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이변...마오리족 여성 예술가들이 황금사자상 거머쥐었다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4. 4. 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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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올림픽' 베네치아 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원주민의 삶에 집중한 호주와 뉴질랜드 작가에게 돌아갔다.

올해 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첫 남미 출신 총감독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이방인'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서구 중심의 미술계에 도전장을 내민만큼 비(非) 백인 수상자가 점쳐졌지만, 원주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작가들이 본전시와 국가관 최고상을 휩쓸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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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마타호 콜렉티브’
전통 직조방식 설치로 수상
국가관 최고상은 호주 차지
6만년 원주민 족보 드로잉으로
한국관 30주년 전시도 돋보여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우리 미술 발전사 한눈에”
베네치아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마타오 컬렉티브(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예술가 4명 그룹) 설치 작업. <AP연합뉴스>
‘미술 올림픽’ 베네치아 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원주민의 삶에 집중한 호주와 뉴질랜드 작가에게 돌아갔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공식 개막한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이날 본전시에 초대된 332명 가운데 최고 작가상인 황금사자상(대상)에 마오리족 여성 예술가 4명으로 구성된 ‘마타호 컬렉티브(Mataaho Collective)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88개 국가관 가운데 최고상인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호주 대표로 참가한 설치 미술가 아치 무어가 받았다. 유망한 젊은 작가에게 주는 은사자상은 영국 태생의 나이지리아 작가 카리마 아샤두에게 돌아갔다.

올해 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첫 남미 출신 총감독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이방인’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서구 중심의 미술계에 도전장을 내민만큼 비(非) 백인 수상자가 점쳐졌지만, 원주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작가들이 본전시와 국가관 최고상을 휩쓸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마타오 컬렉티브는 마오리족의 전통 직물 작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최고상을 받았다. 아르세날레 전시장 초입에 공간을 가로지로는 대형 격자 무늬 작업을 설치했다. 마오리족의 출산 매트를 뜻하는 ‘타카파우’ 직조 방식을 따른 것이다. 화물을 고정하는데 자주 사용되는 끈이나 밧줄, 철제 재료를 사용했다.

국가관 최고상을 수상한 호주 작가 아치 무어는 ‘키스 앤 킨(kith and kin)’이라는 제목의 거대한 분필 드로잉을 선보였다. 작품명은 가족과 동포를 뜻하는 고대 영어 용어다. 그는 높이 5m의 호주 파빌리온 벽에 2400여 세대에 걸친 자신의 원주민 족보를 직접 분필로 그렸다. 무려 6만5000년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이 가계도에는 식민지, 학살, 전염병, 자연재해로 단절된 역사도 표시돼 있다. 한 가족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인류 보편의 기록으로 확장시켰다.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받은 호주관 작가 아치 무어의 분필 드로잉. 6만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자신의 족보를 거대한 분필로 그렸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제공>
한국은 김윤신·이강승·구정아 등이 역대급으로 참여했지만, 수상의 영예는 안지 못했다. 다만 비엔날레 기간 중 병행 전시와 위성 전시가 베네치아 곳곳에서 열리며 K아트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내년 한국관 30주년을 앞두고 열린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는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자리에 보여줘 의미 깊었다는 평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몰타수도원에서 열리고 있는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30년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이탈리아 베네치아 몰타수도원에서 열리고 있는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30년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지난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 오프닝이 열린 가운데 이 전시를 주최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앞에서 올해 한국관 작가·큐레이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관은 1993년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백남준의 요청으로 1995년 자르디니 공원에 마지막으로 건립됐다. 한국관 전시를 거쳐 간 작가 40명 중 37명이 참여해 82점을 내놓았다. 대규모 전시를 주최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작은 한국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대한민국 미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아카이브 형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전시는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이 걸리거나 놓인 장소는 중세 십자군 원정에 참여했던 기사들이 배 타기 전 휴식을 취하던 몰타 기사단 수도원 건물이다. 작은 방과 중정, 탁트인 야외 정원에 물 흐르듯 배치했다. 서도호, 정연두 등은 한국관 전시 출품작을, 문성식, 강익중은 신작, 최정화는 해양 쓰레기 부표를 탑처럼 쌓아 올린 최근작을 선보였다. 1995년 한국관 개관전시에 참여했던 곽훈은 “우리나라도 그때보다 세련되고 문화적인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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