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여파…양파 알맹이 갈라지고 마늘 잎 마르고

이시내 기자 2024. 4. 22.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남 함평, 논양파 습해 발생
줄기 마르고 뿌리도 활착 못해
제대로 못 큰 구 물러지기도
제주, 마늘 일조량 부족으로
잎마름병에 뿌리썩음병까지
습해가 발생해 구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전남 함평지역 논양파(왼쪽)와 제주지역에서 일조량 부족과 습한 날씨로 병해를 입어 말라버린 마늘잎.

지난해 연말 이후 지속된 이상기후 여파가 수확기를 앞둔 양파와 마늘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양파 주산지인 전남에서는 논양파에 습해가 확인됐고 제주 마늘은 잎마름병 등 병해가 확산하고 있다.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농가 피해를 막기 위한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만생종 논양파 구 형성 안되고 조생양파 분구 현상=피해가 심한 곳은 최근 몇년 새 논양파 재배면적이 늘어난 전남 함평이다. 함평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역 중만생종 양파 재배면적은 2024년 기준 약 800㏊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논으로 추정된다.

이맘때 짙은 녹색을 뽐내야 할 양파 줄기가 노랗게 변색해 말라 있었다. 뿌리도 땅속에 제대로 뻗지 못해 줄기를 잡고 흔들자 쉽게 뽑혔다. 밭에서 재배한 정상 양파와 구 크기를 비교하니 지름이 2∼3배 작았다.

군농기센터 관계자도 “땅이 습한 상태에서 최근 낮 기온이 25∼27℃까지 치솟자 수증기가 올라와 뿌리 활착을 방해하고 구를 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함평 천지농협에 따르면 올해 중만생 양파의 계약재배 면적은 44㏊(53농가)인데 이 가운데 20㏊(18농가)에서 습해가 확인됐다.

임강택 천지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팀장은 “8∼9㏊는 무름병까지 번져 약제를 써도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4297㎡(1300평) 규모로 양파를 재배하는 박영란씨(59)는 “근래 잦은 비로 땅이 계속 습해 뿌리가 뻗을 틈이 없었다”며 “상품성이 없어 1652㎡(500평)는 그냥 폐기할 거라 수확량이 20㎏ 기준 평년 1200∼1300망에서 올해 300∼400망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4월 중순부터 조생종 양파 출하를 시작한 무안군 청계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제 막 수확작업을 마친 밭 4628㎡(1400평)에선 알맹이가 둘로 갈라진 분구(쌍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분구양파는 소비자가 먹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상품성이 떨어져 밭에 버려지거나 가공공장 등으로 헐값에 팔린다.

무안 청계농협 관계자는 “따뜻한 겨울 탓에 발생한 생육장해로 구 크기가 작고 분구가 늘었다”며 “출하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구 비율이 전년보다 10∼20%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늘 잎마름병 등 제주지역 병해 확산=작황이 나쁜 이유는 단연 날씨 때문이다. 지난해 9∼10월 발아기에 비가 잦고 기온이 높아 결주가 많았고, 올 2∼3월 생육기엔 일조량 부족으로 마늘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습한 데다 햇볕도 제대로 받지 못하자 잎마름병에 뿌리썩음병까지 겹쳐 농가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에서 약 3만3058㎡(1만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홍신표씨(65)는 “이상기후로 병이 퍼져 난리도 아니다”라며 “서둘러 방제에 나서도 이미 발생한 피해를 전부 복구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생산량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고재우 제주고산농협 상무는 “보통 3.3㎡(1평)당 생산량이 5∼6㎏은 되는데, 올해는 그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면서 “수확 전까지 마늘 구가 상품 범주에 들 만큼 크지 못하면 비상품 비율이 늘어 결국 실질 생산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늘제주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지역 내 마늘 생산량은 1만6625t으로 지난해(1만7388t)보다 4.4%, 평년(2만5334t)보다 34.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촉진 대책 필요해” 한목소리=양파는 분구양파 소비 방안을, 마늘은 남도종 마늘 소비 촉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창원 전남농협본부 경제지원단장은 “생산량 감소로 자칫 가격이 오르면 수입이 또 늘어날까 걱정”이라며 “그보다는 먹는 데 지장이 없는 분구양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밝혔다.

작황 부진에도 밭떼기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마늘은 소비부진이 가장 큰 문제인 만큼 남도종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산지에서 나온다.

강성방 서귀포 대정농협 조합장은 “마늘 고유의 맛이 뛰어난 남도종의 특장점을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며 “생산자와 농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