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과속·과적’ 다시 내몰린 화물노동자
정부 제안 표준운임제 국회 계류
적정운임 보장 안전장치 ‘실종’
30년 종사자 “운송료 20∼30%↓
고유가 속 목숨 걸고 밤샘 운전”
화물연대 “월수입 378만→242만원”
국토부 “법안 폐기땐 재발의 예정”
화물운송업에 30년째 종사 중인 천배(57)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천씨는 “안전운임제가 폐지되고 운송료가 20∼30%씩 깎였다”며 “기름값까지 고공행진하니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잠을 줄이고 과속에 과적까지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마저 크게 출렁이며 국내 ‘3고’(고물가·고유가·고금리) 위기 속에, 트럭이 다시 과로·과속·과적에 내몰리고 있다는 게 천씨와 같은 화물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화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안전운임제가 2022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정부는 화주(화물운송을 위탁하는 기업)에 대한 처벌 조항을 없앤 표준운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여 남은 21일 정부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폐기를 앞두고 있다.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장치가 사라지면서 화물노동자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씨는 일주일 중 최소 엿새를 고속도로 위에서 보낸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컨테이너를 나르는 그는 일요일 늦은 오후면 일주일 치 옷가지를 싸서 집을 나선다. 화주 요청에 맞춰 월요일 오전 8시까지 경기 이천 창고에 수입품을 실은 컨테이너 배송을 마쳐야 해서다.
천씨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폐지 이후 시행한 실태조사에서 화물노동자들의 월평균 수입은 약 378만원(2022년)에서 약 242만원(2023년)으로 36% 감소했고, 일평균 노동시간 또한 1.5시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음운전·과속·과적 빈도 역시 늘어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안이 폐기될 경우 22대 국회에 재발의할 예정”이라며 “다만 표준운임위원회를 통해 시장이 참고할 만한 운임 가이드라인을 7월쯤 제시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승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표준운임 가이드라인은 안전운임 시기보다 높은 수준에서 최저 시급에 준하는 운임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에 대해 강제성이 없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안에 대해 화주들이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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