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를 위한 삶…‘소박한 자유인’ 홍세화 영면

김가윤 기자 2024. 4. 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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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톨레랑스'를 전했던 작가이자 언론인, 사회운동가인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전 한겨레 기획위원)이 21일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날 아침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영결식과 발인을 치른 유족과 추모객들은 홍세화 선생의 영정을 들고 선생이 몸담았던 한겨레신문사 사옥을 차례로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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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별세한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영결식이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 사회에 ‘톨레랑스’를 전했던 작가이자 언론인, 사회운동가인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전 한겨레 기획위원)이 21일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날 아침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영결식과 발인을 치른 유족과 추모객들은 홍세화 선생의 영정을 들고 선생이 몸담았던 한겨레신문사 사옥을 차례로 둘러봤다. 고인은 날카롭게 한겨레를 비판했지만, 동시에 가슴속엔 늘 ‘구독 신청서’를 품고 다닐 정도로 아꼈다. 고인의 마지막 길엔 한겨레신문 구성원과 이백윤 노동당 대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동료, 활동가, 정치인 100여명이 배웅에 나섰다. 한겨레 사옥을 떠난 고인은 서울시립승화원을 거쳐 마석 모란공원 장지로 향했다. 영정 속 홍세화 선생은 옅은 미소를 짓고 시선은 먼 곳을 향한 채였다.

홍세화 선생의 55년 벗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영결식에서 “홍세화, (이름) 그대로 세상을 널리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전진했던 위대한 사람이었다. 홍세화 선생이 보여준 뜨거운 휴머니즘은 세상 사람 모두에게 밝은 거울이자 청명한 목탁 소리가 되어 우리 삶의 지표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세화야 잘 가라”라는 말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학창 시절 반독재 투쟁에 나섰던 고인은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1979년 고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장기간 망명 생활을 했다. 그는 난민이고, 이주노동자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출간한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2년 완전히 귀국한 홍세화 선생은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기획위원으로 일했다. 진보신당 공동대표,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을 맡았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공동대표, 학습협동조합 ‘가장자리’와 뒤를 이은 ‘소박한 자유인’ 대표도 지냈다. 그가 지닌 다양한 직함은 대개 한때 난민이었던, 그 자신과 같은 한국 사회의 어느 소수자 곁에 있기 위한 것이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추모사에서 “배제당하는 이유를 하나씩 품고 사는, 소수자라고 불리는 모든 다수자가 선생님의 길을 따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장례식장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연 ‘영원한 아웃사이더, 고 홍세화 시민사회 추모제’에서도 그를 좇아 더 낮은 자리에서 소박한 삶을 살리라 다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장혜옥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홍세화 선생님은 사람이 많든 적든, 그곳이 오지이든 대도시이든 개의치 않고 달려와 주셨다”며 “남기신 빛 한 조각을 우리 가슴에 안고 더 낮은 자세로 더 가장자리에서 더 소박하게 살 것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한겨레 사우장으로 치러진 홍세화 선생 장례식의 장례위원장을 맡은 최우성 한겨레 대표이사는 영결식에서 대표 조사를 하며 “남기신 화두를 붙잡고 남은 후배들은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힘들 때마다 간결한 목소리, 부드러운 눈빛을 떠올리며 힘을 얻겠다”며 “고통 없는 세상에서 가끔 나지막이 노래도 부르시며 편히 쉬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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