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치닫는 美 상업용 부동산 시장] 미국 오피스 투자는 리스크? 기회?…엇갈리는 전망

민서연 기자 2024. 4. 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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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70%는 중소·지역 은행
줄도산 위기 시나리오 나오기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사람들의 근무 형태가 변화하고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지자, 한때 투자자들이 ‘없어서 못 사던’ 오피스들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해 아파트로 변신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조기 파산을 선언한 지 1년, 앞으로 또다시 현실화할지 모르는 미 금융권 위기의 뇌관은 상업용 부동산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폭락은 과거에도 있었던 현상이다. 그러나 이번 현상은 일시적 원인이 아닌 근무 방식 등 구조의 변화로 촉발돼 금리 인하가 아닌 이상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상업용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생겨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준·Fed)조차 대응 가능한 문제로 여기는 등 전문가들이 느끼는 온도 차는 엇갈리는 상황이다.

뉴욕 맨해튼 지역 고층 빌딩들. AP연합

"역대급 공실률, 앞으로도 높아질 전망"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9년 말 12.1%였던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2023년 4분기엔 19.6%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엔 19.8%로 더 올랐다. 지난 40여 년간 분기별 공실률 최고치였던 19.3%를 갈아치운 수치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등 대도시는 20%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2024년 말에는 19.8%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2년 기준 오피스 시장가치는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보다 6641억달러(약 892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이유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국 근로자들의 근무 형태가 재택근무 등 다양해진 탓이다. 수요는 줄었는데 1980~90년대 물밀듯이 지어진 사무실들이 갈 곳을 잃은 것이다. 이로 인해 주요 도시에서는 세수 부족이 나타나고 세금 인상설까지 돌고 있다. 애런 페스킨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의장은 “상업용 부동산 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인해 향후 몇 년 동안 10억달러(약 1조3433억원)의 시 재정 적자를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람이 떠나 ‘좀비 타워’가 된 오피스들은 가치 보존을 위해 아파트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미국 부동산 조사 기관 렌트카페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벌써 5만5300개가 넘는 오피스가 주택으로 용도 변경을 신청했으며, 이는 3년 전인 2021년 같은 시점의 조사 대비 네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무실은 사람들이 통상적인 주거지역으로 생각하지 않는 곳에 있는 경우가 많고, 열리지 않는 창문이나 주거 형태와 다른 인테리어 등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CNN비즈니스는 뉴욕의 3%, 덴버의 2% 정도만이 주거용 건물로 개조할 수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역설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70% 떠안은 중소·지역은행

진짜 문제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3월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CRE) 관련 부채의 만기 도래 규모는 5440억달러(약 730조7552억원)에 달한다. 금리와 공실률 모두 높은 상황에서 은행들은 이를 한꺼번에 상환하거나 훨씬 높은 금리로 재융자해야 하는데, 2023년 SVB의 파산, 시그니처은행의 붕괴를 본 금융권이 대출을 쉽게 내줄 리 없다. 대출이 안 된다면 상환을 위해 시장에 오피스를 내놓아야 하는데, 월가에서는 자산가치가 대출 규모를 훨씬 밑도는 CRE 건수가 두 자릿수(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5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1조달러(약 1343조원) 규모의 CRE 대출 가운데 약 70%는 중소·지역 은행이 안고 있다. 미국 은행 중 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 이상인 은행의 CRE 대출 비중은 12.8%수준이다. 반면 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 미만인 은행은 해당 비중이 35% 수준에 달한다. 부실채권은 이미 급증하는 추세다. 2022년 이후 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의 CRE 대출 연체율은 이미 상승세를 탔는데, 2022년 3분기 해당 대출의 연체율은 0.64%에서 2023년 3분기 1.07%까지 올랐다.

실제로 2024년 1월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사태가 시장의 경계감을 끌어올렸다. 자산이 1000억달러가 넘는 중형 은행인 NYCB가 1월 말 공개한 4분기 실적이 CRE 대출 부실화에 대비한 대규모 대손충당금으로 예상 밖 손실을 기록하면서다. NYCB는 2월 6일(이하 현지시각) 10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급한 불을 겨우 껐지만 시장에서는 중소 은행들의 줄도산과 은행 위기라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는 해외 부동산을 믿은 투자자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국 부동산 투자신탁, 공모 펀드 등 상품이 다양한데 수익률은 모두 높지 않은 상태라 골머리를 앓는 투자자들이 많다. 예컨대 2월 21일 만기가 돌아와 손실을 보게 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맵스 9-2호) 투자자들은 상품 구조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판매사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소송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의 부정적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3월 21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피치는 “이번 사이클에서 사무용 부동산 가치는 현재까지 35% 하락했다”며 “아직 금융 위기 당시의 47% 하락보다는 가치가 높은 상황이나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하락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S&P는 3월 27일 미국 지역 은행 5곳에 대해 CRE 부실 우려를 이유로 결국 이들 은행의 신용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무디스는 상업용 부동산 우려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오피스 투자 나선 공룡들

이런 상황에도 일부 투자 그룹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저점에 도달했다는 시각을 숨기지 않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자산운용사 슈뢰더는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 의향을 내비쳤다. 짐 가먼 골드만삭스 부동산 투자 부문 글로벌 총괄 겸 파트너는 3월 13일 미국 CRE 시장이 더디게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이 다시 매수할 기회”라며 적극적 투자 재개를 밝혔다.

투자 업계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는 금리 인하에 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긍정적인 신호에도 원인이 있다. 파월 의장은 3월 7일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진전이 있다면 그 과정(금리 인하)을 시작할 수 있고, 또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가능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머지않아(not far from it) 그런 확신을 갖게 될 때 규제를 완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오피스 위기의 주원인 중 하나인 고금리가 해결되면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도 청신호가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은행 위기와 별개로 세계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최근 몇 년간 크게 둔화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세계은행(WB)은 3월 27일 ‘하락하는 장기 성장 전망’ 보고서에서 “노동력 공급과 투자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지 않을 경우 특정 지역이나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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