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나를 갑질 신고해?”…‘진심 어린 사과’가 문제 해결 지름길

한겨레 2024. 4. 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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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을 부서장에게 얘기해서 사과와 반성, 재발 방지를 요청했습니다.

재발하면 사내 신고나 노동청 신고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3일째 아무런 답을 못 받았습니다.

부서장에게 얘기를 들은 상사는 "감히 나를 신고해?"라며 방방 뛰거나, "일을 잘 가르치려고 했던 것뿐인데"라며 억울해하고 있을 겁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얼마나 신고했을까요? 직장갑질119의 올해 2월 설문조사를 보면, 경험자 10명 중 1명만 신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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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갑질 신고 당했을 때
클립아트코리아

Q.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을 부서장에게 얘기해서 사과와 반성, 재발 방지를 요청했습니다. 재발하면 사내 신고나 노동청 신고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3일째 아무런 답을 못 받았습니다. 사과도 못 받았고요. 상사가 부서장과 친해서 조처가 미적지근하면 바로 말씀드리고 노무팀에 신고해서 절차를 밟는 게 낫겠지요?(2024년 4월, 닉네임 ‘불금네오’)

A. 부서장 입장에서는 솔직히 고민이 되겠죠. 부서장이 상사와 더 오래 일했을 테고, 상사가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당사자가 괴롭힘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 단호하게 조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금네오’님은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면 용서할 마음이었잖아요. 그런데 3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면 물 건너간 것 같아요. 부서장에게 얘기를 들은 상사는 “감히 나를 신고해?”라며 방방 뛰거나, “일을 잘 가르치려고 했던 것뿐인데”라며 억울해하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불금네오’님의 잘못을 찾아내 징계나 보복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부서장에게 얘기한 건 신고가 아닌 고충 상담입니다. 회사 규정에 명시된 신고처에 신고해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 ①지체 없이 조사 ②피해자 보호 ③비밀 누설 금지 ④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 금지 등의 의무가 발생하게 됩니다.

직장갑질119 카톡 상담방에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억울하게 신고당했다는 하소연이 종종 올라옵니다.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게 하고 일을 똑바로 가르치려고 목소리를 조금 높였을 뿐인데, 친해지려고 농담 몇마디 하고 회식에서 술에 취해 화를 낸 것뿐인데, 욕을 한 것도 아닌데 신고하다니. 난 선배들에게 쌍욕을 먹고 맞아가며 배웠어도 참았는데, 청춘을 바쳐 쌓은 ‘커리어’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 순간의 아득함이라니, 정말 인정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요, 후배 입장은 이렇지 않았을까요? 작은 실수인데 여러 사람 앞에서 모욕을 주고, 일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일 못한다고 화를 내고, 농담이랍시고 외모 평가나 사생활 간섭을 하고, 술만 먹으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고…. 욕만 안 했지,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고요. 당신이 상사에게 어떻게 당했는지는 알 바 아니라고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얼마나 신고했을까요? 직장갑질119의 올해 2월 설문조사를 보면, 경험자 10명 중 1명만 신고했어요. 58%는 참거나 모른 척, 19.3%는 퇴사했습니다. 피해자 대다수는 ‘참고, 참고 또 참지’ 하며 버티고 버티다 신고를 마음먹게 됩니다.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신고를 취하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왜냐면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고, 상사들과 잘 지내고 싶거든요.(물론 악의적 신고자도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당했다고요? 일단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세요. 본인에게 가장 까칠한 동료에게 솔직하게 물어보세요. 술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면 피해자 주장을 인정하세요. 피해자가 가장 바라는 건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거예요. 아니라고요? 억울하다고요? 워~ 워~. 일단 피해자가 증거로 제출한 녹음부터 들어보세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가시 돋친 당신 목소리가 들리나요?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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