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왕 '단종'의 넋을 기린다… 단종문화제 26일부터 사흘간 열려

2024. 4. 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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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군

제57회 단종문화제가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 196호인 강원 영월군 장릉(莊陵)과 동강 둔치, 영월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펼쳐진다. 단종문화제는 어린 나이에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지를 전전하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조선 6대 임금인 단종과 충신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역사 문화 축제다. ‘단종의 옷자락을 따라’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문화제에선 옛 국장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단종 국장 재현 행사를 비롯해 단종 제향, 칡 줄다리기, 정순왕후 선발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불꽃놀이와 드론 라이트 쇼도 예정돼 있다.

비운의 왕 단종이 왕위를 찬탈당하고 유배를 온 청령포 모습. 청령포는 강과 험준한 암벽이 사면을 막고 있어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육지 속 작은 섬이다. 청령포에선 단종이 유배 당시 생활했던 단종어소와 국내에서 가장 큰 소나무인‘영월 청령포 관음송’을 볼 수 있다. /영월군 제공

◇조선 비운의 왕 ‘단종’, 넋을 기린다

비운의 왕이라 불리는 단종(端宗)은 조선 6대 임금이다. 단종은 세종의 장자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문종이 즉위 3년 만에 승하하자 1452년 열두살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왕위에 오른 지 3년 만인 1455년 숙부인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했고, 강원도 영월군 청령포로 유배돼 열일곱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단종의 고혼과 넋을 기리기 위해 영월군은 지난 1967년부터 매년 주민 주도로 단종제를 지내왔다. 1990년부턴 단종문화제로 이름을 바꾸며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축제로 키웠다. 올해도 오는 26일부터 단종문화제가 펼쳐진다.

옛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단종 국장.

단종문화제의 메인 프로그램은 행사 둘째 날인 27일 펼쳐지는 단종 국장이다. 단종은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뒤 노산군으로 강봉됐다가 1698년 숙종에 이르러 단종으로 복위됐다. 이 때문에 단종은 조선 27명의 왕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다.

영월군민들은 단종이 승하한 지 550년이 되던 2007년부터 단종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국장 재현 행사를 갖고 있다. 단종 국장 재현행사는 동강 둔치에서 단종이 잠든 장릉(莊陵)까지 이어진다. 군민들은 조선시대 복식(復飾)을 차려입고 재현 행사에 참여한다. 국장은 영조국장도감의궤 등 문헌을 참고해 옛 국장방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선시대 국장을 재현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칡 줄다리기. 칡으로 만든 길이 70m 줄을 양쪽에서 마주 잡고 힘을 겨루는 놀이다.

행사 첫날엔 단종의 부인인 정순왕후의 강인한 정신을 기리기 위한 정순왕후 선발대회도 펼쳐진다. 열다섯의 나이에 왕비에 책봉된 정순왕후는 82세 고인이 될 때까지 단종을 그리며 외로이 살았다. 1998년 첫선을 보인 정순왕후 선발대회는 기혼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심사를 통해 정순왕후와 권빈, 김빈, 동강, 다람이, 인기상 등을 시상한다. 정순왕후 선발대회에선 단종을 향한 정순왕후의 절절한 순애보를 기억하고 거룩한 생애를 표현한 공연도 펼쳐진다.

행사 마지막 날인 28일엔 영월 전통 민속놀이이자 강원도 무형문화재인 칡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칡 줄다리기는 숙종 때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중단됐다가 1967년 제1회 단종제에서 소규모 민속행사로 재현됐다. 칡 줄다리기는 칡으로 만든 길이 70m 줄을 양쪽에서 마주 잡고 힘을 겨루는 놀이다. 군민들은 동강을 중심으로 동편과 서편으로 편을 나눠 편장의 지휘 아래 힘을 겨루며 이를 통해 주민 화합과 풍년 농사를 기원한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2호 단종 제례에서 펼쳐지는 육일무.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2호 단종 제례도 빼놓을 수 없다. 단종 제례는 단종과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충신들의 넋을 위로하는 국내 유일의 제례다. 36명이 줄을 지어 추는 춤인 육일무와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의 제례악 연주도 펼쳐진다.

◇전시·공연·체험 프로그램도 풍성

이번 단종문화제는 관람형 축제에서 주민·관광객 참여형 축제로 변신을 꾀했다. 올해 첫선을 보이는 단종 퍼레이드와 영월군민마당이 대표적이다. 단종 퍼레이드는 주민들이 취타대와 단종·정순왕후, 도깨비, 풍물단 등으로 변신해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행렬하며 축제의 흥을 돋는 것이 포인트다. 동강 둔치에서 진행되는 영월군민한마당에선 관광객들이 직접 영월의 대표 먹거리인 전병을 만들고 맛볼 수 있으며 단종과 사육신·생육신 등 충신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역사 체험 프로그램인 ‘충신을 찾아라!’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 196호인 강원 영월군 장릉.

영월과 단종 등에 대해 알아보는 ‘울려라! 깨비 역사 퀴즈쇼!’와 가족단위 참여 미션게임인 ‘달려라! 깨비마블’도 펼쳐진다.

또 우물고누와 격구, 전통 활쏘기 등 전통 놀이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으며 취타대로 변신해 전통 악기를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다.

먹거리 마당에선 도리뱅뱅, 삿갓비빔밥, 떡갈비, 염소탕, 올챙이 국수, 허파전 등 영월지역 특색이 담긴 다채로운 별미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공연 행사도 다채롭다. 축제 첫날 장민호·허민영·노수영 등이 개막 콘서트를 갖고 단종문화제의 화려한 막을 연다. 청소년 뮤지컬 ‘아이캔플라이’와 벌룬매직쇼, 키즈매직쇼, 저글링 매직쇼 등도 축제기간 이어진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영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널리 알리고 지역 주민의 문화 의식을 높이며 지역 사회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 단종문화제의 기획 포인트”라며 “축제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관광 자원을 널리 알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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