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름다운 해변은 ‘돼지’와 함께…털보 아저씨 손맛 제대로네 [푸디人]
남들은 제주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하자마자 캐치테이블 앱을 켜서 대기번호부터 받아둔다고 했다. 주말점심에 조금만 늦어도 대기번호가 80~90번 정도 된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제주 이호테우 해수욕장에서 올레길을 따라 걷다가 무작정 전국구 고기국수 맛집으로 유명한 ‘자매국수’를 찾아갔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주말 점심인데도 불구하고 대기번호 74번을 받았다. 예상 대기시간은 74분…ㅜㅜ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을 2배속으로 모두 보고 나니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이들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아마 1시간 넘는 대기시간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왜 이런데서 시간을 낭비하냐’며 옥신각신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일단 자리에 앉으니 인기 식당답게 태블릿PC로 주문받았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와 함께 기다림에 지친 내게 알코올을 투약하기로 했다. 마침 ‘생유산균 제주 막걸리’가 눈에 띄었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가 술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 고기국수 위에 올라온 돼지고기 수육이 꽤 큼직했다. 95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은 편이었다. 국수 국물은 생각보다 진하지 않았다. 담백하고 깔끔하다는 평가가 많이 있던데 육수가 진하지 않은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면발은 탱글탱글했고 치자나무의 과실인 치자로 반죽해 노란색을 띄고 있었다. 다만 일반 짜장면과 짬뽕 면발과 같은 느낌이었고 자가제면이 아닌 듯한 점은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다.
비빔국수 양념은 대중적인 입맛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특히 비빔국수와 함께 나온 국물이 고기국수 국물과는 다른 멸칫국물 같은 느낌이 났고 시원해서 좋았다.
자매국수는 기존 국수문화거리에 작고 아담하게 운영되다가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노형동에 분점을 열었고 지금은 새롭게 단장한 이호일동 매장으로 모두 통합됐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비행기가 자주 지나가는데, 세심하게 이를 고려해 인테리어 한 것처럼 식당 내부에서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차장과 매장도 널찍해 돈을 많이 벌었다는 느낌이 물씬났다. 직원들도 많아 고용창출 효과도 엄청나다. 그런데도 이걸 1시간 이상 기다려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니 어디까지나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먹을 거라면 반드시 캐치테이블로 예약하고 아니면 대기하면서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방법이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제주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꼼꼼하게 선별한 고기 원육을 가져다 숙성해 판매하는 제주 함덕흑돼지 왕표고기라면 실패한 선택은 아닐듯하다.
왕표고기의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소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첫 고기는 함초 소금를 찍어 즐기길 추천한다. 함초 소금은 바다의 산삼이라고 불리는 함초가 들어간 소금인데 고기 본연의 고소한 맛을 살려준다. 두 번째는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생와사비와 홀그레인 머스타드가 적당하다. 직접 만든 파간장 특제소스는 물론, 갈치속젓과 제주산 멸치액젓을 섞은 젓갈 소스도 일품이다.
메뉴로는 흑돼지와 백돼지가 있으며 숙성한우 등심도 맛볼만하다. 고기 먹은 후 탄수화물 섭취는 국룰이니 왕표된장찌개에 밥 말아 된장죽으로 먹거나 시원한 왕표딱새우라면을 흡입하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제주 돼지고기가 어딜 가도 평타 이상은 하기 때문에 이걸 먹기 위해 반드시 찾아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함덕해수욕장에 왔다면 한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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