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빈 ‘공공도서관’… 인천지역 문화복합공간 탈바꿈 시급 [집중취재]

박귀빈 기자 2024. 4. 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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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디지털 확산… 종이책 수요↓
인천 공공도서관 방문자 해마다 급감
일각선 “지역 거점 공간으로 변경을”
21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학나래도서관에는 사람 1명 없이 텅 비어있다. 박귀빈기자

 

“요즘 누가 멀리있는 도서관까지 가서 책을 봅니까? 그냥 집 앞 카페나 독서실을 가죠.”

21일 오후 4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학나래도서관 열람실. 시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마련한 20여개의 좌석이 모두 텅 비어있다. 열람실 밖에 있는 6인용 책상 5개에는 고작 4~5명이 앉아있고, 그마저도 책이 아닌 노트북 등을 켜 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윤선영씨(39)는 “아이들과 함께 매주 도서관을 오는데, 언젠가부터 열람실은 텅 비어 앉아서 책 보는 사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며 “밖에 있는 공용 책상에도 대부분 태블릿 등을 쓰는 사람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것도 옛말”이라며 “학생들도 스터디카페를 가기에 도서관에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남동구 구월동 미추홀도서관도 마찬가지. 책이 가득한 3층 자료실에는 6인용 책상 18개가 있지만, 8~9명의 시민들만이 태블릿을 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지하 1층 열람실엔 334개의 좌석이 있지만, 20여명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21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미추홀도서관에는 넓은 공간에 사람이 드문드문 앉아 공부를 하고있다. 박귀빈기자

인천지역 공공도서관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코로나19 전후로 노트북·태블릿 등이 확산하면서 책을 읽는 시민들이 줄어들어 도서관 이용률이 급감한 것은 물론 원도심 등 도심 외곽에 있다보니 인구 감소 등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선 인적이 끊겨가는 공공도서관을 많은 시민이 찾을 수 있는 문화 복합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64곳의 공공도서관의 방문자 수는 지난 2019년 1천580만8천85명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 2022년 867만5천659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계양·연수·중앙도서관 등 대형 도서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은 1곳 당 1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0명 미만에 그친다. 공공도서관 중 열람실이 있는 30곳의 공공도서관은 1일 5천96명이 이용 가능한 규모지만, 이용 인원이 적어 사실상 많은 공간을 놀리고 있다.

시는 이 기간 코로나19로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 모바일·디지털 매체 확산, 인구 감소, 도심 외곽 위치 등 복합적인 현상으로 공공도서관의 이용률이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원인을 빼더라도 해마다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지난해 이용객의 최종 통계를 확인해봐야 하지만, 계속해서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안팎에선 점점 쇠퇴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을 사회 변화에 발맞춰 주민들이 찾을 수 있는 지역 거점 공간으로 바꾸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라북도 전주시는 이 같이 쇠퇴하는 공공도서관을 책과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전주지역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에 각종 체험프로그램까지 연계, 많은 시민이 도서관을 찾도록 하고 있다.

이상정 미추홀도서관장은 “인천의 대표 도서관이지만, 크기에 비해 찾아오는 사람이 계속 줄어들어 공간 활용이 좋지 않다”며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까지 찾아올 수 있도록 전반적인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서관을 확장한 개념의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지역 거점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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