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거인’ 기록하는 이유? 다음세대 향한 희망이죠”

신재우 기자 2024. 4. 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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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문학은 경계에 서 있는 문학이다.

학술과 소설 사이를 오가는 전기 문학을 15년간 붙잡고 있는 국내 유일무이한 작가가 있다.

전기 문학의 묘미는 문학적인 표현이나 강렬한 문장이 아니다.

그간 모은 자료와 전기를 바탕으로 한 영상화 작업을 기대하는 한편 전기 문학을 배우고 싶은 작가 지망생이 있다면 언제든지 가르칠 의사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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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파업 갈등 속… ‘의사 선우경식’ 낸 전기작가 이충렬
쪽방촌 주민·가난한 환자 위해
‘요셉의원’ 차린 선우경식 소개
“감정 이입될 때까지 자료 조사
헌책방 발품 팔며 1년 쏟아부어
현재 파업 의식한 것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 느끼는 바 있길”
1세대 전기 작가 이충렬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10번째 전기 ‘의사 선우경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전기 문학은 경계에 서 있는 문학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풀어서 기록하는 전기는 학술적 글이 아님에도 사실과 역사적 근거에 발을 붙이고 있다. 한편으론 문학의 한 장르로서 작가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창작물이기도 하다. 학술과 소설 사이를 오가는 전기 문학을 15년간 붙잡고 있는 국내 유일무이한 작가가 있다. 바로 이충렬(70)이다.

“이번 책이 의료계 파업을 의식하고 쓴 건 아니에요. 그래도 이 책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는 분들에겐 닿길 바랄 뿐입니다.” 간송 전형필을 시작으로 김홍도, 최순우에 이어 김수환, 김대건, 이태석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계와 종교계를 넘나들면서 “존경받는 역사 속 인물들”을 찾아 써온 그가 최근 선택한 인물은 ‘쪽방촌의 성자’로 불리는 선우경식 원장이다. 의료계 파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난한 환자를 위해 요셉의원을 설립한 ‘의사 선우경식’을 10번째 전기로 출간한 이충렬 작가를 최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만났다.

2010년 늦은 나이에 전기 작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젊은 작가들이 가진 반짝이는 감수성”보다는 우직함과 탄탄한 자료조사를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전기는 자료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그는 “인물에 감정 이입이 될 때까지 자료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인물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의 자료조사는 어떤 것일까. 이충렬은 전기를 쓸 인물을 정하면 우선 연보부터 작성한다. 태어난 해부터 사망일 사이 연도별, 월별, 심지어는 시간별로 나오는 사건까지 기록한 후에야 집필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자료조사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전기 한 권을 쓰기 위해 헌책방에서 자료를 구하는 데 드는 비용만 300만∼500만 원에 달한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 작업이죠.(웃음)”

전기 문학의 묘미는 문학적인 표현이나 강렬한 문장이 아니다. 그 대신 이충렬만의 비결이라면 “인물에 몰입할 수 있도록 사건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번 책의 경우 선우경식이 요셉의원을 설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응급실 장면을 선택해 책의 전면에 배치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전기를 쓰는 이유는 “거인들을 다음 세대가 볼 수 있게 남겨놓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에 더 멀리 볼 수 있었다’고 말했듯이 전기를 통해 그들의 성취를 보고 그 정신을 갖게 되면 다음 세대에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1세대 전기작가로서 그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모은 자료와 전기를 바탕으로 한 영상화 작업을 기대하는 한편 전기 문학을 배우고 싶은 작가 지망생이 있다면 언제든지 가르칠 의사도 갖고 있다. 인물 전기에 이어서 ‘서울’을 중심으로 국내 최초로 도시 전기를 쓸 예정이다. “도시 전기까지 잘 마친다면 마지막으로는 제 작가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는 분이 없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한국 출판계에 10명의 거인을 세워둔 그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감동과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찾아 자료로 가득 찬 자신의 집필실로 향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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