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2년 만에 첫 시집… “상처난 기억에 새살 덮듯 써내려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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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꿈꿔본 적 없지만 시 창작 동아리를 기웃거린 학생이 있다.
"시인이라는 건 시를 쓰고, 또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시에도 자신이 없었고 생계는 막막했죠."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위트앤시니컬'에서 만난 남 시인은 시인으로 사는 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스승이었던 김행숙 시인의 말과 허수경 시인의 말을 빌린 김민정 시인의 위로,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가르치며 만난 아이들의 소중한 목소리를 시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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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추억 뒤섞인 유년시절 그려
시인을 꿈꿔본 적 없지만 시 창작 동아리를 기웃거린 학생이 있다. 왠지 시는 지금밖에 쓰지 못할 것만 같아서 졸업반을 다니며 열심히 시를 쓰며 합평회에 나갔다. 친구가 투고한 시는 201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았고 이문재 시인은 “첫 시집 출간이 진짜 데뷔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그렇게 등단한 남지은(사진)이라는, 등단 후 첫 시집 ‘그림 없는 그림책’(문학동네)을 내기까지 12년이 걸린 한 시인이 있다.
“시인이라는 건 시를 쓰고, 또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시에도 자신이 없었고 생계는 막막했죠.”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위트앤시니컬’에서 만난 남 시인은 시인으로 사는 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의 생계를 위해 어린이 책을 편집하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렇게 12년이 금세 흘렀다. 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일을 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저를 ‘시인’이라고 불렀어요.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죠. ‘그래 맞아, 나는 시 쓰는 사람인데’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죠.”
‘단 한 대도 때린 적 없이 키웠다는 말// 그러고 보면 그 말은 힝 그럴싸해/ 누나들이 걷어차일 때 막내는 히히힝 달아났으니까// 혼난 적은 있어도 맞은 적이 없는 비겁한 말,// 평생토록 밧줄에 매여 힝힝 끌려다녔지’ - ‘가정과 학습’
시집 속 화자의 유년시절은 폭력으로 얼룩져 상처투성이다. 아버지의 폭력을 뒤로한 채 집을 나왔던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빠와 떨어져 있으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어린 시절의 기억은 힘이 셌다”고 말하며 남 시인은 “되돌아보면 12년은 지금의 시를 위해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커다란 슬픔을 통째로 담는 건 시가 아니라는 강박이 있었다”는 남 시인은 가라앉힌 고통스러운 기억을 솔직한 언어와 리듬으로 풀어냈다.
“다쳤던 자리에 돋은 새살 같은 시”라는 남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는 과거의 기억을 앓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살며 만난 소중한 이들과의 기억도 오롯이 담았다. 스승이었던 김행숙 시인의 말과 허수경 시인의 말을 빌린 김민정 시인의 위로,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가르치며 만난 아이들의 소중한 목소리를 시로 썼다. 상처에 사랑이 스며들어 남 시인만의 유일한 언어가 됐다.
인터뷰를 마치며 가장 애착이 가는 시를 묻자 남 시인은 고민 끝에 작가의 말을 골랐다. 시집 완성을 앞두고 작가의 말을 고민하던 중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초등학교 동창 윤주가 꿈에 찾아 왔다고 한다. ‘“넌 왜 너의 집에 나를 초대하지 않니?” … 열두 살 윤주에게 뒤늦게 이 책으로 편지한다./ 너에게만은 털어놓고 싶던 속비밀이 여기 있다고.’ “이 시집은 저랑 정말 많이 닮았어요. 시집 한 권에 12년이 흘렀는데 윤주에게 대답해주는 일에는 24년이 걸렸네요. (웃음)”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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