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 한성태 KERI 전기응용연구본부장 “발사체·원자로 용접 우리 손으로”

노동균 2024. 4. 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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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응용연구본부는 산업 고도화·첨단화에 따른 생산설비와 제조장비 혁신에 직결되는 도전적인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있다.

한 본부장은 "산업이 고부가가치 분야로 옮겨감에 따라 고정밀을 요하는 용접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나아가 전자빔 용접이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한 제품도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고성능 전자빔 용접기만 할 수 있는 맞춤형 첨단 원천 장비를 국내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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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태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응용연구본부장.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응용연구본부는 산업 고도화·첨단화에 따른 생산설비와 제조장비 혁신에 직결되는 도전적인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있다. 전기응용연구본부를 이끄는 한성태 본부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기물리 분야 전문 연구자다. 진공을 날아가는 자유전자를 이용한 고전압·고주파 전기장비를 주로 연구해왔다.

한 본부장의 최근 대표 연구성과로는 99% 이상 수입에 의존해온 '전자빔 용접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전자총' 핵심 기술 국산화를 꼽을 수 있다.

산업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용접은 각종 금속 소재를 서로 녹여 붙이는 작업이다. 전통적인 용접은 방전시 발생하는 스파크인 '아크'나 레이저를 직접 조사해 발생하는 열을 활용한다. 전자빔 용접기는 전자 운동에너지로 소재를 서로 붙인다. 전자빔을 쏘면 높은 전압으로 가속된 전자가 용접물에 충돌하면서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데 이 때 생긴 고열로 용접물을 서로 접합시키는 원리다.

전자빔 용접은 기존 용접으로 해결할 수 없던 두꺼운 소재의 무결합 접합을 가능하게 해준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첨단기기 제작 필요성이 높아지는데 대표적인 게 우주항공, 방산, 원자력 분야다. 실제 2021년 발사된 누리호 발사체 연소기에도 특수강 소재와 부품을 흠결 없이 붙이기 위해 전자빔 용접기를 활용했다. 12대 국가전략기술 대부분이 전자빔 용접을 필요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전자빔 용접기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주로 독일과 일본 등에서 관련 장비의 99% 이상을 수입하고 있었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수입 장비 사용 문제는 단지 비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과정에서 자칫 민감한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 더 치명적이다. 이번 연구성과로 전자빔 용접기의 핵심인 전자총과 구동전원 시스템을 국산화하면서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한 본부장은 “산업이 고부가가치 분야로 옮겨감에 따라 고정밀을 요하는 용접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나아가 전자빔 용접이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한 제품도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고성능 전자빔 용접기만 할 수 있는 맞춤형 첨단 원천 장비를 국내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전자빔 용접기는 전자총 가속 에너지가 높을수록 소재 내부로 열원을 침투시킬 수 있는 정도가 크다. 국산화한 전자총은 출력(60㎾)과 가속전압(120㎸)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웬만한 두께의 대형 소재와 부품 용접에 활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20년 이상 축적해 온 고전압 기술을 토대로 전계·자계 구조 최적화, 전압 불균형 최소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실을 맺었다. 이번 연구는 한라이비텍, 한국기계연구원 부산기계기술연구센터 레이저실용화연구실, 부경대가 함께했다.

기술 특허 출원과 해외 논문 게재까지 완료한 KERI는 연구를 지속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적용할 수 있는 초대형 대전류 전자총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나아가 고강도가 요구되는 복잡한 금속 구조물의 3D 프린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자빔 용접 활용을 위해 금속용융, 소재경화, 표면처리, 코팅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어기술도 확보한다는 목표다.

한 본부장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전자총을 국산화할 수 있는 역량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이를 요구하는 산업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았을 뿐 기반 기술은 차근차근 축적해오고 있었다”면서 “과학기술은 당장 활용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날이 오기 때문에 장기 투자라는 관점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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