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빛으로 공간 디자인하는 사람 … "좋은 피드백 올 때 성취감 느껴요"

김수연 2024. 4.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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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SK스토아 조명감독
LED 조명 장비 반대 많았지만 미디어 센터 조명시스템 완성때 큰 보람
'작은 아이디어도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 생각 지키려 노력
윤종선 SK스토아 조명감독. SK스토아 제공

"빛을 활용해 공간을 디자인하고, 좋은 피드백이 올 때 성취감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외삼촌 손을 잡고 구경간 방송국에서 봤던 화려한 조명들에 시선을 뺏기면서부터 조명과의 운명이 시작됐다. 아르바이트도 조명을 만질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했고, 사회인이 돼서는 홈쇼핑 스튜디오에서 조명으로 무대를 디자인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홈쇼핑 업계에서 조명을 잡은지 올해로 18년차가 된 윤종선(42·사진) SK스토아 조명감독의 이야기다.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SK스토아 본사에서 만난 윤 감독은 조명 감독을 천직으로 삼아 뚜벅뚜벅 걸어온 사람이다. 방송, 특히 홈쇼핑 방송에서 조명을 담당해온 그는 변화해야 할 것과 흔들림 없이 지켜내야 할 '기본'을 확실히 알고, 둘 간의 균형점 지켜오며 한발 한발 착실하게 내디뎌오고 있다.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기자를 맞아준 윤 감독은 자신의 멘토이자 어린시절 진로 결정에 큰 영향을 준 외삼촌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KBS에서 기술본부장을 지내셨던 외삼촌을 따라 어렸을 때 방송국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그 경험 때문에 조명에 흥미를 갖게 됐고 대학생 때는 방송국에서 조명 스태프로 아르바이트를 뛰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드라마 '올드 미스 다이어리', 쇼 '가요무대'에 투입됐는데 자연스럽게 조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조명 감독을 직업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험했던 다양한 조명 연출법은 홈쇼핑에 입사해 더 다양해지고 기법도 발전했다. 그는 SK스토아가 업계 최대 규모 자체제작 시설인 미디어센터를 오픈한 2018년 SK에 합류했다. 윤 감독은 "당시엔 조명 환경 자체가 LED보다 할로겐에 익숙한 때였는데, SK스토아에서 LED를 도입하려 했었다"면서 "LED 조명 시스템을 경험해 본 조명 감독이 필요했는데 이를 경험해 본 감독은 많지 않았다. 저는 앞서 LED 조명 시스템을 도입했던 GS샵에서 경험을 했었는데 이 점이 SK스토아와 맞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총 6436㎡ 규모로 오픈한 SK스토아 미디어센터는 저전력, 친환경 설계 기반 시설로 A·B스튜디오, 사전제작전용 스튜디오, 모바일 스튜디오, 부대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사전제작용 스튜디오의 경우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기반의 입체적인 쇼핑경험 제공이 가능한 '360도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오픈 당시 화제였다.

윤 감독은 "할로겐 조명 장비에서 LED 조명 장비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는 단순히 장비만 바꾸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 설계부터 장비 셋업 방식, 조명 운용 방식 등 기술적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했다"며 " 당시 출시되는 모든 장비를 직접 시범 사용하고 비교해가며 최적의 장비를 선정해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갔다"고 떠올렸다. 쇼호스트 사이에선 LED 조명 장비 도입에 반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할로겐 장비는 붉은 색온도를 가지고 있지만 LED 조명 장비의 푸른 색온도는 차가워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현장에서 한분 한분께 직접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LED 조명 장비로 전환했는데 어느 순간 SK스토아 미디어 센터의 조명 시스템이 완성돼 있었다. 그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추진력과 겸손을 함께 갖춘 윤 감독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내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홈쇼핑 업계에서 조명이라는 전통적인 요소가 진화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는 "가상공간 조명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며 "방송제작 환경이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함에 따라 조명의 업무도 현장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리적·시간적·비용적 이슈로 인해 기존 아날로그 조명 운용 방식은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런 변화를 인정하고 가상공간 안에서 조명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실행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감독은 "방송 전 촬영하는 상품 스틸 촬영은 모든 홈쇼핑업체가 동일한 방법으로 제작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 방식을 변화시켜 보고자 촬영시스템을 설계하고 개선하면서 SK스토아만 가지고 있는 현장 촬영 라이트 박스를 만들어 내게 됐다. 이제는 타 홈쇼핑이 부러워할 만한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변화를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윤 감독은 "새로운 개념의 모바일 중심 스튜디오를 구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현재 사용하지 않는 장비들을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창의적 공간을 구성하는 프로젝트다. 아직은 초기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여러 의미가 담긴 스튜디오가 탄생할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윤 감독이 새로운 것만 좇는 건 아니다. 트렌드와 기술이 급변해도 조명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지켜온 원칙과 철학이 있다. 그는 "'작은 아이디어도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 라는 생각을 지켜오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빛을 디자인할 수 있는 창의력'은 조명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본 자질이다. '빛으로 디자인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무대를 빛나게 하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역할을 하면서도 방송 무대의 뒤편에 서 있는 홈쇼핑 방송의 숨은 주인공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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