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두천의 ‘미군 기지 피해’, 분노가 시작됐다
작은 도시 동두천에서 큰 분노가 표출됐다. 현수막을 손에 든 시민 2천명이 모였다.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특별법 제정해 피해 보상하라’. 미군기지 잔류에 대한 보상 요구다.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시민 궐기다. 국회의원, 시장, 시의장 등도 모두 참석했다. 범시민대책위원장과 일부 시민이 삭발까지 했다. 시민 분노가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뜻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시민 대표들이 밝혔다. 동두천이 분노할 이유는 충분하다.
정부가 미2사단 잔류를 결정한 것은 2014년이다. 언제나처럼 시민 뜻과 상관 없는 결정이었다. 전국에 남은 미반환 기지는 현재 11개다. 이 가운데 4개가 동두천에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17.42㎢에 달한다. 11개 기지 25.4㎢ 가운데 69%에 달한다. 동두천 전체 면적의 18%를 차지한다. 대표적 미군기지인 평택의 3%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정부도 미안했던지 약속한 사업들이 있다. 동두천시가 제안했던 건의들이다. 그런데 이뤄진 게 없다.
피해 강요는 더 늘었다. 지난해 정부가 미군 공여지 반환 협상을 했다. 시장이 국방부를 찾아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미군기지 반환 명단이 나왔다. 동두천 내 미군 기지는 단 한 평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시위에서 시민들이 다섯가지를 요구했다. 10년 전 정부 약속 전면 이행, 동두천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국가 주도 개발,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의과대학 설립, 국제스케이트장 동두천 유치 등이다.
이게 무리인가. 미군 기지의 존재 이유는 모두가 안다. 5천만 국민의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 동두천시민들도 이런 현실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피해가 오롯이 동두천시민만의 몫이 되고 있는 현실은 합리적이지 않다. 동두천이 추산하는 피해만 연간 5천278억원이다. 안 그래도 전국 최하위 고용률이다. 5년 연속 경기도 최하위 재정자립도다. 그 핵심 요인이 미군기지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별법으로 천지개벽한 평택과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정부가 해야 할 기본 도리가 있다. 미군 공여지 반환 일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군 장기 주둔이 불가피하다면 동두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국가가 이 기본을 하지 않고 눈 감고 있는 것이다. 산업단지나 의대 설립 등은 입도 뻥끗 안 한다. 이미 반세기 이상을 국가 안보에 희생해 왔다. 이렇게 오랜 희생을 대가 없이 강요 받는 지역은 이제 동두천 한 곳뿐이다. 잠깐 모였다가 해산한 시위로 보면 안 된다. 분노와 저항이 시작된 신호로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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