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MS를 시총 1위로… 비결은 ‘포용과 공감’[Leadership]

황혜진 기자 2024. 4. 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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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 Microsoft CEO 사티아 나델라
인도서 태어나 미국서 석사 취득
기초부족 지적에 쪽잠 자며 연구
MS 평사원서 22년만에 CEO로
뇌성마비 첫째 아들과 소통하며
상대의 생각과 감정 이해하게 돼
윈도 영광 도취하던 조직 탈바꿈
테크기업CEO 중 GOAT로 꼽혀

사티아 나델라(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취임 10년 만에 평범함 속에 빠져 있던 MS를 환골탈태시키고 세계 최고 빅테크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년 새 MS 가치를 10배 높인 나델라 CEO는 애플을 꺾고 MS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만들었다.

◇재임 10년 새 10배 된 시총 = 지난 2014년 나델라가 CEO로 임명됐을 당시 MS의 시총은 3000억 달러(약 416조 원)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하지만 나델라 CEO가 취임 10년을 맞은 올해 초(1월 25일) MS의 시총은 3조 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시총 3조 달러를 넘은 기업은 애플뿐이었다. MS 주가는 이후 더 오르면서 애플까지 누르고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MS의 시총은 3조39억 달러로 애플(2조5794억 달러)을 누르고 석 달 가까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임 CEO인 스티브 발머의 재임 기간 웹 검색과 모바일 서비스에서 구글·애플에 완전히 밀리고, 소셜 미디어 분야는 시도조차 못 해 주가가 30% 폭락했던 것에서 상전벽해의 실적을 거둔 것이다.

MS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20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했다. 이는 시장조사기관인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인 매출 611억2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치였다. 순이익 역시 2022년 4분기 164억3000만 달러에서 218억7000만 달러로 33% 급증했다. 이는 지난 2년간 MS가 기록한 가장 높은 성장 폭이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는 올해에는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MS의 성장을 나델라 CEO의 공으로 돌렸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는 “그는 특별한 인물로, 수많은 테크 CEO 중에서도 GOAT(Greatest of All Time·특정 분야 역대 최고 인물)에 꼽힐 만한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시큐리티 분석가도 “테크 기업에서 나델라의 업적과 견줄 사례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돌아와 아이폰으로 반전을 꾀한 것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몰락하던 MS 살린 구원투수… 조직문화 바꾸고 클라우드·AI 신사업으로 = 나델라가 CEO로 취임한 2014년 MS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전 세계는 이미 모바일 시대로 바뀌었지만 MS는 PC 시대 산물인 윈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 영광에 젖어 미래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2010년 시총은 애플에 추월당했고 모바일과 웹 검색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며 신생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를 들고 나선 구글에도 압도당했다.

나델라 CEO는 취임 직후 MS의 내부 문화와 전략에 혁신을 가했다. 변화와 혁신을 외면하는 폐쇄적인 조직 문화 바꾸기에 나선 것이다. 나델라 CEO는 취임 당시 직원들에게 “우리가 종사하는 정보기술(IT) 업계는 전통에 붙잡히지 않고 오직 혁신만을 존중한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후 나델라 CEO는 자신의 말대로 MS의 주력 사업이었던 윈도·오피스 등 PC 소프트웨어 대신 클라우드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발머 전 CEO가 76억 달러에 노키아 무선 사업부를 인수하며 진출했던 휴대전화 사업도 접었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AI, 게임 등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러한 전략들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회사였던 MS를 AI와 클라우드, 게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선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 결과,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에 이어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2023년 4분기 기준 MS의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0% 상승한 258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인수와 투자 역시 MS가 규모를 키워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로 등극하는 데 일조를 했다. MS는 2016년 SNS 서비스인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에 인수해 큰 주목을 받았다. 2020년에는 오픈AI에 대한 투자로 챗봇 기술인 챗GPT3를 비롯한 여러 AI 기술을 선도하며 기술 혁신의 최전선에 섰다. 지난해 1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쏟아부어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발 늦은 구글·아마존은 오픈AI의 경쟁사인 앤스러픽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AI 업계에선 MS와 오픈AI의 동맹이 가장 앞서나가는 조합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나델라 CEO는 링크드인을 인수하며 소셜 미디어 분야에서도 자리 잡았고, 마인크래프트를 제작한 게임사 모장과 ‘세기의 딜’로 불린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을 합병해 게임을 MS의 강력한 현금 창출원으로 만들었다.

◇비결은 공감 능력 중시… 외유내강형 리더 = 나델라 CEO는 1968년 인도 하이데라바드시에서 태어나 인도 망갈로르 대학 부속 마니팔 공과대학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나델라는 위스콘신-밀워키 대학에서 전산학 석사를, 시카고 대학에서 MBA를 이수했다. 대학 졸업 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잠깐 몸담은 그는 1992년부터 MS에 합류해 윈도NT를 제작하는 부서에서 일을 시작했다. 나델라 CEO는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를 이끌며 두각을 드러냈다. 오늘날 MS의 핵심 사업인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도 그가 이 부서의 수장에 올라 사업부를 이끌면서다. 2012년에는 그가 이끈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가 기존 핵심사업인 윈도 사업부의 매출을 뛰어넘기도 했다. 나델라 CEO는 이렇게 22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뒤 MS의 CEO가 됐다.

나델라 CEO는 부드러운 외모에 승부사 근성을 갖춘 전형적 외유내강형으로 꼽힌다. 미국 대학원 유학 시절엔 “기초가 부족해 제때 졸업하지 못할 것 같다”는 교수의 핀잔을 듣고는 매일 연구실 바닥에서 쪽잠을 자면서 연구에 매달린 끝에 결국 2년 만에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그는 거대 기술기업을 이끄는 리더로서 공감과 포용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선천적 뇌성마비를 앓던 첫째 아들을 키우며 터득한 리더십 덕목이라고 한다. 그는 자서전 ‘히트 리프레시’에서 자신의 인생에 빛을 비춰준 두 사건을 꼽았다. 하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그의 전부였다는 크리켓이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잘할 때까지 자신에게 기회를 주며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도와준 주장을 언급하면서 그는 여기에서 동기부여의 소중함을 배웠다고 했다. 또 하나는 뇌성마비로 태어난 큰아들이 2002년 2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삶의 굴곡을 통해서만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고통받은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MS 같은 기업의 존재 이유였다고 밝힌 바 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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