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시계 3년 전으로 돌려보니, 과일 123% 채소 36% 급등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4. 4. 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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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빨간 화살표다. 애석하게도 주식 그래프가 아닌 물가 그래프다. 4월 15일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3% 상승했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소비재는 언제부터 얼마나 오른 걸까. 물가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려봤다. 

* 평균상승률은 4월 1주 차를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수치는 표에 기재된 항목에만 해당.

매달 3%씩 상승하는 소비자물가,
1년 만에 19.5% 상승한 신선식품지수

‘소비자물가지수’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통계청이 작성하는 지수다. 소비지출 중에 구입 비중이 큰 458개의 상품 및 서비스 품목 가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 수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2023년 3월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좀 더 밀접하게 물가와 연관된 지수는 '생활물가지수’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측정 대상인 458개 품목 중에서도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의 변화 폭을 측정하는 지수다. 소비자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갔을 때 느끼는 물가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해서 '장바구니 물가지수’로도 불린다. 두부, 라면, 돼지고기, 쌀, 닭고기, 의료비, 공과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품의 인상폭이 컸는데, 전년 동월 대비 5.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보다 더 민감한 지수가 '신선식품지수’다. 의식주 가운데 식품군에만 초점을 맞춘 조사로, 그야말로 먹고사는 데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항목 51가지가 대상이다.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채소류를 비롯해 육류, 생선류 등 소비자들이 매일 식탁에 올리는 식재료가 중심인 만큼, 소비자의 체감도가 가장 높다. 신선식품지수는 2023년 3월 대비 19.5%나 증가했다. 그런데 어떤 품목이 얼마나 상승했을까? 통계청과 한국소비자원, 한국물가정보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 3년간의 가격 동향을 살펴봤다.

금사과 은참외, 과일 가격 동향
물가가 상승할 때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영역이 바로 신선식품이다. 특히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된 상품군은 과일이다. 통계청이 2024년 2월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과일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2% 상승하면서 무려 32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사과는 71%, 귤은 78.1%, 배는 61.1% 넘게 가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상승폭이 적거나 없는 바나나, 망고 등 수입 과일이 대체재로 떠오르는 중. 3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인상폭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2021년 개당 4000원이었던 사과는 올 해 8000원으로 정확히 2배 올랐다. 심지어 배는 3000원에서 9000원으로 3배, 딸기는 3000원에서 1만 원으로 3.33배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 과일인 바나나가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오른 것에 비하면, 국산 과일의 인상폭이 유독 큰 것을 알 수 있다.
물가상승의 뜨거운 감자, 채소 가격 동향
채소 역시 과일과 함께 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통계청이 2024년 2월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때 대파는 50.1%, 토마토는 56.3%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물가정보가 제공한 전통 시장 채소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애호박 가격은 개당 1500원 정도였지만 3년 만에 2500원으로 올라 66.67%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된장찌개 끓이기가 무섭다"는 주부들의 한탄이 충분히 이해된다. 다만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감자나 양파처럼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의 가격은 그리 급등했다고 볼 수 없다. 2020년 작황 부진의 영향으로 2021년 봄에도 감자와 양파는 비쌌다.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한 품목으로는 상추와 토마토, 애호박 등이 눈에 띈다. 상추는 4000원에서 6000원으로 50% 상승했고, 토마토는 1만 원에서 2만5000원으로 150%, 애호박은 1500원에서 2500원으로 66.6% 올랐다. 이에 비해 대파 가격은 긴급 지원금 편성 등으로 잠시 하락한 것이 눈에 띈다. 단 불과 한 달 전 가격은 5480원을 기록했다.
고기 없인 못 살아, 축산물·수산물 가격 동향
가족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구워 먹는 삼겹살과 불금에 빠질 수 없는 메뉴 치킨. 이 같은 고기류는 그나마 인상폭에서 선방하는 추세다. 다만 달걀은 꾸준히 상승하는 중. 그에 비해 고등어나 오징어처럼 식탁에 흔히 오르는 수산물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포획량 감소 및 수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할인 지원금 집행 등이 반영된 결과다. 가정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단백질 공급원인 달걀은 지난 3년 새 14.4% 인상됐고, 삼겹살은 15.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이 가장 크게 상승한 닭고기의 인상폭은 44.7%로, 소고기 등심의 인상률이 20%인 데 비해 인상률이 2.2배에 달한다. 마트에서 더 선뜻 집기 힘든 품목이 됐다.
라면 너마저! 가공식품 가격 동향
라면이나 즉석밥, 밀가루, 국수 등 가공식품은 1인 가구나 저소득층의 식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다소비 가공식품 가격 동향에 따르면, 총 27개의 다소비 가공식품과 7개의 집중관리품목 중 22개 품목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중관리품목인 라면은 0.8%, 식용유는 5.9%, 설탕은 2.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해당 품목에 대한 조사에서는 유통업체 할인 행사로 인한 가격 하락분까지 반영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지난 3년간 가장 눈에 띄게 가격이 상승한 품목은 밀가루다. 1kg이 1000원에서 1900원으로 90% 넘게 상승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원인이다. 덩달아 국수도 27% 이상 올랐다.

집밥이 답인가, 외식비 가격 동향
외식 물가는 한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서는 삼겹살과 짜장면 등 대표적인 외식 메뉴 8가지의 가격 동향을 매달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데, 2021년 8월 이후 31개월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1인분에 1만 원 이하로 가격이 형성된 메뉴는 김밥과 짜장면, 칼국수 등의 분식 메뉴와 김치찌개 백반 정도에 그친다. 삼겹살은 1만9400원 선으로 2만 원을 넘어설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3년 전과 비교해 상승률이 가장 높은 외식 메뉴는 짜장면이다. 약 27% 상승했다. 그 뒤를 쫓는 음식이 김밥이다. 22.22% 올랐다. 이 외의 메뉴들은 20% 미만 상승했는데 김치찌개가 15.9%, 삼겹살 15.4%, 삼계탕 18.3% 올랐다.

야속하다 야속해! 위생용품·가사용품 가격 동향

실생활에 두루 쓰이는 가사용품과 위생용품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023년 2월 대비 2024년 2월의 생활물가지수는 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식품을 제외한 공산품만 추려보면 상승률이 2.6%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전년 동월 대비 상승폭이 가장 큰 위생용품은 생리대와 섬유유연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치약과 세탁세제는 가격이 하락했는데, 유통사의 할인 행사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3년간 가장 크게 오른 품목은 샴푸다. 2021년 4900원이었던 샴푸가 올해는 1만2900원으로 올라 163%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 역시 기간별 프로모션이나 할인 행사 등의 영향으로 편차가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일상생활에 쓰이는 가사용품 카테고리는 대체로 1.5배 이상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섬유유연제는 9700원대에서 1만9000원으로 1만 원 가까이 상승해 95%의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키친타월도 4560원에서 8600원으로 약 90% 올랐다.

사진 게티이미지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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