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 전성기는 끝났다”는 래퍼 우원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여기 힙해]

이혜운 기자 2024. 4. 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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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재와 말립/이혜운 기자

“한국 힙합, 아직 살아있나요?”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래퍼 우원재가 답합니다.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 머니’가 지금 종료된 상태죠. 전 쇼미가 국내 힙합의 양부모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요. 쇼미 이후 힙합은 국내에서 유명한 장르가 됐고, 많은 래퍼들이 돈을 벌었죠. 지금 국내 힙합은 피크일 때보다는 죽었죠. 그러나 전 힙합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고 생각해요.”

최근 대중 음악계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국내 힙합의 위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듣게 될 줄 몰랐습니다. 지난 2월 25일 SK디앤디의 주거 솔루션 브랜드 ‘에피소드’가 주최한 ‘홈 라디오’ 행사장이었습니다.

에피소드는 도시생활자들을 위한 주거 공간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입니다. 현재 성수·서초·강남·수유·신촌 등에서 총 3800세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에피소드 용산 241′의 입주를 준비 중입니다. 2026년까지 서울 시내에 5만 세대의 주거 클러스터를 형성할 계획이라도 하더라고요.

홈 라디오 행사/에피소드

‘홈라디오’는 에피소드가 새롭게 런칭한 도시 문화 캠페인입니다. 2월 24~25일 양일간 총 21팀의 건축가·소설가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상은 에피소드 거주자들. 모두 모여 거실 같은 공간, 편안한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자유롭게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래퍼 우원재와 프로듀서 말립도 평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듯했습니다.

한 주민이 “상대적으로 과거보다 돈을 덜 벌게 된 것이 아쉽지는 않으냐?”고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전 그 시기가 특별했다고 생각해요. 계탔다고 생각해요. 경제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가 안정화되잖아요. 지금 국내 힙합은 안정화 시기예요. 빵 떴을 때는 신경 쓸 것이 많았어요. 멜론 차트 1위일 때는 오히려 음악이 1순위가 아니었어요. 지금은 차트 1위가 아니기 때문에 음악이 1순위가 됐어요.”

그는 “(인기가 안정화될수록) 매니아층은 단단해지기에 랩을 더 잘하고, 음악을 더 잘하면 된다”며 “요즘 국내 힙합, 빈지노 앨범 등을 들으면 미국·영국 힙합보다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외국 힙합 들으면 이제 좀 따분하다. 진짜 이제는 우리만 할 수 있는 음악들이 생겨날 수 있는 시기라 기쁘다”고 했습니다. 미래의 꿈은 대안학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끝나고 나서는 재활용과 변형이 가능한 소파를 챙겨가기도 했습니다. 이 행사에 다녀온 후 에피소드에서의 삶이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는 ‘에피소드 강남’과 ‘에피소드 서초’에서의 삶입니다.

◇일에 진심인 공간

에피소드 강남 웍스 큐브룸/이혜운 기자

“3층으로 올라오시면 돼요. 지금 공장에서 샘플 가지고 왔거든요.”

서울 서초구 ‘에피소드강남262′ 3층에 있는 ‘웍스’. 옆 데스크에서 일하던 H가 전화를 받고는 뛰어나간다. 외국인 투자자로 보이는 두 명을 데리고 들어온 그는 파란색 투명한 창이 멋진 ‘큐브룸’으로 들어갔다. 공간 안 화면을 통해 진행하는 프리젠테이션.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에서 본 듯한 장면이다. 언뜻 봐서는 그의 회사 같지만, 사실 이곳은 ‘에피소드 강남’에 사는 주민들을 위한 업무 공간이다. 회의와 프리젠테이션이 가능한 큐브룸만 6개가 있다.

자전거를 타며 일할 수 있는 책상/이혜운 기자

이곳에 머무는 2박 3일 동안 내가 가장 좋아한 공간은 창가 자전거 좌석이었다. ‘이것만 있다면 다이어트는 자신 있는데!’ 밖을 보면 뱅뱅사거리가 내려다보인다. 건물에 붙은 한글 간판만 아니면 미국 뉴욕이라고 해도 속을 만큼 도시적인 분위기다.

그런 착각은 웍스에서 일하는 많은 외국인들, 아니면 한국인이지만 영어로 대화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볼 때 더욱 느껴진다. 남편이 삼성에서 일하게 되면서 한국으로 와 에피소드 강남에서 살게 됐다는 스웨덴 출신 아르주는 “에피소드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며 “웍스에서 공부하고, 공유 주방에서 요리하고, 식사도 여기서 한다”고 말했다.

웍스 내 레코딩룸/이혜운 기자

이곳 주민이자 작심만일의 대표인 나건일씨는 일과 생활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에피소드 강남’에 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오피스와 촬영을 겸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이곳이 1인 업무를 보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환경이었다”며 “비싼 개인 공간을 빌리지 않아도 프라이빗한 업무 공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냉장고 옆 시크릿룸 문/이혜운 기자

웍스에 앉아 일을 하다보니 출출해졌다. 1층 카페로 내려가니 성수동 샌드위치 맛집으로 유명했던 ‘큐뮬러스’가 입점해 있었다. ‘성수동 매장이 없어져 어디 갔나 했는데 여기 있었다니!’ 가장 좋아하는 한우 로스트 피프 샌드위치를 포장해 공유 식탁으로 올라왔다. 컴퓨터로 타이핑을 치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일이 끝난 후에는 다크룸 마사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친구들을 불러 시크릿룸에서 와인을 마셨다. 부잣집 저택 거실 같은 고풍스러운 공간. 냉장고 옆에 있는 은색 철문 속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유명 핫플레이스는 다 다녀본 그도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했다.

시크릿룸 내부 공간/이혜운 기자

◇삶의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

그러나 이대로 하루를 끝내기엔 아쉬웠다. 오늘은 내게 ‘놀금’, 쉬는 금요일 밤이었다. 에피소드에는 주민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있다. 다른 지점 행사라도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날 저녁에는 바로 앞 서초점에서 ‘쌀롱 드 무지끄’ 공연이 있었다. 주민에게 무료로 주어지는 포인트로 공연을 신청하고, 회색 츄리닝 차림으로 공연을 보러갔다.

쌀롱 드 무지끄 공연/이혜운 기자

이날 주제는 ‘시대의 우상과 코스모폴리탄’. 바이올린 이수민, 비올라 이정수, 첼로 신호철이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처음 사용한 개념 ‘시대정신’에 맞는 작품들로 연주를 선보였다.

모차르트에 이어 글리에르의 ‘바이올린과 첼로 듀오를 위한 8개의 작품’, 쟈댕의 ‘바이올린·비올라·첼로를 위한 현악 3중주 G장조’까지. 그들의 연주를 바로 앞에서 보고 있자니 땀방울부터 발로 박자를 맞추는 것까지 다 보인다. 30여명의 주민 앞에서 이뤄진 미니 공연, 내 집 거실에서 보는 듯하다. 바이올린 이수민은 “어떤 시대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절대적인 정신이 있고, 그 시대정신은 한 시대가 끝날 때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에피소드는 이런 공연 외에도 플라워·와인·쿠킹 클래스, 퍼스널 컬러 강의, 독서 모임이나 포틀럭 파티, 플리마켓 등을 진행한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입주자의 재계약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성수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5회 이상 참여한 사람의 재계약률은 60.0%, 5회 이하 참여자의 재계약률은 36.5%였다.

◇반려동물과 살기엔 최고!

서초점 엘리베이터에는 ‘펫’ 버튼이 있다. 내가 반려동물과 함께 탔음을 알리는 버튼이다. 만약 동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면, 이 버튼이 켜졌을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면 된다.

옥상에 있는 반려동물 놀이터/이혜운 기자

서초점은 펫프랜들리 건물이다.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98개 세대를 반려동물 특화 룸으로 꾸몄다. 반려동물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논슬립 바닥재를 사용했고, 동물들의 낮은 시선을 따라 수납장 밑엔 여유 공간을, 화장실엔 펫 전용문을 마련했다.

화장실에는 낮은 높이의 샤워기 거치대를 설치했는데, 앉아서 반려동물을 씻기는 입주자의 행동을 고려한 것이다. 2층과 17층에는 반려동물과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푸들과 함께 살고 있는 L씨는 “동물을 키우면 안 된다는 오피스텔이 많아 공간을 찾아 헤매다 이곳으로 오게 됐다”며 “비 오는 날도 2층에서 함께 뛰어놀 수 있어서 반려동물 표정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비싼 가구도 구독해 즐기자!

이날 머무른 에피소드 강남 벙커룸/이혜운 기자

온종일 건물 안에만 있었지만 알찬 하루를 보내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곳의 이름은 ‘벙커룸’. 위쪽은 1인 사무실이자 작업실로 활용이 가능하고, 아래 아지트형 공간은 침실이나 취미 생활 장소로 사용할 수 있다. 가구가 다 들어와 있는 ‘풀 퍼니시드 룸’으로 따로 인테리어를 안 해도 그릇까지 갖춰져 있다. 비용을 더 내면 리빙 편집숍 이노메싸와의 협업으로 하이엔드 가구를 활용한 공간도 있다.

벙커룸 인테리어/이혜운 기자

별도로 필요한 가구가 있을 때는 ‘홈퍼니싱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뱅앤올룹슨 스피커, 루이스폴센 조명, 레어로우 소파. 사고 싶었는데 비싸서, 혹은 이사갈 때 옮기기 부담스러울까 봐 못 샀던 가구들을 월 이용료만 내고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에피소드 관계자는 “성수점에서 시작한 홈 퍼니싱 구독 서비스의 구독률은 초기에 10~20%에 불과했지만 제품군이 다양해짐에 따라 점차 상승했다”며 “직장인들이 거주하는 서초의 홈퍼니싱 구독률은 40%에 가깝다”고 말했다.

세탁실 옆 오락실/이혜운 기자

지하에 있는 세탁실에서 빨래하고, 옆에 있는 오락기를 가지고 놀다, 옆 방으로 가보았다. 세탁실 옆 실내골프연습실에서는 이 밤에도 연습하는 주민들이 보인다. 골프장 이용료는 공짜! 골프에 미쳐 있다면, 열심히 연습만 해도 월세를 뽑을 것 같다. 다시 내 방으로 올라왔다. 통창 밖으로 강남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내가 평생을 모아도 이런 공간을 구입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월급이 조금만 더 많다면 비용을 내고 살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이 기분을 느낄 수 있겠지. 성공한 사람의 기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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