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방콕은 그만 … 세상 위험 하거나 혹은 요지경 속에 빠지거나
지구상 무엇이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때로는 분위기란 말로 대신한다. 나라만 봐도 그렇다.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미식이나 예술, 그리스나 이집트는 유구한 역사, 호주나 뉴질랜드는 청정한 자연 등이 떠오른다. 그럼 마음씨 좋은 친절함과 맛있고 저렴한 음식 하면 어디를 꼽을 수 있을까.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태국은 웬만해선 빠지지 않는다. 어느 지역을 가도 두 손을 모은 채 "사와디 캅(안녕하세요)" "코쿤 캅(고맙습니다)"이라고 하는 광경에 미소가 지어질 테고, 쏨땀·팟타이 등 맛난 음식에 하루 종일 입이 심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런 태국의 이미지 덕일까. 마스터카드가 지난해 발표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및 유명 도시' 조사에서 태국의 수도 방콕은 1위, 푸껫은 14위, 파타야는 15위를 차지했다. 한 나라에서 도시가 3곳이나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여행지로 최적의 조건과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곳, 방콕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린 채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
혹시 방콕을 여러 번 왔던 사람이라면 '그 느낌'을 알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객이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전형적인 코스만 찾는다. 왕궁, 사원, 카오산 로드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한 번쯤 둘러볼 가치는 있다. 절대 깎아내리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방콕을 두 차례 이상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색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결심하는 순간, 혹자의 표현대로 '지도 없이도 항상 새로운 곳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진정한 방콕의 매력'이라 할 만한 세계가 펼쳐진다.
멀지도 않다. 방콕 도심에서 1시간 남짓 가면 연신 감탄사가 터지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이른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이다. 겉만 보면 동남아시아 특유의 재래시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속살이 있는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장관이 펼쳐진다. 바로 매클롱 마켓(maeklong market)이다.
이곳이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이유는 시장을 관통하는 철길, 그리고 실제 그 위를 달리는 기차 때문이다. 해외 토픽이나 진기명기 영상 등을 통해 접했을 풍광이 눈앞에 등장하는 순간, 모든 이들의 입에서는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오고, 양손은 그 장면을 담으려는 카메라 조작으로 정신 없이 움직인다.
찰나까지는 아니지만 느릿느릿한 기차는 금세 꽁무니를 드러낸다. 이 때문에 기차가 운행하는 시간과 기다리는 장소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대개 시장 양 끝 쪽에 있는 카페를 명당으로 꼽는다. 이 위험한(?) 기차는 하루에 딱 4번 볼 수 있다. 오전 8시 30분과 11시 10분, 오후 2시 30분과 5시 40분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최소 30분 전에 철길 주변으로 늘어선다.
물론 기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철길 양옆의 가판과 상점들에선 물건을 판다. 그러다 기차가 당도하려는 시간이 임박하면 햇빛이나 비를 막기 위해 펼쳐놓은 차양이 마치 군인들 총검술하듯 차례로 접혔다 폈다를 반복한다. 기차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차양의 군무 또한 꽤 특별하다.
이 모든 것을 겪고 나면 이곳이 과연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이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위험하다기보다 이색적이고 정겹고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온 마음을 가득 채운다.
돛대도 아니 단 그 쪽배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동요 '반달'이 스스럼없이 읊어지는 곳이 있다. 매클클롱 마켓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담넌 사두악 수상시장(Damnoen Saduak Floating Market)'이다. 아재 개그급 수준의 비유였지만 수상시장을 오가는 대부분의 배가 '쪽배', 바로 롱테일 보트이다. 10m가 갓 넘을 정도의 운하, 아니 수로라 할 만한 물길을 쉴 새 없이 쪽배가 넘나든다. 물론 쪽배에는 서너 명의 관광객이 타 있다.
쪽배의 탑승료는 1인당 150바트(약 5600원). 모터로 운행하는 배와 노를 젓는 배로 나뉜다. 수상시장답게 관광객을 태운 쪽배는 물건이나 음식을 파는 쪽배 내지는 수상가옥 곁으로 운전한다. 마치 미로 탐험하듯 운하의 이곳저곳을 누비다 보면 온갖 볼거리와 먹거리, 살 거리를 마주한다. 열대과일, 꼬치구이, 현지 기념품 등을 비롯해 큰 뱀이나 원숭이를 실제 접하는 체험 공간도 있다.
정해진 가격은 분명 있지만 대부분 흥정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밀고 당기기의 고수들만 모여 있지만 이 또한 해외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있는 건 있고, 없는 건 없는 그야말로 요지경 시장이라고 부를 법하다.
[방콕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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