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폐선로에 수소트램…소리 없이 멈추고 흔들림 없이 달린다

배현정 기자 2024. 4.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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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도 아니고, 기차도 아니고. 무슨 에스에프(SF) 영화에 나오는 우주 버스 같아요."

지난 19일 오후 울산 남구 매암동의 폐선로 위로 무가선(전선이 없음) 수소트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리 없이 정거장에 멈춰 선 수소트램 위엔 전철 선로에서 볼 수 있는 전선이 없었다.

울산시가 도입한 무가선 수소트램은 수소연료전지에 배터리를 추가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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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태화강역~울산항역 4.6㎞ 구간 국내 첫 정식 개통
지난 19일 오후 3시30분께 울산 남구 매암동 수소트램 임시 정거장에 서 있는 무가선 수소트램 모습. 배현정 기자

“버스도 아니고, 기차도 아니고. 무슨 에스에프(SF) 영화에 나오는 우주 버스 같아요.”

지난 19일 오후 울산 남구 매암동의 폐선로 위로 무가선(전선이 없음) 수소트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폭 2.65m, 길이 35m의 날렵한 차체가 승강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자 정예승(11)양이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함께 모여 트램을 기다리던 아이들의 얼굴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소리 없이 정거장에 멈춰 선 수소트램 위엔 전철 선로에서 볼 수 있는 전선이 없었다. 곧이어 출입문이 열렸고, 대기하던 승무원이 승객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었다. 승무원 안내로 들어선 트램 안쪽에는 가로 2.5m, 세로 1.5m의 통창이 양옆으로 이어져 있었다. 울산항역과 주변 풍경이 훤히 시야에 들어왔다. 세칸짜리 트램에는 한칸당 좌석이 8~10개가 있었다. 차량 사이엔 문이 없어 한때 국내에서 운행됐던 ‘굴절형 버스’를 연상시켰다.

출입문 위쪽에는 트램 노선도와 운행 속도 등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모니터가 있었다. 트램을 리셋하겠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차량 내 전원이 모두 꺼졌다. “전원이 들어왔습니다. 이제 운행을 시작합니다.” 수소가 만들어낸 전기가 공급되면서 내부 조명이 일제히 켜졌고, 얼마 뒤 트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오후 3시30분께 울산 무가선 수소트램을 타고 있는 시민들 모습. 배현정 기자

출발한 지 1분쯤 지나 트램은 속도를 시속 40㎞까지 올렸다. “우와, 전혀 안 흔들려. 물컵을 들고 있어도 안 흘리겠어.” 손잡이를 잡지 않고 통로에 서 있던 김정우(9)군이 소리쳤다. 매립형 트램 선로 대신 과거에 쓰던 산업용 철도를 그대로 사용해 약간의 진동은 있었지만, 아무것도 잡지 않고 서서 이동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기관사는 앞으로 선로를 트램 전용의 매립형으로 교체하면 운행 진동과 소음은 거의 느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트램 운행은 울산시가 마련한 시승 체험 행사였다. 남구 울산항역에서 매암교차로까지 1㎞ 구간을 세번 왕복했다. 다섯칸짜리 트램 한대는 승객을 305명까지 태울 수 있는데, 출퇴근용이 아닌 관광용이다. 사업비 235억원을 들여 태화강역~울산항역 4.6㎞ 구간을 2027년에 정식 개통한다. 강용관 울산시 트램광역철도팀장은 “국제정원박람회 유치와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관광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통 후 울산항역~장생포 고래박물관 구간 1.9㎞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울산시가 도입한 무가선 수소트램은 수소연료전지에 배터리를 추가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외부에서 전기를 따로 끌어오지 않고 트램에 장착돼 있는 수소연료전지가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공기 중에서 걸러낸 산소를 수소연료와 결합해 물을 생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에너지가 만들어진다. 남는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된다. 한차례 수소연료를 충전하면 최대 200㎞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배터리 충전식 트램보다 10배 정도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운행 비용이다. 트램을 제작한 현대로템의 강광호 연구원은 “수소값이 현재는 ㎏당 8천~1만원을 오가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교통수단보다 아직은 운행비가 1.6배 정도 높다”고 했다.

배현정 기자 spr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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