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여파…양파 알맹이 갈라지고 마늘 잎 마르고
줄기 마르고 뿌리도 활착 못해
제대로 못 큰 구 물러지기도
제주, 마늘 일조량 부족으로
잎마름병에 뿌리썩음병까지
지난해 연말 이후 지속된 이상기후 여파가 수확기를 앞둔 양파와 마늘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양파 주산지인 전남에서는 논양파에 습해가 확인됐고 제주 마늘은 잎마름병 등 병해가 확산하고 있다.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농가 피해를 막기 위한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중만생종 논양파 구 형성 안되고 조생양파 분구 현상=피해가 심한 곳은 최근 몇년 새 논양파 재배면적이 늘어난 전남 함평이다. 함평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역 중만생종 양파 재배면적은 2024년 기준 약 800㏊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논으로 추정된다.
이맘때 짙은 녹색을 뽐내야 할 양파 줄기가 노랗게 변색해 말라 있었다. 뿌리도 땅속에 제대로 뻗지 못해 줄기를 잡고 흔들자 쉽게 뽑혔다. 밭에서 재배한 정상 양파와 구 크기를 비교하니 지름이 2∼3배 작았다.
군농기센터 관계자도 “땅이 습한 상태에서 최근 낮 기온이 25∼27℃까지 치솟자 수증기가 올라와 뿌리 활착을 방해하고 구를 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함평 천지농협에 따르면 올해 중만생 양파의 계약재배 면적은 44㏊(53농가)인데 이 가운데 20㏊(18농가)에서 습해가 확인됐다.
임강택 천지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팀장은 “8∼9㏊는 무름병까지 번져 약제를 써도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4297㎡(1300평) 규모로 양파를 재배하는 박영란씨(59)는 “근래 잦은 비로 땅이 계속 습해 뿌리가 뻗을 틈이 없었다”며 “상품성이 없어 1652㎡(500평)는 그냥 폐기할 거라 수확량이 20㎏ 기준 평년 1200∼1300망에서 올해 300∼400망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4월 중순부터 조생종 양파 출하를 시작한 무안군 청계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제 막 수확작업을 마친 밭 4628㎡(1400평)에선 알맹이가 둘로 갈라진 분구(쌍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분구양파는 소비자가 먹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상품성이 떨어져 밭에 버려지거나 가공공장 등으로 헐값에 팔린다.
무안 청계농협 관계자는 “따뜻한 겨울 탓에 발생한 생육장해로 구 크기가 작고 분구가 늘었다”며 “출하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구 비율이 전년보다 10∼20%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마늘 잎마름병 등 제주지역 병해 확산=작황이 나쁜 이유는 단연 날씨 때문이다. 지난해 9∼10월 발아기에 비가 잦고 기온이 높아 결주가 많았고, 올 2∼3월 생육기엔 일조량 부족으로 마늘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습한 데다 햇볕도 제대로 받지 못하자 잎마름병에 뿌리썩음병까지 겹쳐 농가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에서 약 3만3058㎡(1만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홍신표씨(65)는 “이상기후로 병이 퍼져 난리도 아니다”라며 “서둘러 방제에 나서도 이미 발생한 피해를 전부 복구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생산량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고재우 제주고산농협 상무는 “보통 3.3㎡(1평)당 생산량이 5∼6㎏은 되는데, 올해는 그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면서 “수확 전까지 마늘 구가 상품 범주에 들 만큼 크지 못하면 비상품 비율이 늘어 결국 실질 생산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늘제주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지역 내 마늘 생산량은 1만6625t으로 지난해(1만7388t)보다 4.4%, 평년(2만5334t)보다 34.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소비촉진 대책 필요해” 한목소리=양파는 분구양파 소비 방안을, 마늘은 남도종 마늘 소비 촉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창원 전남농협본부 경제지원단장은 “생산량 감소로 자칫 가격이 오르면 수입이 또 늘어날까 걱정”이라며 “그보다는 먹는 데 지장이 없는 분구양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밝혔다.
작황 부진에도 밭떼기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마늘은 소비부진이 가장 큰 문제인 만큼 남도종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산지에서 나온다.
강성방 서귀포 대정농협 조합장은 “마늘 고유의 맛이 뛰어난 남도종의 특장점을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며 “생산자와 농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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