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피해 숲멍, 노을 보며 빙글빙글 마닐라와 더 가까워졌다

2024. 4.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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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이 콕 집은 필리핀 마닐라 숨은 여행지
1581년 지어진 마닐라 대성당.

한창 '경기도 다낭시'란 말이 유행하다시피 했다. 베트남 다낭에 가면 길 잃을 걱정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일도 없을 만큼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아서다. 사실 한국인이 애정하는 해외여행지의 원조는 따로 있다. 그곳은 수년째 한국이 외래 관광객 1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이니 말 다했다. 비행기로 4시간이면 닿는 필리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필리핀 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을 가장 많이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위는 한국인이다. 실제로 필리핀 수도이자 카지노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유명한 마닐라를 비롯해 세부나 보라카이 등 주요 휴양지에서는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우리말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타국까지 와서 한국과 너무 친숙하면 아무래도 해외여행 느낌이 조금 덜할 수밖에 없다. 여행 본연의 의미인 휴양이나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데 있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현지인들에게 대놓고 물었다. 외래 관광객이 드문 필리핀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만 추천받았다. 대신 마닐라로 한정했다.

대관람차 'SM 모아 아이'

마닐라 대표 놀이공원 SM 바이 더 베이

마닐라를 대표하는 놀이공원 'SM 바이 더 베이'. 이곳은 우선순위로만 따지면 1등은 아니다. 다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단 놀이공원이 마닐라만과 마주하고 있어 전망이 끝내준다. 이 때문에 친구나 연인끼리 데이트로 온 이들이 제법 눈에 띈다. 이들이 팔을 내밀어 인증샷을 찍는 그곳이 바로 사진 명당이니 놓치지 말자. 특히 마닐라에서 가장 크고 높은 SM 모아 아이 대관람차는 꼭 타봐야 한다. 영국 런던의 상징물인 '런던 아이 대관람차'를 본떴다. 한쪽 창으로는 마닐라만을, 다른 쪽으로는 도심 풍광을 동시에 볼 수 있어 특별하다. 관람차 탑승권은 200페소(약 5000원)다. 바닥이 투명한 강화 유리인 VIP 칸도 있는데 50페소(약 1000원) 더 비싸다.

붉은 하트 모양 조형물 '#러브 락 바이 더 베이'도 꼭 추억을 남겨야 할 명소다. 현지 연인들의 기념사진 스폿 1순위로 꼽힐 정도다. 해 질 녘 입구 쪽 돌담은 마닐라만 노을을 감상하기 위한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자리 경쟁에 소질이 없다면 오후 5시부터 미리 근처에 엉덩이를 살포시 얹어둬도 좋다.

이곳만의 또 다른 장점은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이 아닌 낱개 기구 탑승권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은 놀이기구 1개당 탑승권 가격이 120페소(약 3000원) 안팎이라 싼 맛에 골라 타는 재미가 있다. 표 값은 필리핀 페소 현금으로만 받는다.

이색적 풍경 마닐라 성당

필리핀은 아시아 유일 가톨릭 국가답게 국민의 80% 이상이 성당을 찾는다. 그 덕분에 유럽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도시 곳곳에서 성당 등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을 마주할 수 있다. 몇몇 곳은 예술작품이 아닐까 할 정도로 수준급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굳이 천주교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마닐라에는 1581년 지어진 마닐라 대성당이 있다. 마리아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대성당은 역사, 예술, 신앙 면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아 '소바실리카(Basilica minor)'란 성전으로 승격한 곳이다. 건립 이후 세계대전과 지진 등으로 인해 8번에 걸쳐 재건 작업이 이어졌다. 가장 최근 공사는 1958년이었다. 필리핀 건축가 페르난도 오캄포가 둥근 아치를 특징으로 하는 로마네스크 건축 부흥 양식으로 설계한 것을 현재까지 잘 보존하고 있다. 건물 면적은 무려 3000㎡(약 907평)이다. 성당 전체를 둘러보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릴 정도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외관부터 웅장하다. 로마시대 때 귀한 자재로 취급하던 이탈리아 카라라 대리석을 사용한 것부터 남다르다. 멀리서 또 가까이서 봐도 여전히 매끄러운 광택이 느껴진다.

내부 곳곳에도 천사 형상 조형물 등 다채로운 조각상을 장식해 놓았다. 무려 134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데 모두 필리핀 현지 예술가 작품이다. 웅장한 대리석 기둥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중앙 제대에서 기품 있는 마리아 조각상과 마주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선남선녀들이 백년가약을 맺기 위해 찾는 결혼식 명소로도 손꼽는다.

녹음이 가득한 마닐라 리살 공원.

도심 속 휴식 리살 공원

도심에서 자연을 누린다면 청량감이 두 배로 느껴질 것이다. 그곳이 동남아라면, 또 마닐라라면 리살 공원은 탁월한 대안이다. 울창한 야자수가 곧게 뻗어 있어 싱그러움이 압도적이다. 규모 58만㎡에 육박해 마닐라에서는 가장 넓다.

무성한 나뭇잎 덕에 정오쯤이면 공원 전체가 녹음이 가득한 쉼터로 변한다. 한낮 마닐라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에 제격이다. 현지인들은 공원 곳곳에 한 자리씩 차지한 채 일광욕을 즐기거나 아이스크림이나 망고를 먹으며 더위를 달랜다. 공원 한복판에는 현지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도 꽤 있다. 아이스크림·주스·소금에 찍어 먹는 망고 등 다양하다.

리살 공원은 필리핀이 스페인 식민 지배 시기인 1800년대에 지어진 도시공원이다. 조성 당시에는 스페인 국왕 이름을 딴 알폰소 12세 공원이었다. 1896년 글로 필리핀을 독립으로 이끈 작가이자 국민 영웅인 '호세 리살'이 이곳에서 처형당했고 1967년 그를 기리는 의미를 담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공원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공원 안에 있는 '놀리 메 탄게레' 정원은 우리말로 '나를 만지지 마라'라는 뜻으로 호세 리살의 소설 제목이다.

정원 안에는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나오는 리살 분수도 있다. 공원 상징물인 높이 약 13m 호세 리살 국립기념비 밑에는 그의 유골을 안치했다. 필리핀 해병대가 항시 기념비 앞에서 총을 든 채 유골을 지키고 있다. 운이 좋다면 경비 교대식도 볼 수 있다.

[마닐라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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