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향’ 물어본 독일 경찰…‘인종차별’ 배상 판결

조해영 기자 2024. 4. 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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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방법원이 아프가니스탄 이주민의 후손인 대학생의 신원을 확인하면서 '진짜 고향'을 물어본 베를린주 경찰이 인종차별 언행을 했다고 인정하고 750유로(약 11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독일 베를린 차별금지네트워크(ADNB)의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15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미테 지방법원은 인종차별 언행을 한 혐의로 경찰관에게 750유로(약 110만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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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독일 쾰른 기차역을 순찰 중인 현지 경찰. AP 연합뉴스

독일 지방법원이 아프가니스탄 이주민의 후손인 대학생의 신원을 확인하면서 ‘진짜 고향’을 물어본 베를린주 경찰이 인종차별 언행을 했다고 인정하고 750유로(약 11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독일 베를린 차별금지네트워크(ADNB)의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15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미테 지방법원은 인종차별 언행을 한 혐의로 경찰관에게 750유로(약 110만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베를린에서 주경찰이 차별금지법(LADG)에 따른 인종차별 행위를 했다고 인정받은 사례는 2020년 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법원이 문제라고 판단한 경찰의 발언은 “‘진짜’ 어디서 왔냐”는 것이었다. 2020년 여름 대학생인 자이드 엔은 베를린 미테 지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경찰은 신원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엔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엔은 독일 서부 도시인 보훔에서 태어났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경찰은 재차 “‘진짜’ 어디서 왔냐”고 질문했다.

엔은 아프가니스탄 이주민의 후손으로 독일에서 태어났다. 엔은 경찰의 질문이 성별, 민족, 인종이나 유대주의 특성, 종교, 장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베를린 차별금지법을 위반한다고 봤다. 게다가 목격자들은 이 경찰이 엔에게 다시 질문하는 과정에서 엔의 말투를 흉내 내는가 하면, 다소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도 증언했다.

경찰은 처음에 100유로(약 15만원)의 보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엔은 이를 거부하고 2021년 말 베를린 차별금지법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고, 3년여 만에 경찰이 엔에게 750유로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경찰 쪽에서 한 달 이내에 항소가 가능하다고 현지 매체 ‘슈테른’은 전했다.

베를린 차별금지네트워크는 보도자료에서 “경찰은 원고가 차별을 받았다고 느끼게 한 것을 후회한다고 사과했으나, 판사는 이 말이 충분한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며 “(이번 판결은) 차별을 당한 사람이 권리를 행사하고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당사자인 엔도 “긍정적인 판결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계속해서 나를 가해자로 묘사했고, 끝까지 인정과 사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2020년 6월 발효된 베를린 차별금지법은 독일 최초의 주 정부 차원의 차별금지법이다. 독일에서는 2006년부터 연방 차원의 차별금지법인 일반평등대우법(AGG)이 시행 중이지만, 베를린 차별금지법은 연방법보다 차별 사유를 세밀하게 정하는 한편 법을 준수해야 하는 기관을 구체적으로 경찰·관공서 등 공공기관으로 규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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