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거대 플랫폼서 소상공인들 독립시키는 무기”

안상현 기자 2024. 4.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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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AI로 세계 최고 권위 AI학회상 받은 이경전 교수

“소상공인에게 판매 데이터는 영업 기밀이지만 거대한 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하면서 모두 넘겼고, 그 탓에 플랫폼에 더 종속되는 경향이 심했죠. 인공지능(AI)은 소상공인들을 거대 플랫폼에서 독립시키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 필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가 '세계인공지능학회(AAAI)'로부터 받은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IAAI Award)'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AI를 활용해 소상공인들이 자체적으로 고객 마케팅이 가능한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AI 공학자이자 경영학자인 이경전(55) 경희대 경영학과 및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2020년부터 모바일 결제 기술 업체 ‘하렉스인포텍’과 함께 AI를 활용해 소상공인들이 자체적으로 고객 마케팅이 가능한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업계가 이 소프트웨어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그의 이력이 한몫한다. 이 교수와 하렉스인포텍이 손잡고 개발한 소상공인 전문 AI 소프트웨어 ‘GCI(General Commerce Intelligence) 엔진’은 지난 2월 세계 최고 권위 AI 국제 학회인 ‘세계인공지능학회(AAAI)’에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IAAI Award)’을 받았다. AAAI는 6개월 이상 상용화된 전 세계 AI 시스템 중 성능을 입증한 혁신 연구를 매년 10개씩 선정하는데, 이 교수 연구팀이 올해의 첫 주인공이었다. 이 교수는 “GCI 엔진은 ‘생성형 AI’처럼 소상공인의 영수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다음 소비를 예측한다”며 “AI를 학습시킬 대규모 데이터가 없는 소상공인도 얼마든지 AI로 정교한 타깃 마케팅이나 제품 추천, 신제품 아이디어 확보, 이벤트 프로모션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카이스트 경영과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모두 딴 이 교수는 기술과 비즈니스를 오가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연구소 초빙과학자와 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를 거쳐,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와 UC버클리에서 초빙교수를 지냈다. 사물인터넷(IoT) 기업과 전자상거래 기업을 창업한 경험도 있다. 이 교수는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며 자라온 세대라 원래부터 로봇과 인공지능 같은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며 “카이스트 재학 시절 이 기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선 연구실보다 경영 현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IAAI 상을 받은 건 이번이 네 번째다. 국내에서 IAAI 상을 가장 많이 받았다. 1995년과 1997년에 받은 상은 각각 대우조선과 현대건설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몇 년간은 중소기업을 위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AI를 빅테크만이 아니라 모두의 기술이 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상을 받은 연구에선 빅데이터 없이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했다. AI가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예측하려면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소상공인이나 중소 프랜차이즈는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용량을 축소한 ‘미니 AI’를 보내 소상공인 점포의 데이터를 1차적으로 학습시키고, 이것을 종합적으로 취합해 예측력을 높인 AI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이 교수는 “방치된 소상공인 점포 데이터에 AI를 보내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렉스인포텍과 이 교수 연구팀이 만든 GCI 엔진은 2022년부터 울산 지역 공공배달 앱 ‘울산페달’ 입점 업체와 치킨 프랜차이즈 BBQ 가맹점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GCI 엔진이 적용된 상점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구매율이 평균 27% 정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GCI 엔진을 확장한 매칭 AI 서비스 ‘자비스저스트’도 개발해 비공개 시험 중이다. 이 교수는 “앱 기반 AI 챗봇 서비스로, 원하는 내용을 대화하듯 입력하면 관련 판매처나 관심고객을 찾아 연결해주고 주문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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