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와 토론 생생한 매력…시민 곁으로 간 공공도서관

조봉권 기자 2024. 4.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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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피곤하기는 했다.

참가 시민을 일정 인원 이상 모아 석 달 동안 달마다 한 번 독서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계획서를 짜서 응모해 선정되면, 도서관이 회원 수대로 책을 제공하고 모임 장소도 확보해 주는 방식이다.

그런 점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책과 독서를 시민 곁으로 끌어당겨 보려는 공공 도서관의 의욕이 와 닿았다.

'책 읽기는 소중하다'는 추상성의 세계를 넘어 실제로 시민이 동참하는 현장의 구체성을 느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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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독서모임 ‘벗꽃아래’ 체험기

- 금정 금샘도서관 시민공모 사업
- 부산·김해 등서 10명 회원 동참
- 혼자는 힘든 함께 읽기 효과 확인

조금 피곤하기는 했다. 평일 오후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퇴근 시각이다. 좀 설레기도 했다. 과연 우리는 지금부터 책 한 권을 놓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우리’라고 했지만, 처음 만나는 이도 꽤 된다. 그런 우리를 잇는 끈은 책이었다.

지난 17일 부산 금정구 금샘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 벗꽃아래 회원들이 토론하고 있다.


지난 17일 수요일 오후 7시 부산 금정구 금샘도서관 3층 문화교실에서 독서동아리 ‘벗꽃아래’ 첫 모임이 열렸다. 공공 도서관인 금샘도서관은 시민 독서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공모 프로그램을 최근 시작했다. 참가 시민을 일정 인원 이상 모아 석 달 동안 달마다 한 번 독서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계획서를 짜서 응모해 선정되면, 도서관이 회원 수대로 책을 제공하고 모임 장소도 확보해 주는 방식이다. 도서관 측은 책을 돌려받아 지역 작은 도서관 등에 기증한다고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하려고 들면 주최 측이나 참가 단체나 은근히 신경 쓸 게 많겠다 싶었다. 그런 점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책과 독서를 시민 곁으로 끌어당겨 보려는 공공 도서관의 의욕이 와 닿았다.

부산연구원 문화·복지연구실 책임연구위원 박주홍 박사는 이 공모에 응모했다. 그가 제출한 독서동아리 이름은 ‘벗꽃아래’. 꽃 같은 벗들과 책 이야기를 해보자는 뜻이다. 이 소식을 듣고 호기심이 동했다. ‘책 읽기는 소중하다’는 추상성의 세계를 넘어 실제로 시민이 동참하는 현장의 구체성을 느껴보고 싶었다. 부산 전포동 책 공간 크레타(대표 강동훈), ‘독서의 온도 모임의 체온’을 쓴 독서 커뮤니티 활동가 김성환 씨 등이 전해오는 책과 사람 소식의 속살이 궁금하기도 했다. ‘벗꽃아래’에 참여해 보기로 했다.

박주홍 박사는 “촉박했지만 회원을 10명 모았다. 첫 모임은 4월 17일 오후 7시이며 첫 책은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고 알려줬다. 책은 각 회원에게 미리 전달됐다. 모임에서 한마디라도 하려면 바쁜 중에 짬짬이 읽어야 했다.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굉장했다. 슬슬, 모임에 나가 ‘나는 이렇게 읽었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당일 저녁. 모임 장소로 가니 회원 10명 중 3명이 못 왔다. 갑작스러운 결석은 직장인·사회인 퇴근 뒤 책 읽기 모임의 숙명일 듯했다. 괜찮다. ‘신에게는 아직, 현장에 온 회원 7명이 있다’. 부산 기장·강서·영도·연제, 김해에서 회원들은 찾아 왔다. 두 사람은 “책을 전혀 읽지 못한 세월이 꽤 됐다”고 했다. 삶의 최전선에서 뛰는 우리 ‘생활인들’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다 막상 이런 계기가 생긴 덕분인지, 대화는 흥겹고 진솔하고 활발했다.

서보경 와치종합사회복지관장, 김해시 복지 공무원 김태실 씨는 복지 관점에서 작품에 주목했고, 베이커리 사장님 박미선 씨, 직장인 박정희 윤의경 씨는 문학 관점에서 접근했다. 어쨌든 한가지는 분명했다. 공공 도서관 독서동아리 활동은 ‘계기’가 돼주었다. 문체부가 최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혼자 힘들면 ‘함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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