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날] 지속가능한 친환경 정보통신기술 선도 'ETRI'

정인선 기자 2024. 4. 21. 13: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공장 에너지 관리시스템 표준 플랫폼 개발
유해물질 발생 無 '95% 절전' 반도체 패키징 기술 선도
AI기술로 교통신호 최적화해 차량통행시간 15% 단축
ETRI 연구진이 개발한 FEMS 표준 플랫폼 적용 예시. ETRI 제공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IT 산업도 제조업, 석유화학 못지않게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구글(Google) 검색만 해도 이를 위한 전력 생산에 연간 4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관련 서비스 확산에 따라 매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환경 ICT 연구실은 '챗GPT(ChatGpt)' 3.0에 소모된 전력이 약 55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챗GPT의 성능을 개선하고, 검색 엔진과의 통합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할 것으로 내다봤다. 첨단 IT 기술 발전 이면에 환경 비용 문제가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ICT 정부출연연구기관인 ETRI는 기관 고유 임무인 ICT 연구개발에 힘쓰는 동시에, 친환경 ICT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TRI 연구진이 FEMS 표준 플랫폼 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TRI 제공

◇'에너지 다이어트'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표준 플랫폼

ETRI는 산업 현장의 '에너지 다이어트'를 위한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 표준 플랫폼을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인정하는 제조업 강국이다. 하지만 제조업 특성상 공정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같은 에너지 소모는 결국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ETRI가 개발한 FEMS(펨스)는 공장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분석·제어한다. 효율을 향상하고 절약할 수 있어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도입은 비용 문제 등으로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ETRI는 배포형, 기본형, 고급형, 전문형, 연계형의 5가지 확산모델을 개발, FEMS의 기능을 레고처럼 조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또 FEMS를 일반 상품처럼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술거래 시장과 연계해 범용성뿐만 아니라 시장성까지 확보했다.

나아가 FEMS의 국내·외 표준화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세계 최초로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 국제 환경·기후변화 표준연구그룹(SG5)에 신규 아이템으로 승인을 받기도 했다.

ETRI는 국내 전자부품·건강식품 공장 10여 곳에 실증사이트를 구축, 개발된 플랫폼의 기술을 검증해 왔다. 에너지 효율화와 탄소배출 저감을 통해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를 실현하고, ESG 경영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면 레이저를 통한 칩렛 집적 공정 수행 모습. ETRI 제공
ETRI 연구진이 Laser NCF와 웨이퍼 접착 공정을 관찰하고 있다. ETRI 제공

◇전력 소모 95% 절감, 반도체 칩렛 패키징 소재 기술

ETRI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의 에너지 소모를 기존 대비 95% 절감할 수 있는 '반도체 칩렛 패키징' 기술을 개발했다. 패키징 기술은 반도체를 수직 또는 수평으로 연결해 하나의 칩으로 제조하는 것으로, 반도체 미세공정 못지않게 중요한 핵심기술이다. 그동안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선 주로 일본 소재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9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공정과 다양한 장비로 인한 높은 전력 소모, 청정실 유지비용, 유해 물질 배출 등이 큰 단점이었다. ETRI는 자체 보유한 나노소재 설계기술을 활용, 기존 공정보다 전력 소모를 95% 절감하고, 공정 과정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반도체 칩렛 패키징 소재를 개발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핵심 신소재는 10-20㎛(마이크로미터, 백만분의 1M) 두께의 에폭시 계열 소재에 환원제 등이 첨가된 나노소재다. 고분자 필름으로 만들었으며, 이 소재에 레이저를 쏘면 반도체 후공정(패키징)의 단계에서 세척, 건조, 도포, 경화 등에 이르는 전 단계를 해결할 수 있다. 공정이 간단해 전체 생산라인을 20% 이하로 줄일 수 있고, 질소 가스도 필요 없어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상온(25℃)에서 집적 공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집적 공정은 100℃에서 진행돼 가열을 위한 전력 소모는 물론 열팽창으로 인한 오차 증가, 신뢰성 저하 등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ETRI가 개발한 신소재는 온도 상승으로 인한 연기 발생 없이 상온에서도 접합 공정이 가능하다. ETRI의 반도체 칩렛 패키징 소재 기술은 현재 첨단 반도체 분야 세계적인 파운드리 회사와 스타트업 등에서 신뢰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ETRI는 해당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는다면 3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TRI 연구진이 칩렛 집적 공정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ETRI 제공
ETRI 연구진이 도시교통 브레인(UNIQ)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ETRI 제공

◇교통체증 줄여 미세먼지 없애는 '도시교통 브레인'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과 같은 산업시설과 자동차, 선박과 같은 이동 수단으로 인해 생성되는 미세먼지는 일반 국민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오염의 한 형태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차량 2부제 등을 도입, 교통량 축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교통량 축소보다 교통체증의 감소가 미세먼지 농도 저감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고 있다.

ETRI는 인공지능 기술로 교통신호를 최적화해 교통체증·혼잡을 15% 이상 줄이는 '도시교통 브레인' 기술을 개발했다. 소규모 교차로의 신호 최적화 기술은 한 곳이 개선되면 다른 부분이 안 좋아지는 풍선효과가 있지만, ETRI의 도시교통 브레인은 클라우드 분산처리 기술을 활용, 200개 이상의 대규모 교차로에서도 쉽게 기술을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

ETRI는 대전시와 세종시, 티맵(T-map)으로부터 데이터를 제공받아 도로 지도와 1500여 개 이상의 교차로 신호체계를 구축했다. 또 신호 최적화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800여 개의 카메라로부터 수집한 영상 정보를 딥러닝 기술로 분석했다. 아울러 보행자의 통행시간을 보장하고,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신호 순서와 주기를 유지하는 등 기존 기술에서 미비했던 신호의 제약조건을 모두 지켜 실제 도로에 바로 적용할 수 있게 했다.

ETRI는 대전 유성구 소재 10개 교차로 신호등에 이 기술을 적용해 실증했으며, 타 지자체에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상용화를 위해 지도, 신호, 통행량 데이터와 교통 관련 지도의 데이터베이스화, 지자체가 보유한 데이터를 통합하는 등 시스템 구축을 위한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

방승찬 ETRI 원장은 "ICT R&D를 통한 에너지 절감과 효율화 등이 환경보호, 탄소 저감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국민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