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감원’ 브레이크 걸린 전기차 전환…시련의 배터리

2024. 4. 2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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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SK온의 충남 서산공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강남 집 팔아 2차전지 사라”던 밧데리 아저씨도 “나만 없어, 에코프로” 밈(Meme) 주식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됐던 2차전지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반전됐다.

올해 초부터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잇따른 전기차 감산 및 생산 중단에 이어 미국과 유럽의 내연기관 규제 완화, 테슬라와 CATL의 협력 논의 소식이 전해지는 등 비우호적인 시장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혹한기 닥쳤다

최근 전기차 판매 1위 테슬라가 포드, 스텔란티스, 폭스바겐에 이어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하며 전기차 혹한기가 본격화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월 15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 세계에서 1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의 전체 직원 수는 14만473명이다. 외신들은 이번에 해고되는 인원이 1만4000여 명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감원 대상에는 임원급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의 이번 인력 감축은 최근 부진한 판매 실적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이달 초 월가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1분기 인도량(38만6810대) 실적을 발표했다. 테슬라의 분기 인도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침체 속에 대규모 감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25일(현지 시간)에는 테슬라가 중국 CATL과 초고속 배터리 충전 기술의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전해졌다. 최근 CATL이 GM과 기술 라이선스 방식의 LFP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배터리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한국 배터리업체가 수혜주로 꼽혔으나 포드에 이어 테슬라, GM이 중국 업체와 기술 라이선스라는 우회로를 통해 현지에서 LFP 배터리를 공급받게 되면 그만큼 한국 공급선의 기대 점유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한국 배터리업계에는 악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력한 내연기관 퇴출 기조를 유지해온 미국과 유럽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다. 3월 14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기존안보다 완화된 배기가스 오염물질 규제를 담은 유로7을 채택했고, 3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기존 배출가스 규제보다 완화된 최종안을 발표했다.

 

 실적 부진 K배터리 ‘울상’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업계 실적 추정치도 하향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5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2% 감소했다고 지난 4월 5일 공시했다. 미국IRA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제도에 따른 세제 혜택은 1889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316억원 영업적자다.

SK온은 이번 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000억원 중반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소재 업체들에 대한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43%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엘앤에프도 872억원의 손실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는 최근 지주사 및 가족사들이 참여하는 원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앞으로 2년간 원가 30%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방산업 부진과 광물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포드는 4월 4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인 3열 SUV 전기차의 출시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돈 먹는 하마’ SK온에 SK이노 ‘휘청’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SK온이 적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설비투자에 4조원에 달하는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 3월 주총에서는 SK이노베이션에서 번 돈이 SK온 탓에 주주에 귀속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SK온은 올해만 7조5000억원 수준의 설비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기준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50조8155억원으로, 전년도 43조9766억원 대비 15.5% 증가했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2년 새 두 배가량 급증해 30조원에 육박한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와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하향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주도하에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 업황 둔화 속에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하고,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들이 참여하는 TF를 꾸리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4월 중 이사회를 열고 사업 조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선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엔무브를 SK온과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 배터리 분리막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최근 임직원과의 간담회에서 “SK온과 SKIET 등 그린테크 사업은 마라톤으로 치면 35km 지점에서 오르막을 마주하고 숨 가쁘게 달려가는 상황”이라며 2차전지 관련 계열사인 SK온과 SKIET에 긴 안목으로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온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흑자전환에 성공할 때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SK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3월에만 총 13명의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미국 금리인하가 단행될 경우 전기차·배터리 수요 회복이 예상돼 2차전지 산업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캐즘이 길어질수록 IRA를 통한 중국산 배터리 견제 효과로 인한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반사이익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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