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라쉬코프스키가 ‘섭외 1번’ 반주자인 이유

임석규 기자 2024. 4. 2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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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면 안 된다.

전설적인 반주자 제럴드 무어(1899~1987)가 쓴 자서전 제목이 '제 소리가 너무 컸나요?'(Am I too loud?)다.

국내에서 반주자 섭외 1순위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40)가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라벨, 쇼팽과 류재준의 초연 곡으로 독주회를 연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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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태생 라쉬코프스키, 25일 독주회
폴란드서 활동하다가 한국으로 무대 옮겨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오푸스 제공

튀면 안 된다. 너무 숨어서도 곤란하다. 반주 피아니스트는 적절히 치고 빠지며 주인공을 빛나게 묵묵히 뒷받침해야 한다. 전설적인 반주자 제럴드 무어(1899~1987)가 쓴 자서전 제목이 ‘제 소리가 너무 컸나요?’(Am I too loud?)다. 국내에서 반주자 섭외 1순위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40)가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라벨, 쇼팽과 류재준의 초연 곡으로 독주회를 연다. 지난 18일 저녁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피아노는 오래 쳐도 해롭지 않고 건강에 좋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불린다. 지난달엔 13차례나 무대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빈도가 높은 반주는 바이올린이다.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셀 수 없이’ 반주했다. 관악기와 성악 반주도 가리지 않는다. 플루트와 호른, 클라리넷에 트럼펫과 색소폰 등 다양한 관악기의 반주를 했지만, 음색이 까다로운 오보에, 음역이 낮은 바순은 반주한 적이 없다. “즐겁게 연주할 수만 있다면 어떤 악기도 어렵지 않다”는 그지만, “음역이 낮은 첼로 반주는 쉽지 않다”고 했다.

“처음엔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연주자가 따라오도록 하느라 힘들었어요. 이젠 연주자들에게 맞춰 그들이 편하게 연주하도록 해요.” 소프라노 박혜상,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 저명한 음악가들이 그를 반주자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연주자와 반주자가 서로의 연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두 사람이든, 세 사람이든 하나가 돼서 연주하도록 하는 게 반주자의 덕목”이라고 했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오푸스 제공

러시아 태생인 그는 2017년부터 성신여대 초빙교수로 일하며 서울에 거주 중이다. 폴란드에서 활동하던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서울로 이끈 인물이 작곡가 류재준이다. 이번 독주회에서 류재준의 ‘피아노 모음곡 2번’을 초연한다. 류재준이 2020년 발표한 2인 가극 ‘아파트’에서 발췌해 꾸민 모음곡이다. 라쉬코프스키는 “바흐의 영향이 짙게 느껴지더라”며 “류재준의 곡들은 그만의 특성과 문법이 담겨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류재준의 피아노 소나타도 그가 초연했다. 이번에 연주하는 쇼팽의 ‘24개 프렐류드’에 대해서도 “쇼팽이 바흐에 감명을 받아 쓴 작품이라 류재준의 곡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6월29일에는 반주자와 독주자로 연달아 무대에 선다. 오후 2시에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의 반주를 맡고, 저녁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 2, 3번 세 곡을 연주한다. 류태형 평론가는 “수많은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인데 질이 떨어진 연주를 보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35개의 협주곡은 조금만 연습하면 바로 연주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반주와 달리 외워야 하는 암보 연주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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