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미술 싹 틔운 천안역 앞 다방들

박하늘 기자 2024. 4. 2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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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현대 다방과 카페는 예술과 지성의 공간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마땅한 전시공간이 없던 천안지역에서 전시와 교류의 장이 되어주며 지역 미술의 싹을 틔운 천안역 앞 명동거리 다방들을 조명한 논문이 나와 눈길을 끈다.

신수경 충남대 교수는 '전시공간과 미술교육기관을 통해서 본 천안미술' 주제발표에서 천안미술사 속 전시공간으로서의 다방이 가지는 의미를 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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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립미술관 천안미술 연구성과와 과제' 학술세미나 개최
"다방이 서화 감상이 대중의 취미로 전환 계기 마련"
1976년 천안 백궁다방에서 열린 한국미술협회 천안지부 창립전 사진. 김성열씨의 소장품으로 천안시립미술관이 개최한 아카이브전 '천안미술 1951-1989:기록과 기억으로 말하다'에 전시됐다. 박하늘 기자

[천안]우리나라 근현대 다방과 카페는 예술과 지성의 공간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마땅한 전시공간이 없던 천안지역에서 전시와 교류의 장이 되어주며 지역 미술의 싹을 틔운 천안역 앞 명동거리 다방들을 조명한 논문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 논문은 지난 19일 천안시립미술관이 개최한 '천안미술 연구성과와 과제'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됐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부설 근현대미술연구소와 공동 주최했다.

신수경 충남대 교수는 '전시공간과 미술교육기관을 통해서 본 천안미술' 주제발표에서 천안미술사 속 전시공간으로서의 다방이 가지는 의미를 재고했다. 신 교수는 "다방은 여기(餘技)와 교양으로서의 서화 감상이 대중의 취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장소"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전후인 1950년부터 1970년까지 천안 미술인들의 주무대는 천안역 앞 명동거리였다. 명동은 지금의 대흥동과 오룡동 일대다. 1904년 천안역이 세워지며 상점과 다방이 들어섰고 1960년대 대흥동에서 큰재빼기를 지나 중앙시장까지 이어지는 거리는 천안에서 가장 큰 번화가로 성장했다. 수많은 사람이 대흥동의 다방에 모였다.

기록으로 남은 천안의 첫 미술전시는 1956년 5월 추억다방과 전원다방에서 열린 김화경 작가의 개인전이다. 이듬해에는 김화경의 동양화 개인전이 월세계다방, 양다방에서 열린다. 김화경은 조선미술전람회에 연속 입선한 중앙화단의 입지적 인물이다. 그는 천안농업중학교(현 천안중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이후 1970년대 성림다방, 자연다방, 향촌다방, 연실다방, 돌다방 등에서 다양한 전시가 활발히 이뤄진다.

다방에서 전시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 신 교수는 "만나고 헤어지는 유동인구가 많은 천안역 주변에 다방이 모여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지역 유지들이 관람하러 오기에는 왕래가 편한 다방이 경제적 부담도 적고 수지타산에도 맞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방은 지역의 유지, 세무서장, 법원장 등이 모이는 곳으로 작가가 고객을 만나기 용이한 장소가 됐다는 의미다. 다방은 전시 뿐 아니라 예술인의 교류장소가 됐다. 당시 다방의 사진을 보면 벽면에 작품을 걸고 작가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방에서의 전시 기록은 1982년 '김영덕 서화전'이 마지막이다. 1977년 이후 다방의 역할은 천안문화원이 넘겨 받았고 이후 미도백화점, 도솔화랑 등 상업화랑이 나눠가졌다. 신 교수는 "다방과 천안문화원은 미술가들이 천안의 작가로 소속감을 갖는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며 "문화 중심지가 바뀌면서 천안미술사에서도 잊힌 공간이 됐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천안 최초의 모더니스트 모임 '녹청회'(천안시립미술관 한지혜 학예연구사)와 1980년대 후반 천안미술그룹(단국대 홍지석 교수) 연구 발표와 천안미술사 연구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세미나에는 100여명의 지역 예술인과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최경현 천안시립미술관장은 기조강연에서 "지역미술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미술관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1990년대 아카이브 전시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소노벨천안에서 열린 '천안미술 연구성과와 과제' 학술세미나에서 최경현 천안시립미술관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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