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최북단 와인산지 비뉴 베르데 와인은 ‘그린 와인’이다?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4. 4. 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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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최북단 와인산지 비뉴 베르데/화이트 와인 비중 80% 달할 정도로 화이트 와인에 진심/루레이루·알바리뉴·아린뚜·아베소 등 토착품종 다양/풍성한 과일향·꽃향·미네랄 매력 돋보여/샴페인 뺨치는 전통방식 스파클링 와인도 생산
Quinta de Santa Christina 알바리뉴 와인을 소개하는 매니저 Catrina Clemente. 최현태 기자
코끝을 간지럽히는 상큼한 레몬향은 감귤, 복숭아, 사과향으로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열대과일향까지 피어오릅니다. 여기에 생기발랄한 산도와 미네랄까지 더해지니 한 모금만 마셔도 일상의 번잡함과 스트레스는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생산되는 와인의 87%가 화이트 와인일 정도로 화이트 와인에 진심인 곳, 포르투갈 최북단 와인산지 비뉴 베르데(Vinho Verde) 와인입니다. 한국을 찾아 스파클링 와인에서 다양한 토착 품종 와인을 소개하는 그랜드 테이스팅 행사를 마련한 생산자들과 비뉴 베르데 와인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포르투갈 와인산지. 포르투갈와인협회
비뉴 베르데 위치. 포르투갈와인협회
비뉴 베르데 포도밭 전경. 비뉴베르데와인재배협회
◆비뉴 베르데는 ‘그린 와인’이다?
비뉴는 와인, 베르데는 그린이란 뜻으로 직역하면 ‘그린 와인’이란 뜻입니다. 이 때문에 비뉴 베르데를 녹색 와인 오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덜 익은 포도로 만들거나, 숙성잠재력이 없어 영할 때 바로 마시는 와인정도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비뉴 베르데 와인은 8~9월 사이에 완숙된 포도를 수확해서 만들고 숙성잠재력도 뛰어납니다. 양조방식도 포르투갈이나 유럽의 보통 화이트 와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색상과 전혀 관련이 없고 프랑스 론(Rhone)이나 독일 모젤(Mozel)처럼 그냥 하나의 지명으로 포르투갈에서 법으로 보호하는 14개 와인 생산지역중 하나입니다.
비뉴 베르데 포도밭 전경. 비뉴베르데와인재배협회
그렇다면 왜 비뉴 베르데로 불리게 됐을까요. 북쪽 미뉴강과 남쪽 도우루강 사이에 있는 비뉴 베르데는 무성한 푸른 초목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널리 알려진 배경입니다. 비뉴 베르데는 대서양과 가깝고 강과 하천이 풍부하며 기후도 온화해 강수량이 많습니다. 덕분에 풍부한 물이 공급되면서 거대한 녹색지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전통방식 포도재배. 비뉴베르데와인재배협회
과거 포도재배 방식 때문에 비뉴 베르데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예전에 지지대를 높게 세워 포도나무 줄기가 타고 올라가는 퍼골라(Pergola) 방식이나 밭 가장 자리에 심는 보르다두라(Bordadura)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했는데 이런 방식은 포도나무에 많은 그늘을 제공해 습하고 시원한 지역에서 포도가 완전히 익기 어려웠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재배 방식 때문에 포도가 완전히 익지 못하고 그리니시(greenish)한 상태로 수확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완전히 익은 상태에서 수확합니다.
비뉴 베르데 포도밭 전경. 비뉴베르데와인재배협회
◆비뉴 베르데 기후와 토양
비뉴 베르데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독특하고 개성이 뛰어난 와인 산지로 포도밭이 강, 바다, 산맥중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됩니다. 전반적 기후는 내륙에 비해 상당히 온화합니다. 강수량은 연간 1200㎖로 상당히 많지만 주로 가을에서 봄 사이 내려 포도 생장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전체적인 지형은 반 원형경기장 같은 모습이며 그 사이사이 물길이 있어 서쪽 대서양에서 선선한 바람이 쭉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반면 내륙쪽은 건조하고 기온이 높은 대륙성 기후를 띱니다. 포도밭은 주로 강 사이사이에 집중돼 있고 계곡에도 있습니다. 주토양은 스페인 리하스 바이사스 지역과 비슷한 화강암으로 영양분이 거의 없는 척박한 토양입니다. 이런 토양은 다른 식물의 재배는 힘들지만 배수가 잘돼 포도를 재배하기 아주 좋답니다. 여기에 편암도 남동쪽에 북서쪽으로 긴 대각선처럼 놓여있습니다.
비뉴 베르데 포도밭 전경. 비뉴베르데와인재배협회
비뉴 베르데 와인산업 현황. 포르투갈와인협회
비뉴 베르데 화이트 품종 비율. 비뉴베르데와인재배협회
 
◆비뉴 베르데 화이트 품종
2022년 기준 비뉴 베르데 포도밭 면적은 2만4371ha이며 생산량의 80%가 화이트 와인입니다. 대표 품종은 루레이루(Loureiro), 알바리뉴(Alvarinho), 아린뚜(Arinto), 트라자두라(Trajadura), 아베소(Avesso), 아잘(Azal) 등입니다.
알바리뉴, 아베소, 아잘 품종 특징.
아린뚜, 루레이루, ,트라자두라 특징. 비뉴베르데와인재배협회
루레이루.
▲루레이루
루레이루는 화이트 품종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뉴 베르데를 대표하는 품종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포르투갈의 리슬링’으로 불릴 정도로 미네랄이 뛰어납니다. 또 풍성한 꽃향, 레몬, 청사과의 시트러스 향과 복숭아 등 핵과일향이 잘 느껴집니다. 민트 등 허브향과 장미 등 섬세한 꽃향기, 재스민을 떠올리게 하는 달콤한 테르펜 향도 함께 느껴집니다. 상큼한 과일 맛과 함께 우아한 미네랄의 감칠맛이 지속적으로 느껴지며,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열대과일, 꿀, 밀랍향이 더해집니다. 전반적으로 우아하면서도 구조감과 무게감을 지니고 크리미한 스타일로 빚어집니다. 생산자에 따라 뉴트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환경에 적응을 잘해 어디서나 굉장히 잘 재배되는 품종입니다. 루레이루 온화한 대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남서쪽에서 가장 많이 재배됩니다.
알바리뉴 맛과 향 이미지. 포르투갈와인협회.
알바리뉴
▲알바리뉴
알바리뉴는 감귤류, 모과, 패션푸르트, 리치, 복숭아, 자몽과 멜론, 바나나 등 열대 과일, 허니서클과 인동초, 오렌지꽃, 제비꽃 등 너무 강하지 않고 향긋한 꽃향이 도드라지고 오렌지 제스트, 밀랍도 느껴지며 짭조름한 미네랄이 매력입니다. 굽지 않은 아몬드향도 느껴지며 볼륨감과 바디감을 주기 위해 효모앙금과 함께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도 많이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잘 익은 오렌지, 모과, 헤이즐넛, 호두, 아몬드, 꿀, 캐러멜향이 더해져 복합적인 매력을 선사합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풀바디 와인으로 주로 알바리뉴만 사용한 단일 품종 와인으로 빚어집니다. 영할때 신선하게 마시기 좋지만 전반적으로 산도가 높아 숙성잠재력도 뛰어납니다. 스페인에서도 유명한 화이트 품종인 알바리뉴는 포르투갈 북서부, 스페인과 국경을 이루는 리마강과 미뉴강 사이에 있는 비뉴 베르데의 북쪽에서 많이 재배됩니다. 비뉴 베르데의 몽사옹(Monção), 멜가수(Melgaco)가 유명한 알바리뉴 산지입니다. 알바리뉴 품질이 좋아지면서 포르투갈 남쪽으로 재배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알바미뉴 오너 Luis Vilaca(왼쪽). 최현태 기자
알바미뉴 루레이루, 알바리뇨. 최현태 기자
아린뚜 맛과 향 이미지와 음식매칭. 포르투갈와인협회.
아린뚜.
▲아린뚜
아린뚜는 레몬 등 기분 좋은 시트러스, 사과, 배향과 꽃향기, 미네랄 캐릭터가 뚜렷하며 우아한 스타일이 특징입니다. 영할때는 상큼하게 즐길 수 있고 숙성되면 복숭아잼 같은 달콤한 향과 복합미가 더해집니다. 천천히 익는 만생종이라 아주 더운 기후에서도 신선한 산도를 잘 유지합니다. 따라서 다른 품종에 신선함을 더하기 위해 아린뚜를 많이 블렌딩합니다. 산도가 뛰어나 스파클링 와인에도 많이 들어갑니다. 리스본 바로 북쪽의 부셀라스(Buselas)에서 생산되는 아린뚜는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비뉴 베르데에선 아린뚜를 페데르낭(Pedernã)으로도 부릅니다. 아린뚜는 몽사옹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재배됩니다.
퀸타 다마레스 수출매니저Tiago Ferreira. 최현태 기자
퀸타 다마레스 스파클링 와인. 최현태 기자
아베소.
▲아베소
아베소는 오렌지와 복숭아 등 잘 익은 핵과일, 파인애플, 멜론 등 열대 과일향이 도드라지고 꽃향기와 아몬드 등 견과류의 쌉싸름한 느낌도 지녔습니다. 섬세한 스타일이며 구조감과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오랜 시간 숙성되면 모과, 배의 과일향이 더해지며 입안에서 부드러운 감촉을 선사합니다. 주로 바이앙(Baião) 지역에서 재배되지만 최근에는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아마란테(Amarante), 파이바(Paiva), 소우사(Sous) 등 주변 지역에서도 재배됩니다.
마누엘 코스타 에 필로스 오너 Joao Costa. 최현태
마누엘 코스타 에 필로스 아베소, 알바리뉴. 최현태 기자
아잘.
▲아잘
아잘은 청사과, 레몬, 라임의 시트러스와 산도가 좋아 발랄한 스타일로 빚어집니다.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는 토양과 기후를 좋아하는 품종으로 내륙쪽에서 잘 익어 아마란테, 바스투, 바이앙, 소우사의 아잘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품종 자체의 퓨어한 특징을 살리기 위해 오크 숙성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햇살 좋은날 테라스에 앉아 그냥 편하게 아무 생각없이 마시며 기분전환하기 좋은 품종입니다.
트라자두라.
 
▲트라자두라

트라자두라는 산도가 낮고 사과, 배, 복숭아 등 잘 익은 과일향 특징을 많이 보여주지만 서늘한 해에는 청사과향이 두드러입니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느낌이며 우아한 스타일입니다. 숙성 과정을 거치면 더욱 풍부한 과일향이 발달하며, 풍부한 질감과 바디감, 훌륭한 구조감 덕분에 부드러운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몽사옹은 알바리뉴를 주로 재배하고 아린뚜는 몬사옹을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지역에서 재배됩니다. 루레이루 온화한 대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남서쪽서 가장 많이 재배됩니다.
카사 다 토에이라 세일즈 매니저 Miguel Santos. 최현태 기자
카사 다 토에이라 와인들. 최현태 기자
비냥.
파데이루.
에스파데이루.
◆비뉴 베르데 레드 품종
레드 품종은 비냥이 51%를 차지하며 거의 모든 세부산지에서 재배합니다. 에스파데이루(Espadeiro), 파데이루(Padeiro), 보라살(Borraçal), 아마랄(Amaral), 알바레냥(Alvarelhão)이 주요 레드 품종입니다. 에스파데이로는 로제와인을 주로 만듭니다. 전반적으로 야생베리류의 푸르티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며 열대과일향도 매력적입니다. 파데이루는 거의 블렌딩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멸종위기에 처했다가 한 생산자 의지로 복원된 품종으로 색이 굉장히 엷어 맑은 루비빛을 띱니다. 스트로베리, 라즈베리 등 붉은 과일향, 캔디향이 특징이고 익으면서 플럼 같은 향이 올라옵니다.
비뉴 베르데 세부산지. 비뉴베르데포도재배협회.
◆비뉴 베르데 세부 산지

비뉴 베르데에는 모두 9개 세부 산지가 있습니다. 가장 북쪽 몽사옹(Monção)을 시작으로 남쪽으로 대서양과 인접한 리마(Lima), 카바두(Cávado), 아베(Ave)가 이어집니다. 그 아래 가장 동쪽 내륙에 바스투(Basto)가 위치하고 소우사(Sousa), 아마란테(Amarante), 파이바(Paiva), 바이앙(Baião)도 내륙쪽 산지입니다. 와인에 사용되는 토착품종은 67개에 달하며 9개 세부산지는 대서양 기후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냐에 따라 주품종과 스타일이 달라집니다.

몽사옹·멜가수는 스페인 국경 근처로 약간 내륙에 위치하며 고도가 높아 바다의 영향을 덜 받는 건조한 곳입니다. 배수가 잘되는 화강암 토양 덕분에 우아하고 미네랄 풍미가 뛰어나며 바디감이 있는 좋은 품질의 알바리뉴가 주로 생산됩니다. 비뉴 베르데 화이트 와인 알코올 도수는 보통 9~12도인데 몽사옹은 14도까지 올라가는 바디감과 무게감이 있는 알바리뉴가 생산됩니다. 레드 품종 알바레냥(Alvarelhão), 보라살(Borraçal)도 재배합니다.
비뉴 베르데 세부산지. 포르투갈와인협회.
비뉴 베르데 세부산지. 포르투갈와인협회.
리마, 카바두, 아베는 본격적으로 가장 많이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대서양 인접 지역으로 강수량이 많아 아린뚜, 루레이루, 트라자두라가 주로 재배됩니다.
커다란 산맥이 지나는 산악지대인 바스투, 소우사, 아마란테, 파이바, 바이앙은 대서양 영향을 덜 받아 훨씬 덥고 건조한 지역이입니다. 만생종인 아잘, 아베소 등 잘 익기 힘든 품종도 잘 익고 비뉴 베르데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레드품종인 비냥(Vinhão), 에스파데이루(Espadeiro), 파데이루(Padeiro)가 잘 자랍니다.
비뉴베르데포도재배협회 검사 인증 마크.
이들 와인산지는 비뉴베르데포도재배협회(CVRVV·Comissão De Viticultura Da Região Dos Vinhos Verdes)
에서 직접 품질을 컨트롤하고 마케팅을 관장합니다. 특히 협회는 철저하게 와인들이 원산지 특징 잘 보여주는지, 품질에 이상이 없는지 체크하는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와인병에는 화학적 검사 등을 받은 뒤 인증된 번호가 찍혀있습니다. 몽사옹&멜가수 등 세부지역을 표시할 수 있고 별다른 표기 없는 것은 비뉴 베르데 전체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섞어 만듭니다.
비뉴 베르데 마스터 클래스 와인.
 
◆한국 찾은 비뉴 베르데 생산자
최근 서울에서 열린 비뉴 베르데 그랜드 테이스팅 행사에서는 19개 와이너리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다양한 토착 품종으로 빚은 화이트 와인을 선보였습니다. 또 이인순 와인랩 대표는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비뉴 베르데의 토양, 기후와 다양한 토착 품종의 매력, 음식과의 매칭을 소개했습니다.
퀸타 두 타마리즈 수출매니저. 최현태 기자
퀸타 두 타마리즈 펫낫. 최현태 기자
퀸타 데 사옹 지아옹 와인들. 최현태 기자
와이너리는 알바미뉴(Alvaminho), 칼사다 와인즈(Calcada Wines), 아벨레다(Aveleda), 카사 다 토에이라(Casa da Tojeira), 퀸타 데 산타 크리스티나(Quinta de Santa Cristina), 구아포스 와인 프로젝트(Guapos Wine Project), 마누엘 코스타 에 필로스(Manuel Costa e Filhos), 비뇨스 노르테(Vinhos Norte), 퀸타 카사 다스 호르타스(Quinta & Casa das Hortas), 퀸타 다마레스(Quinta d´amares), 퀸타 다 아르카스(Quinta das Arcas), 퀸타 데 쿠르보스(Quinta de Curvos), 퀸타 두 호멘(Quinta do Homen), 카살 데 벤토젤라(Casal de Ventozela), 퀸타 두 타마리즈(Quinta do Tamriz), 퀸타 데 사옹 지아옹(Quinta de São Gião), 트레 로스토스(Tres Rostos), 베르쿠페(Vercoope), 바르코스 와인즈(Barcos Wines)입니다.
쿠르보스 스파클링 와인. 최현태 기자
쿠르보스 오너 미구엘 폰세카(Miguel Fonseca). 최현태 기자
◆포르투갈 전통방식 스파클링 장인 쿠르보스

행사중 가장 돋보인 와이너리는 스파클링 장인으로 손꼽히는 퀸타 다 쿠르보스입니다. 와이너리 오너 미구엘 폰세카(Miguel Fonseca)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직접 한국을 찾았습니다. 기자는 지난 1월 쿠르보스 와이너리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상벤투역에서 캄파냥역을 거쳐 40분을 달리면 바르셀로스(Barcelos)역에 닿습니다. 택시로 15분 거리의 에스포젠데(Esposende) 포르자이스(Forjaes) 마을의 쿠르보스로 들어서자 10ha 규모의 광활한 정원이 여행자를 맞네요. 촉촉하게 비에 젖은 오솔길을 따라 다양한 색의 동백꽃이 물방울을 머금은 풍경이 매우 신비롭답니다. 동백나무 400여종이 자라는 포르투갈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낭만주의 정원으로 꼽힙니다. 연못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동굴과 정원 너머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포도밭은 마치 동화속 풍경을 보는 듯합니다.

쿠르보스 역사는 1600년 마누엘 벨루(Manuel Belo)와 아내 아나 리베이루(Ana Ribeiro)가 성 로퀴 예배당을 지으면서 시작됐으니 40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정원과 건물은 여러차례 소유주가 바뀌다 폰세카 가문이 1974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포르자이스(Forjaes), 폰트 데 리마(Ponte de Lima), 바르셀로스(Barcelos) 지역에 소유한 포도밭 27ha에서 연간 27만5000ℓ를 생산합니다.
쿠르보스 스파클링 와인.
쿠르보스는 다양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가장 돋보이는 역작은 샴페인처럼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아린뚜 70%에 아베소 30%를 섞어 만드는데 무려 5년이나 동안 병에서 숙성합니다. 잘 익은 사과향과 오랜 효모 숙성이 가져다 준 풍성한 빵냄새, 부드러운 버블과 신선한 산도는 눈 감고 마시면 최상급 샴페인이라해도 믿을 정도로 놀랍군요.
쿠르보스 알바리뉴. 최현태 기자
쿠르보스 루레이루. 최현태 기자
쿠르보스는 알바리뉴, 아베소, 로레이루, 트라자두라, 아린뚜 등 비뉴 베르데의 화이트 품종으로 다양한 일반 스틸 와인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알바리뉴 100% 와인은 미묘한 꽃향기로 시작해 감귤 등 시트러스의 과일향이 느껴지고 시간이 지나면 잘 익은 열대과일향이 피어납니다. 화강암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 미네랄이 뛰어나네요. 입안을 꽉 채우는 풀바디 화이트로 구조감과 복합미가 돋보입니다. 지방이 많은 참치, 대방어와 다양한 해산물과 잘 어울립니다.
쿠르보스 아베소 리제르바. 최현태 기자
쿠르보스 수페리오레. 최현태 기자
아베소 100% 와인은 플럼과 배향 등 좀 더 잘익은 과일향을 보여주고 피니시도 길게 이어지는 풀바디 와인입니다. 화강암 토양에 자란 아베소로 만들며 다양한 생선 등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쿠르보스 수페리오레는 로레이루 75%, 트라자두라 15%, 아린뚜 10%를 블렌딩했으며 감귤, 망고 과일향과 꽃향이 산뜻한 와인입니다. 구운 생선과 즐기면 생선의 잡내와 느끼함을 잘 잡아주고 고소한 맛은 배가 시킵니다.
퀸타 데 산타 크리스티나 스파클링 와인. 최현태 기자
퀸타 데 산타 크리스티나(Quinta de Santa Cristina)도 매력적인 스파클링 와인을 선보였습니다. 퀸타 데 산타 크리스티나 리제르바 브루토 브랑코(Reserva Bruto Branco)는 가장 내륙 지역인 바스투에 자라는 아린뚜 100%로 빚은 전통방식 스파클링으로 감귤류 시트러스향과 배, 복숭아 등 핵과일, 말린과일, 브리오슈와 견과류향 보통 샴페인을 마실때 기대되는 요소들을 두루 갖췄습니다. 꽃향기와 미네랄 뛰어난 아린뚜 품종의 캐릭터도 잘 살렸고 입안에서 긴 여운도 이어집니다.
퀸타 데 산타 크리스티나 아잘. 최현태 기자
퀸타 데 산타 크리스티나 알바리뉴. 최현태 기자
산타 크리스티나 아잘은 아잘 품종의 매력을 잘 보여줍니다. 신선한 청사과향과 꽃향이 입안을 채우며 생기발랄하면서도 날카롭지 않은 산도가 매력입니다. 가벼운 핑거푸드와 즐기기 좋습니다. 산타 크리스티나 알바리뉴는 저온 발효를 통해 과일향을 최대한 뽑아내고 리숙성을 통해 볼륨감을 키웠습니다. 부드럽고 농축된 과일향이 풍성하게 펼쳐지고 피니시도 길게 이어집니다. 퀸타 드 산타 크리스티나는 2004년부터 본격적인 와인 생산을 시작해 비교적 역사가 짧은 와이너리입니다. 포도밭은 해발고도 400m에 있으며 퀸타 데 산타 크리스티나, 퀸타 다 카펠라(Quinta da Capela), 퀸타 데 살궤이호스(Quinta de Salgueiros) 세 곳의 포도밭은 60ha에 달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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