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고교학점제 1편] "수업 내내 교실 밖 배회"…특수학교 고교학점제 앞두고 우려

진태희 기자 2024. 4. 2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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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죠. 


장애가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통계집계 이래 최대인 11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건 물론이고, 각종 교육정책에서도 번번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EBS는 당장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가 특수교육엔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 전망하는 연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열악한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은 채 고교학점제를 준비하면서, 장애학생들이 겪는 혼란을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업이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한 학생이 마냥 복도에서 서성입니다. 


교실에 들어가나 했더니 이번엔 계단으로 2, 3층을 반복해 오갑니다.


선생님이 학생을 뒤쫓으며 어르고 달래는 사이, 수업은 벌써 끝날 시간이 거의 다 됐습니다. 


"내려가보자. 아님 선생님하고 산책가자."


"교실에 들어가서 앉아 있자. 그냥 안 해도 돼."


지적장애학생 약 130명이 다니고 있는 이 학교는 올해 처음 고교학점제를 시작했습니다.


한 교실에서 쭉 수업을 들었던 예전과 달리, 학생 각자가 과목별로 배정된 교실을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장애학생들에게는 이렇게 바뀐 일상이 버겁습니다. 


인터뷰: 이예연 교사 / 지적장애 특수학교 '성광온누리학교' 

"낯선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학생들도 있고, 자폐성 장애학생들의 경우에는 또 본인의 루틴에 맞춰서 활동하는 것을 선호를 하는데 그런 루틴이 깨지면서 활동 거부가 생길 수도 있고요."


발달장애나 중도 중복장애학생들은 사정이 더 어렵습니다.


시간표를 스스로 짜는 것부터, 공강 시간에는 뭘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장애학생을 가르칠 특수교사는 지금도 부족해서, 교사 한 명이 여러 과목을 동시에 가르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고교학점제에 맞춰 선택과목을 새로 만들기도, 학생 하나하나를 위한 지원 인력을 붙이기도 힘듭니다.


지난해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은 이미 11~12곳 중 1곳꼴로 과밀인데다, 장애가 심하거나 중복되는 학생 역시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재용 특수교사 / 충남 온양용화고등학교

"특수학급 신설이 학생 수에 의존을 하다 보니까 다학년들이 모두 포진해 있는 학급이 발생할 수가 있거든요. 그럴 경우에는 특수교사 한 명으로서 학생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교과 영역 개설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굉장히 제한적일 수도 있고요."


고교학점제가 당장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지만, 특수교육을 위한 지원 방안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


가뜩이나 부족한 인프라로 허덕이는 특수교육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BS 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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