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전쟁 때문에 오른 공사비 "어쩌라고"… 냉정한 KT에스테이트
[편집자주] 민영화 22년째를 맞는 이동통신사 KT가 100% 출자한 부동산 개발회사 KT에스테이트와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내고도 시공사들에는 공사비 상승분 지급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급계약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합의한 시공사가 준공을 완료한 후에 공사비를 요구한 것은 법적으로 이행할 이유가 없다는 게 KT에스테이트 측의 주장이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천재지변 등 예외사항이 아닌 경우 공사비 상승분을 인정하지 않는 관행 계약이다. 경쟁 입찰에서 협상력이 약한 도급사에는 부당특약이라는 게 시공사들의 항변이다.
(1) 위성도 팔아먹던 'KT', 개발이익 수천억 내고도 시공사 적자는 외면
(2) 코로나·전쟁 때문에 오른 공사비 "어쩌라고"… 냉정한 KT에스테이트
(3) [르포] 대기업 시공사들도 두 손 든 'KT에스테이트'
반대로 시공사들은 통상적인 범주 내의 물가변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급격한 경기변동이 발생해도 3~4년 내 30% 수준의 물가변동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축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8월 118.59에서 지난해 8월 150.37로 26.8% 인상됐다.
민간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 특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무효 조건은 계약 당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긴 경우 등이다. KT에스테이트는 기성 조기지급과 공기 연장, 설계변경 등 쌍용건설의 요청을 대부분 반영했고 사용승인 후에 공사비 합의를 이뤄 최종 정산과 대금 지급을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입찰공고문에 입찰자는 물가와 환율 변동의 가능성을 감안해 입찰금액을 산정해야 하고 계약금액의 조정이 없는 점이 표시돼 있을 뿐 아니라 현장설명회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면서 "발주자는 시공사가 제출한 입찰금액에 기초해 사업성을 결정했고 만약 예상보다 시공사 이익이 증가했다고 이를 회수할 방안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공사와 합의 하에 이뤄진 계약 조건이므로 추가 공사비 지급의 법적 의무가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상생협력 차원에서 법에 따라 원만히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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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과 한신공영은 국토교통부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정부는 3월28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해 물가변동 배제특약 관련 공사비 분쟁의 신속한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앞서 2022년 4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해 시공사들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8월 물가변동 조정방식 등을 규정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도 고시했다. 하지만 유권해석에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
대한상사중재원과 대한건설협회가 지난해 12월 주최한 '민간건설공사 인프라 개선 세미나'에서 김효석 국토부 건설정책과 사무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사태 등은 계약 당시에 예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안전과 품질을 위해 적정 공사비가 확보돼야 하고 물가변동을 일부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대법원은 2020년 판례에서 "당사자가 계약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 체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발주사인 KT 입장에서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공사비를 지급할 경우 배임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김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갑의 위치에 있는 발주자의 협상력이 더 강하므로 도급계약에서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하는 특약의 사례가 많다"면서 "다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은 계약 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부당특약)에 대해 무효라고 정하고 세부 사안에 따라 부당특약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경우에도 변동분 일부를 인정한 조정 사례들이 있다"면서 "다만 민간계약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2호에 따라 유사 규정이 있어 당사자 일방에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특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계약 세부조건에 따라 재판에서 인정될 지 여부는 특정 회사의 사례로 판단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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