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교포라고 하면서 왜 재중 교포 대신 '조선족'인가[체크리스트]

김민수 기자 2024. 4. 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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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중국 입장 반영한 표현" vs "엄연히 중국 국적인데 문제 있나"
이민자 바라보는 '시선'이 더 중요…핵심은 '낙인 찍기'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 국적별 현황. (출처: 법무부 이민 행정 빅데이터 분석·시각화)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아니 그래서 조선족인가요, 중국 동포인가요?"

최근 경찰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약을 유통한 일당을 검거했는데요. 이 일당 가운데 중국 동포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경찰 발표 과정에서 조선족과 중국 동포라는 용어가 동시에 사용되면서 혼란이 생겼습니다.

'조선족'이라는 표현 대신 '중국 동포' 또는 '한국계 중국인'이라는 행정 순화용어를 사용하기로 이미 수년 전에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두 용어가 곳곳에서 혼용되고 있습니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은 62만 832명으로 외국인 중 단연 1위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선족'과 '중국 동포' 두 용어 중 무엇을 사용해야 하는지 갑론을박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조선족 "중국 입장 반영된 표현…쓰는 것 적절치 않아"

조선족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19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조선족을 '난민' 또는 ‘이민자’ 정도로만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1928년 7월에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처음으로 조선족을 중국 소수민족의 범위에 포함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이 본격화기 시작한 시기는 1953년 '민족식별작업'부터 입니다. 중국은 제1차 전국인구조사를 실시해 55개 소수민족을 확정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조선족'이 포함된 것이죠.

이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한다면 '조선족'이라는 명칭은 중국 측의 정치적 의도로 공인된 단어기 때문에 한국에서 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조선족' 용어에는 이들을 '동포'로 인식하지 않고 한국인들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순혈주의가 자리하고 있다고 비판도 제기됩니다.

또 미국에 사는 교포를 재미 교포, 일본에 사는 교포를 재일 교포라고 부르는 것처럼 재중 동포 또는 중국 동포라고 불러야 옳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엄연히 중국 국적인데 문제 있나…가치중립적 표현"

국립국어원은 지난 2010년 '차별·편견 담긴 말 대체어' 책을 펴내면서 '조선족'이라는 말은 중국에 있는 여러 개의 소수 민족 중 우리 겨레를 '한족'이나 '만주족' 등 다른 민족과 구분할 때 쓰는 말이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 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또한 지난 2018년 이러한 여론을 수용해 '조선족' 대신 '중국 동포'라는 용어를 행정 용어로 사용할 것을 고시합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반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데요.

다시 시계를 1953년으로 돌려보면, 중국은 제1차 전국인구조사에서 조사 항목의 하나인 민족난에 신고자로 하여금 스스로 민족 명칭을 기재하게 했습니다.

조선족이란 명칭 자체가 스스로 그렇게 불리기를 원해서 탄생한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또 이들의 국적은 엄연히 '중국'인데, 중국 측에서 규정한 대로 '조선족'이라 표현하는 것이 어째서 문제가 되느냐고도 일부는 주장합니다.

즉, 중국 내 한족(漢族)과 마찬가지로 조선족 또한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가치 중립적 표현이라는 것이죠.

◇'단어' 자체보다는 '낙인찍기'가 문제

전문가는 결국 '용어' 자체의 문제보다는 '조선족' 내지는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한국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를 유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특히 2010년대 이후 조선족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조선족을 범죄자 등으로 부정적으로 묘사해 이들을 마치 '혐오 받아도 마땅한 존재'라는 인식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 자체가 '우리'라는 개념이 매우 폐쇄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여전히 한국 사회가 특정 문화나 계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쉽게 찍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습니다.

허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문화에 대한 인식 제고가 먼저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합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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