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인공지능 시대 농업 R&D, 고정관념 버려라

관리자 2024. 4.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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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당신이 알고 있는 상식의 99%는 거짓말'이라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과학기술 예산이 일괄 감축된 가운데 농업 R&D도 예외가 아니다.

농업 R&D 투자가 정권에 따라 춤을 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업종간 칸막이가 다 무너지고 있는 AI 시대에는 '비농업 R&D'도 '농업 R&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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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세상 바꿔…모두 혁신가
미래농업 관점에서 재해석을
창업 뒷받침할 금융투자 필요
벤처캐피털 유인책 마련 시급
산학연 중심 혁신도 이미 깨져
농민이 새로운 주체로 나서야

일본에서 ‘당신이 알고 있는 상식의 99%는 거짓말’이라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대전환은 ‘질서의 교체’다. 기존 질서를 이끌어온 개인·기업·산업·국가가 대거 사라지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주인공들이 출현한다. 질서의 교체는 ‘상식의 교체’다. 새로운 질서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비(非)상식’이 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된다. ‘비상식의 상식화’는 ‘게임 체인지’를 가장 쉽게 풀어낸 정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 연구·개발(R&D) 투자 방향을 내놨다. 과학기술 예산이 일괄 감축된 가운데 농업 R&D도 예외가 아니다. 농업 R&D 투자가 정권에 따라 춤을 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농식품부로서도 고민이 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치 탓만 하다가는 한국 농업이 우왕좌왕하다 끝나지 말란 법도 없다.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농업 R&D도 AI 시대에 맞게 기존의 고정관념부터 싹 버리는 것은 어떤가?

농업 R&D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그 출발점이다. 미래 농업이 1·2·3차 산업의 성격을 모두 가진 ‘6차산업’이라고 한다면, 농업 R&D 예산을 좁은 의미로 한정해볼 이유가 전혀 없다. 전 부처의 R&D, 그리고 정부 R&D 예산의 4배에 달하는 민간 R&D 투자를 미래 농업의 관점에서 어떻게 재해석하고 활용할지에 눈을 돌려야 한다. 농업 R&D를 농업이라는 칸막이에 가두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말할 것도 없고, ‘지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도 어렵다. 업종간 칸막이가 다 무너지고 있는 AI 시대에는 ‘비농업 R&D’도 ‘농업 R&D’다.

다음으로 AI 시대에는 ‘많은 시도, 빠른 실패(try many, fail fast)’를 받쳐줄 농업금융이 중요하다. R&D가 혁신과 창업으로 이어지려면 ‘스케일 업(scale-up)’이 필수적이다. R&D 이후 단계에 필요한 투자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금융에서 흡수하지 못하면 그게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다. 농식품부가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농업 R&D와 금융투자 사이를 이어주는 파이프라인이 턱없이 부족하다.

NH농협금융지주 등이 나서 민간 모태펀드를 결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인책을 검토해야 한다. 민간 벤처캐피털(VC)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대기업VC)이 농업투자로 대거 눈을 돌리면 더욱 좋다. AI 시대에는 돈의 흐름이 혁신과 창업을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농업 혁신의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기업·대학·정부연구소(이른바 산·학·연)가 혁신의 주체라는 상식은 이미 깨지고 있다. 미국에서 AI로 무장한 개인(개인과 스타트업의 경계가 없다)과 민간비영리재단(챗GPT의 오픈AI는 민간비영리재단 소속이다)이 새로운 혁신의 주체로 주목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누구나 AI 비서를 통해 ‘지식의 공간’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다. 이는 곧 누구나 발명자·발견자·연구자·혁신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학력·연령은 더 이상 족쇄가 아니다. 모든 농민은 ‘생산자 혁신(innovation by producer)’의 주체요, 모든 국민은 ‘사용자 혁신(innovation by user)’의 주체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멀(William Baumol)이 말한 대로 생산성은 낮은데 임금은 오르는 ‘비용 질병’, 낙후부문이 전체 성장의 발목을 잡는 ‘성장 정체’는 서비스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거꾸로 말하면 농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면 제조업이 이끌어온 한국의 경제성장을 한단계 더 높일 수 있다. 그 전제 조건은 기존의 상식을 모조리 의심하는 것이다.

안현실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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