘자 로타 쾨닉스는 "음악이 풍성하고, 색깔이 다양하다"며 "오케스트라 편성도 거대하고, 오페라에 잘 사용되지 않는 악기도 쓰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극의 분위기도 마냥 우울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샤바스 연출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기만 하지는 않고, 순간순간 희망의 빛도 나온다"며 "파울은 '다시 마리를 살릴 수 있을까'라는 희망을 가졌다가 바로 다음 순간에 우울함에 빠지는 식의 비극"이라고 귀띔했다.

주인공 파울이 죽은 아내의 환영을 보는 만큼 극은 삶과 죽음,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대비의 미학'을 만들어낸다.

샤바스 연출은 "죽음을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보면 된다"며 "현실은 단순해도 사람마다 현실을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파울은 아내와의 관계를 계속 떠올리며 애도의 감정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고, 주변인들은 어떻게 하면 파울이 이 애도 과정을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이 과정에서 굉장한 긴장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과 꿈, 환각 사이에서 끝없이 대화가 이뤄진다"며 "공연을 보다 보면 이게 현실인지, 머릿속 이야기인지, 꿈인지 확신이 안 서고, '오페라 전체가 환각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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