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북한 억류자의 형, “원망”보다 “감사”가 입에 붙기까지

김예진 2024. 4. 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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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달고 있으니까 다른 분들까지 생각하게 돼요."

 김씨는 북한에 억류돼 있는 김정욱(61) 선교사의 형이다.

통일부는 자기 의사에 반해 북한에 있는 세 유형의 우리 국민인 억류자와 납북자, 국군포로를 잊지 말고 무사귀환을 기원하자는 캠페인으로 세 송이 물망초가 나란한 상징물을 만들었다.

김씨는 최근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며 물밑접촉을 벌이는 데에 희망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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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달고 있으니까 다른 분들까지 생각하게 돼요.”

양복 왼쪽 깃에 핀 물망초를 만지며 김정삼(65) 씨가 말했다. 김씨는 북한에 억류돼 있는 김정욱(61) 선교사의 형이다. 지난 19일 인천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의 사무실로 기자가 찾아갔을 때, 그는 통일부가 지난달 건네준 ‘세송이 물망초’ 배지를 달고 있었다.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인천=최상수 기자
물망초엔 ‘나를 잊지 말아요’란 꽃말이 있다. 통일부는 자기 의사에 반해 북한에 있는 세 유형의 우리 국민인 억류자와 납북자, 국군포로를 잊지 말고 무사귀환을 기원하자는 캠페인으로 세 송이 물망초가 나란한 상징물을 만들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억류자·납북자·국군포로 가족 및 단체 관계자들을 서울정부청사로 초대해 배지를 전달했다.

김씨는 “교회에서 통일에 관심있는 분들의 모임에 배지 70여개를 드렸고, 수시로 주변에도 나눠주다보니 벌써 모자라다”며 “이렇게 해주니 감사하죠”라고 했다. 10년 넘게 동생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피해 당사자이면서도 배지를 보면 다른 납북자,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도 생각하게 된다며 다른 이들에게까지 마음을 쓰는 모습이었다.

현재 북한 억류자는 6명. 그 중 김정욱 선교사는 가장 오랫동안 북한에 억류돼 있는 국민이다. 2014년 2월 27일 평양에서 외신기자회견을 하는 형식으로 모습이 공개돼 북한에 억류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회견에서 그는 2013년 10월 7일 북한에 들어갔다가 다음날 체포됐으며 자신이 저지른 반국가범죄 혐의에 대해 사죄한다고 말했다. 형 김씨는 이를 믿을 수 없었다. 중국 단둥에서 작은 국수공장을 하던 동생이 2013년 가을 추석에 한국에 왔을 때, 중국에 나와있는 북한 동포들이 북한에 가지고 들어가서 오래 보관해도 먹을 수 있도록 유통기한이 더 긴 국수를 개발해야겠다며 공장 일에 애정과 의욕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버지 뵈러 다시 한국에 들어올거라던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세 송이 물망초’ 배지. 세계일보 자료사진
2018년 4·27 판문점정상회담이 열리기 8시간 전, 마침 스위스에서 국제기구 관계자들에게 증언하면서 “8시간 후 동생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동생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즈음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이 억류자 문제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기에, 그저 동생이 살아 있을 거라 믿을 뿐이다. 사무실 책장에 동생의 사진을 놓고 매일 하루 두 세번씩 기도를 하면서 3846일이 흘렀다.

김씨가 배지를 건네자 “아직도 안 왔느냐”며 놀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때 남북간 대화가 오갔고, 2018년 북·미대화에 앞서 미국 국적의 한국계 억류자가 풀려나는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하다 보니 우리 국민 억류자가 잔류 중인 사실을 잊은 것이었다. 그는 “우리의 기도와 노력에 응해지는 부분들이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참 안타깝다”며 “북한 당국도 이제는 10년을 넘겼으니 다시한번 생각하고 풀어주었으면 한다“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정삼 씨는 자신의 사무실에 동생의 사진을 놓고 하루 두 세번씩 기도를 하고 잠언집을 필사한다. 김씨의 잠언집 필사노트. 인천=김예진 기자
가장을 잃은 동생의 가족들은 일상이 고되거나 생계가 어려워도 “남편이 북에서 더 고생하는데“, “아빠가 더 힘들텐데“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는 “신앙과 정신력으로 지금까지 견뎌온 가족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그의 입에서는 “원망“ 대신 “감사”가 수시로 나왔다.

김씨는 최근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며 물밑접촉을 벌이는 데에 희망을 걸었다. 그는 “프놈펜선언에서 미국, 일본과 억류자 문제를 이야기해서 연계성을 높여 같이 움직이는 걸 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은 북한 억류 우리 국민 6명.
 
△김정욱(억류시기 2013.10, 재판시기 2014.5.30, 적용범죄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 반국가선전선동죄, 비법국경출입죄, 형벌 노동교화형, 영사접견 없음)
 
△김국기(억류시기 2014.10, 재판시기 2015.6.23, 적용범죄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 파괴암해죄, 비법국경출입죄, 형벌 무기노동교화형, 영사접견 없음)
 
△최춘길(억류시기 2014.12, 재판시기 2015.6.23, 적용범죄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 파괴암해죄, 비법국경출입죄, 형벌 무기노동교화형, 영사접견 없음)
 
△탈북민(억류시기 2016.5, 재판일 불명확, 적용범죄 불명확, 형벌 불명확, 영사접견 없음)
 
△탈북민(억류시기 2016.3, 재판일 불명확, 적용범죄 불명확, 형벌 불명확, 영사접견 없음)
 
△탈북민(억류시기 2016.3, 재판일 불명확, 적용범죄 불명확, 형벌 불명확, 영사접견 없음)

인천=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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