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눈치보여 육아휴직 못가는 문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전아름 기자 2024. 4. 2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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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의회, '서울형 저출생 대응 위한 기업역할 모색' 토론회 개최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우리나라 육아휴직 제도 자체는 잘 돼있는 편이다. OECD 38개국 기준 기간과 급여는 세계 5위로 상위권이고, 현재 기준 총 78주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또한 OECD 중 7위다. 출산휴가는 최대 6개월을 보장받는데 이또한 OECD 5위다. 그런데 사용율은 형편없다.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에 따르면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여성 21.4명, 남성은 1.3명으로  OECD 19개국 기준 최하위다. 제도 자체도 잘 돼있고, 다들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왜 이렇게 못쓰고 있을까? 그리고 이 문제는 출생율과 어떻게 이어질까?

서울특별시의회 '서울형 저출생 대응 위한 기업역할 모색' 토론회 개최. ⓒ서울시의회

박춘선 서울특별시의회 저출생 인구절벽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특별시의회 저출생 대응 토론회를 열고 서울형 저출생 대응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모색했다.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일과생애연구본부장이 '기업 일가정양립 현황 및 저출생 대응책으로서 향후 과제'를, 이정렬 서울의대 산부인과 교수가 '가임력 보존과 교육'을 주제로 발제했다. 토론 좌장은 박춘선 위원장이 맡고 장진복 서울신문 기자, 염혜진 직장맘 당사자, 이성은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정책실 양성평등담당관과 일가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동수 (주)에스엠엘메디트리대표, 김진영 한국머크 대외협력총괄이 참석해 각 사의 사례를 공유헀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남창진 서울시의회 부의장, 최호정 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이은림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축사를 전했다.

박춘선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합계출산율의 하락을 멈출 수 없었다는 건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단 신호가 아니었을까"라고 반문하며 "공공주도의 저출생 극복 정책은 한계가 있고,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여러 기업이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사원 복지를 확대하고 있으나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있고 중소규모 기업에서 이런 복지제도를 이끌어나가는 건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토론회를 통해 임신과 출산을 응원하는 기업 사례를 살펴보고 그 가운데 공공이 지원해야 할 구체적 사항을 논의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라며 "정부와 기업, 공공과 민간이 영역을 막론하고 노력이 절실한 상황"임을 호소했다. 이어 "서울시에서는 출산과 육아, 돌봄, 일과 생활의 균형 등 저출생 근본적 부분까지 전방위적으로 변화하는 탄생응원프로젝트 추진하고 있으며, 저출산 해결의 키 쥐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책임 강화하고 우수사례 발굴위해 K-ESG 지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는 등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기업문화 확산에 적극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 눈치 안보고 육아휴직 가고, 육아휴직급여 외 소득 보존 등에 기업과 정부 역할 필요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일과생애연구본부장은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 사용할 수 없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20%정도 된다. 큰기업은 모두 사용가능하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많고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사용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육아휴직 대상자가 없다는 결과, 대상자가 있지만 신청자가 없었다는 결과도 10% 가량 됐다"고 전했다.

'육아휴직 대상자가 없는 것' '육아휴직 대상자여도 신청을 안하는 것' 이 상황에 대해 전기택 본부장은 "인사담당자들을 통해 왜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지 물었더니 대체인력 구하기가 어렵다는 응답과 동료 및 관리자 업무 가중으로 제도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응답이 다수 나왔다"고 말했다. 소위 '눈치'가 보여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상황.

육아휴직 기간 소득을 보존하는 기업의 노력에 대해서도 해당 조사에서 알아봤는데, 92% 기업이 "육아휴직자에게 별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6%(서울시 소재 기업 한정) 기업이 '고용보험 급여 외 별도로 기업에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기준에 포함하는지도 함께 알아봤는데, 육아휴직 기간 전체를 승진 소요기간에 포함한다는 경우가 30%, 일부만 포함한다는 응답이 23.7%,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소유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경우는 45% 이상이었다.

전기택 본부장은 상기 조사 사항을 설명하며 육아휴직자가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 기업을 육아휴직자의 고용보험 급여 외를 보존해주지 않는 상황, 육아휴직 기간이 승진 소요기간에 산입되지 않는 상황, 여전히 비정규직 근로자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 등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하며 가족 친화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고 홍보와 컨설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난소 나이 떨어지면 되돌릴 수 없어... 생식기능 보존 위한 검진과 시술에 급여화 제안 

이정열 서울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가임력 보존과 교육'을 주제로 발제하며 "난소는 35세를 기점으로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요즘 평균 결혼연령이 31~32세다보니 난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암이나 난소질환, 조기폐경 등이 있다면 난소기능은 더 급격히 떨어진다. 난소 기능은 한 번 떨어지면 의학적으로 다시 살릴 수 없다. 떨어지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성의 가임력을 알 수 있는 검사는 피검사와 호르몬 검사다. 현행 건강보험 급여체계 상 난임이 의심되거나 질환이 있을 때만 급여가 되고 나머지는 비급여다. 이정열 교수는 "여성들의 난소나이를 일정 나이마다 (국가건강검진처럼) 검진하자고 제안드렸는데 올해부터 일부 여성들에게 이런 검진 지원이 시행된다"고 알리면서 "문제는 임신을 희망하는 부부, 즉 사실혼이나 예비혼 부부 대상이라 훨씬 더 많은 미혼여성에겐 이 검사가 전체적으로 제공되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질환 등의 이유로 가임력이 떨어지기 전에 난자든지 배아든지 얼려놔야 하는데 이게 전액 비급여 체제로 들어가있다. 암 환자가 난소를 얼리겠다고 해도 비급여다. 이 부분을 급여화한다면 훨씬 더 많은 가임력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열 교수는 "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중 선도적으로 미혼여성 난자 동결을 지원하고 있는데 조금 더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일반 여성들은 평소에 자신의 가임력이 떨어질 수 있고, 자신의 나이보다 나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미 나빠진 후에 병원에 와서 대책을 찾으면 어려워진다"라며 가임력 보존 교육을 남녀 국민 모두에게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에스엠엘 메디트리·한국 머크 

토론자로 이성은 서울시 양성평등담당관은 "저출생 극복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전략을 시 차원에서 많이 고민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눠서 생각했고, 우선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지표가 필요하겠다는 판단 하에 K-ESG 지표를 만들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ESG 평가를 받게 돼있는데 지표 내에 양육 친화 지표를 최대한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일-생활 균형의 사각지대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이에 맞는 양육친화기업 지원제도를 재구성하자는 차원에서 일괄된 지표가 아닌 포인트제를 도입해 일-생활 균형문화를 성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추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진복 서울신문 기자는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 자녀 돌봄 휴가 등 유연제도 확산, 육아에 부정적 인식 주는 미디어 지양, 아이를 낳았을 때 행복할 수 있는 기업문화 전반 확산 등을 제안하며 "정부와 기업 고위직 분들이 현실 육아와 동떨어진 세대라 육아의 어려움을 잘 모르고 저출생 문제 해결이 더 안되는 것 같다"라며 "직원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많이 듣고 소통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 가정 양립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에스엠엘 메디트리의 이동수 대표도 토론자로 나섰다. 에스엠엘 메디트리는 임상시험 분석 서비스 회사로 여성 직원 비율이 높다. 지난 해에는 회사 자체적으로 난임지원 휴가 제도를 실시, 실제 임신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이동수 대표는 "기업은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도 만들어야 하지만 문화도 갖춰야 한다"라며 "이런 제도를 운영하다 보면 그게 다 비용이다. 그러나 잘 하고 있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면 확산효과가 생겨서 안 하는 기업도 따라온다"고 전했다. 

외국계 기업인 한국 머크도 일 가정 양립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독일에 본사를 둔 머크는 헬스케어, 일렉트로닉스, 라이프헬스 세 가지 사업을 전개하는데 헬스케어 사업부가 한국 머크 바이오 파마다. 난임치료제를 비롯해 각종 내분비 질환 치료제를 공급한다. 60년 이상 난임치료 분야 선두주자로서 기여해왔고 500만 명의 탄생에 일조했다. 김진영 한국본사총괄은 한국 머크 다양성 평등 포용 기업문화, 가임 지원, 일 가정 양립 문화를 소개하며 "저출생 문제가 단순히 사회적 문제만이 아니고 기업에서도 당면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인력은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토론회 한 번으로 끝내기 보단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선순환 창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토론 마지막으로 직장맘 당사자 염혜진 씨는 "결혼하고 아이낳고 키우고, 교육 초기 시점까지 갈때까지 부모의 부담이 적어야 한다. 부담이 있어도 견딜만 하다고 느껴야 아이를 낳는다. 부담없이 아이 낳고 살 수 있는 사회를 국가와 회사가 밀착해서 함께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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