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한탄강, 대탄, 한여울’[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2024. 4. 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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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이나 포천, 철원의 전방에서 군대 생활을 한 남자라면 한탄강을 들었을 때 힘들었던 그때를 빗대어 '한탄스럽다'의 '한탄'을 떠올린다.

북한의 평강에서 발원하여 강원도의 철원평야를 지나 연천군의 전곡읍에서 임진강으로 합류하는 강으로, 전곡읍 전곡리선사유적지 앞의 한탄이란 지명에서 유래하였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이후 표기된 한자로 읽고 부르면서 한탄과 대탄이란 한자 지명이 행정리의 이름을 만들 때 채택돼 하마터면 한여울이 영원히 사라질 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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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이나 포천, 철원의 전방에서 군대 생활을 한 남자라면 한탄강을 들었을 때 힘들었던 그때를 빗대어 ‘한탄스럽다’의 ‘한탄’을 떠올린다. 북한의 평강에서 발원하여 강원도의 철원평야를 지나 연천군의 전곡읍에서 임진강으로 합류하는 강으로, 전곡읍 전곡리선사유적지 앞의 한탄이란 지명에서 유래하였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의 한강가 북쪽에 대심리가 있는데,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무명의 마을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대탄과 운심 2개의 마을을 합한 뒤 ‘대’와 ‘심’ 한 글자씩 따서 대심리란 이름을 만들었다.

한탄과 대탄은 분명 다른 소리의 지명이지만, 150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두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똑같이 ‘한여울’로 불렀다. 우리말 ‘한’은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옛날에는 흔하게 사용하던 ‘큰’이라는 의미의 접두사이다. ‘여울’은 경사가 심하고 깊지 않아서 물의 흐름이 거칠고 소리가 요란한 강의 구간을 가리킨다. 따라서 한여울은 ‘큰 여울’이란 뜻인데, 그냥 ‘큰 여울’이 아니라 어느 지역 또는 어느 구간에서 ‘가장 큰 여울’을 가리킨다. 전곡리선사유적지 앞의 한여울은 한탄강에서, 대심리 앞의 한여울은 남한강에서 가장 크고 길며 거친 여울이었다. ‘용비어천가’에서는 한글로 ‘한여흘’이라 기록했다.

옛날에 사람들은 우리말 지명인 한여울을 한자로 썼다. 때로는 한자 漢(한나라 한)의 소리와 灘(여울 탄)의 뜻을 빌려 漢灘으로, 때로는 大(큰 대)의 뜻과 灘의 뜻을 빌려 大灘이라 표기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이후 표기된 한자로 읽고 부르면서 한탄과 대탄이란 한자 지명이 행정리의 이름을 만들 때 채택돼 하마터면 한여울이 영원히 사라질 뻔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도로명 주소로 바꿀 때 연천군 전곡읍의 전곡리에서는 한여울로가, 양평군 양서면의 대심리에서는 한여울길이 채택되었다.

우리 조상들이 천 년 이상 불러왔던 정겨운 우리말 지명 한여울을 되살려준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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