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취약점 내가 보완” 대선 유세전 뛰어든 美 전현 영부인들

홍정수 기자 2024. 4.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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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권력자’ 질, 경합지 미네소타서
교육-낙태권 강조 女유권자 구애
‘은둔’ 멜라니아, 성소수자 행사 유세
“트럼프 극우 이미지 희석 의도” 분석

11월 미국 대선이 약 2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간 공식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대통령 부인’으로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54)가 20일 야당 공화당의 기금모금 행사에 등장했다. 그가 이날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도 상당한 눈길을 끈다.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를 의식해 성소수자 등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 온 남편의 극우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멜라니아 여사와 달리 남편의 재선 유세에 적극 관여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72)는 19일 경합지인 북부 미네소타주를 누비며 특히 여성 유권자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각각 남편의 취약점을 메우기 위한 전현직 대통령 부인의 격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 ‘은둔’ 멜라니아, ‘성소수자’ 행사서 첫 유세

멜라니아 트럼프
멜라니아 여사는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공화당 성향의 성소수자 지지 단체 ‘로그캐빈’이 개최한 비공개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2022년 11월 남편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이날까지 한 번도 직접 지지를 호소하지 않았다. 남편이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지난달 5일 당시 축하 행사에도 불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때도 아들 배런을 돌본다며 워싱턴 백악관 대신 뉴욕 맨해튼에 상당 기간 머물렀다. 같은 달 19일에도 ‘선거 유세에 언제 등장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켜봐 달라”며 애매하게 답했다.

그랬던 멜라니아 여사가 첫 유세 행보로 성소수자 관련 행사를 찾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날 행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독일 미국대사를 지냈으며 역시 성소수자인 리처드 그리넬 전 대사가 주최했다.

그리넬 전 대사 또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멜라니아 여사가 성소수자를 위한 공격적인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라고 반겼다. 멜라니아 여사는 앞서 19일 보수 성향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평등은 모든 미국인의 일상이어야 한다”며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일각에선 멜라이나 여사의 첫 행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적이고 거친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은 “이번 대선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방카가 맡았던 여성과 성소수자, 진보 유권자를 설득하는 과제가 멜라니아 여사에게 넘어갔다”고 평했다.

● ‘백악관 권력자’ 질 여사, 낙태-교육 의제 강조

질 바이든
질 여사는 남편이 상원의원, 부통령일 때는 물론이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배우자의 정치 인생에 적극 개입해 ‘백악관의 숨은 권력자’로 불린다. 그는 이번 대선 역시 적극 개입하는 모양새다.

19일 격전지인 미네소타주를 방문한 질 여사는 교육학 박사 겸 현직 교수라는 자신의 장점을 살린 ‘교육’ 의제를 강조하며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팬데믹으로 망가졌던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힘썼고, 총기 구매 시 신원 조회를 강화해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낙태권 의제를 강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질 여사는 12일 성소수자 지지 행사에 참석해 최근 낙태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깡패”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이어 “내 남편의 연임을 위해 여러분들이 싸워 달라”고도 호소했다.

백악관을 출입했던 케이티 로저스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최근 출간한 저서 ‘아메리칸 우먼: 현대 퍼스트레이디의 변화’에 따르면 질 여사는 남편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고, 공식 일정에도 대부분 동행하며 식사 메뉴까지 세세하게 챙긴다. 특히 ‘충성심’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 남편에 대한 불충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한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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