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시대]느려진 고속도로, '지하'에서 답답함 풀릴까?

김미리내 2024. 4. 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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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50㎞ 미만 '상습정체' 고속도 전국 430㎞
지상 유지하고, 지하에 추가해 30% '교통분산'
△시간 △비용 △안전 △주변환경 모두 '변수'

"고속도로인데 '고속'이 아니다."

고속도로 정체. 명절이나 휴가철 혹은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고속도로를 운전해 본 운전자라면, 또 그 동승자라면 안다. 차량 정체는 고속도로에서 '고속'의 정체성을 앗아갔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지난해 고속도로 이용자 27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이용자의 80% 이상은 교통 정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열에 여덟이다. 통행속도가 시속 50㎞도 안 되는 상습 교통 정체구간은 한국도로공사(EX)가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 중 76개소, 429.9㎞에 달한다. 이게 고속도로라고? 

재정고속도로 상습 교통정체 구간/자료=국토교통부

정부는 이 같은 고속도로 교통정체 해결을 위해 다방면의 개선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진 고속도로를 신설하거나 확장하는 등 대규모 도로용량 확대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하화'를 통한 용량확대 사업도 더해진다. 이와 함께 통행방식, 시설개량 등 운영체계 개선 등을 병행해 '고속' 기능 유지를 위한 전반적인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교통정체' 해결 최우선 '고속도로 지하화' 추진 

우선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상습 교통정체 구간이 가장 많은 경부선과 수도권 제1순환선(외곽순환고속도로), 그리고 수도권 제1순환선과 연결되는 경인선 등의 지하화가 추진된다.

다만 고속도로 지하화는 기존 도로를 완전히 지하로 집어넣는 것은 아니다. 교통량이 많은 구간은 상부 도로를 두고 하부에도 지하터널을 뚫는 입체화를 통해 교통량을 분산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형태를 고려 중이다. 기존 도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하부에 지하도로를 확장하는 방법과 상부 도로 중 일부는 녹지 등으로 활용하고 지하도로를 추가하는 방법, 또 도심 지하를 통과하는 지하도로를 신설하는 방법 등이 모두 동원된다. 

기존 도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추가로 지하를 확장하는 방법은 교통량이 가장 많고 정체구간이 긴 경부고속도로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에 적용될 방침이다. 또 이 둘과 연결되는 경인고속도로는 상부 공간 중간을 녹지로 활용하고 지하도로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현재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다. 

계양-강화 고속도로의 경우 일부구간을 도심 지역 아래를 통과하는 지하도로 신설을 목표로 현재 설계를 진행 중이다. 

지하 고속도로 추진 유형/자료=국토교통부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용인-서울' 구간 약 26.1㎞ 지하 연장이 계획돼 있다. 모든 차종 대상 4~6차로 규모로 추정사업비는 3조8000억원이다. 수도권 제1순환'구리-성남' 구간 31.5㎞가 대상이다. 다만 소형차 전용으로 4~6차로를 계획 중이다. 사업비는 약 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예타에 들어갔다. 

'인천-서울' 구간 경인고속도로는 약 15.3㎞ 길이의 지하 연장이 추진된다. 전 차종 4~6차로로 구상 중으로 추정사업비는 약 1조7000억원 규모다. '용인-과천'을 잇는 31.7㎞ 구간 영동고속도로 지하화도 추진을 계획 중에 있다. 추정사업비는 3조2000억원 규모다. 

민자 지하 고속도로도 함께 추진된다. '서창-김포' 구간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사상-해운대' 부산 외곽순환선이 대상이다. 

서창-김포 구간은 약 18.3㎞ 구간을 연장하는 사업으로 소형차 전용 4~6차로, 약 1조원 사업비 규모의 사업이 지난 2020년부터 협상을 추진 중이다. 부산 외곽순환선은 전 차종 2~6차로를 지하로 21.7㎞를 연장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3월부터 협상을 개시했는데 추정사업비만 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추진 현황/자료=국토교통부

교통정체 해소 앞서 '안전' 확보 우선 과제 

다만 이 같은 대규모 공사 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 담보돼야 한다. 지하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지상에 있을 때보다 대규모 사고로 번질 위험이 있고 사고처리 시간도 더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하고속도로 안전을 위한 '설계지침'을 지난해 2월 개정하고 추가 연구·개발(R&D)도 추진 중이다. 

주종완 국토부 도로국장은 "길게 연장하는 지하도로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 문제"라며 "안전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적정한 곳에 지하도로를 추진할 수 있도록 추진 검토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마련된 당초 '도시지역 지하도로 설계지침'은 기하구조 높이가 3m, 길어깨(갓길) 2m, 곡선반지름은 460m로 합류 시 일반도로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경사도 본선 6%, 연결로 12% 수준이었다. 

지난해 변경한 설계지침은 높이와 길어깨를 각각 3.5m, 2.5m로 0.5m씩 늘렸다. 이를 통해 곡선반지름은 기존의 3배 이상인 1525m로 늘어난다. 경사도 기존보다 완화했다. 본선은 4%, 연결로는 7% 수준으로 낮췄다. 또 차량 인지 시간을 고려해 합류구간에 4초 정도의 인지시간 구간을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방재시설도 강화한다. 기존 지하 도로의 경우 50년 빈도의 강수량을 적용하고 화재 시설 역시 일반 터널과 동일한 기준으로 마련됐었다. 개선 지침은 강수량을 100년 빈도로 적용하고 5㎞ 간격으로 환기소와 연기확산 지역 시스템, 간이소방서 등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한 운전자의 눈 피로 등을 덜기 위해 운전자 친화조명과 도로전광표지(VMS) 등 부대시설 기준도 마련했다. 

화재 등 안전, 주변 환경 개선방안 등 R&D 추진  

이 외에 작년 오송 (궁평2)지하차도 수재 사고와 같은 대형 인명사고를 막기 위해 침수방지 물막이판, 방수문을 적용하고 터널 내 진입차단시설, 과열차량 알람시스템, 원격제어 살수 장비 등 각종 안전시설 관련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이상 기후 등으로 100년만의 강수량을 뛰어넘는 상황들이 빈번해지면서 개선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K-지하 고속도로 인프라 기술개발 기획'을 평가하고 진행할 연구기관으로 건설기술연구원을 선정하고 추가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2028년까지 재난사고 예방 대응과 지하고속도로 환경 개선·교통운영 향상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도로공사 터널방재인증센터에서 17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화재로 인한 연기 발생시 제트팬을 활용해 연기를 터널밖으로 빼내는 기술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미리내 기자 pannil@

재난사고 대응을 위해 △차량 화재시 슬래브 안전성 시뮬레이션 △차량통제 시설 고도화·교통관리 △ICT 기반 위험차량 통합관리 시스템 △위험차량 배출 위한 대단면 수직구 등 기술 개발이 추진된다.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환기인프라 설계 시공기술 △공기 중 유해 물질 저감 및 모니터링 △운전자 피로 완화를 위한 디자인·조명 △교통안전시설·교통관리 정보 제공 등이 진행된다. 

도로 주변 환경도 문제다. 특히 환기구 등을 새로 만들 경우 주변 거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추진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국토부는 중간 환기구를 없애 민원을 가급적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태석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은 "지하도로 주변 환기 시설과 관련해 실제 민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트팬 등을 이용해 진입구 쪽으로 공기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가능한 한 환기구를 덜 만드는 쪽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도 지하화와 달리 고속도로 지하화는 민자를 제외하고는 정부 재정을 통해 진행한다. 이후 사업비는 통행료를 통해 환수하는 방식이다. 민자의 경우 사업성이 높은 곳에 추진할 계획으로 재정 조달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주종완 도로국장은 "고속도로 지하화 추진 주목적은 교통량 분산"이라며 "철도 지하화와는 달리 상부 도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이 많다"고 했다. 이어 "현 상태와 도로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고, 상부 유지가 필요 없다면 그때 가서 공간 개발 여부를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에서 17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악천후, 지하터널, 경사도로 등 도로 및 주행 상황, 운전자와 환경 등을 설정해 모의주행으로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도로주행 시뮬레이터' 실험을 진행 중이다./사진=김미리내 기자 pannil@

'더 빠르고 즐거울 고속도로' 패러다임 전환

부수적으로 고속의 '쾌적함'을 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용 불편을 줄이고 휴게소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주말 영동선 버스전용차로를 폐지하고 평일 경부선은 확대하는 등 교통량에 따라 통행방식을 개선하고 기존 정체가 심했던 나들목(IC)을 중심으로 추가 IC도 신설할 방침이다. 주변 국도와 인접해 신설 중인 '신탄진 하이패스 IC'가 대표적이다. 또 지하화 외에도 2026년까지 고속도로 37개 구간을 신설·확장할 계획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간 소규모 환승시설을 마련하고 유령정체 등 이유 없이 정체되는 구간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상습 교통정체 길이를 2026년까지 3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다. 

주 국장은 "그동안 고속도로 교통정체를 사전 진단 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했다"면서 "고속도로 교통소통 진단제도를 도입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시설개량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통사고 처리 시간 단축, 도로 전면 차단을 통한 단기간 집중 공사 등 다양한 추가 과제를 시행하고, 휴게시설 역시 단순 쉼터에서 지자체와 협업 등을 통해 다양한 즐길 거리와 명소가 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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