꽹과리 친 BTS·라면 먹은 마마무…음방 1위 앙코르, 실력 인증 말고 즐기길 [TEN초점]

이민경 2024. 4. 21. 08: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텐아시아=이민경 기자]

그룹 르세라핌, 아일릿/사진제공=쏘스뮤직, 빌리프랩



K팝 아이돌 실력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음악방송 1위 앙코르 무대를 향해 엄중한 잣대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음악방송 1위 앙코르 무대가 다시 축하 무대로서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기존의 음악방송 앙코르 무대는 축제 분위기와도 같았다. 각종 1위 공약을 실천하는 자리로, 노래와 퍼포먼스보다는 팬 서비스 중심으로 무대를 꾸렸다.

그룹 마마무 휘인 1위 앙코르 무대/사진=KBS '뮤직뱅크' 캡처



과거 그룹 마마무가 독특한 앙코르 무대로 화제 된 바 있다. 2017년 7월 첫째 주 KBS '뮤직뱅크' 1위 앙코르 무대가 대표적이다. 이날 마마무는 '나로 말할 것 같으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축하 무대가 시작되면서 스태프들은 돌연 마마무에게 두 컵라면을 가져다줬다.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라면을 먹기 시작했고 애드리브로 '아주 맛있어'라고 가사를 개사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에 멤버들이 웃음이 터져 노래를 잇지 못하기도 했다. 라면 퍼포먼스를 마친 멤버들은 무대 아래 위치한 팬 석으로 내려와 콘서트를 하듯 호응을 유도했다.

이날 영상에 대해 대중은 인상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들은 "라면을 먹든 짜장면을 먹든 너무 멋지다", "먹으면서 웅얼웅얼 노래하는 거 귀엽다"며 열광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1위 앙코르 무대 /사진=KBS '뮤직뱅크' 캡처



2018년 8월 5주차 '뮤직뱅크' 방송의 방탄소년단 'IDOL' 1위 앙코르 무대도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다. 방탄소년단은 장구와 꽹과리, 상모를 챙겨와 안무 대형을 벗어나 뛰면서 풍물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노래하면서도 꽹과리로 머리를 치고 헤드뱅잉을 하며 상모를 돌리는 등 무대를 행복하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들 역시 무대 도중 팬 석으로 내려가 각종 호응 유도와 애드리브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당시 대중 역시 이들의 라이브 여부보다는 퍼포먼스의 즐거움에 집중했다. 상모를 돌리며 서로를 '바보'라고 부르는 멤버들이 귀엽다는 내용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MR 제거' 라이브 클립 편집본이 등장함에 따라, 아이돌의 가창 실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앙코르 무대의 축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든 추세다. 아티스트는 긴장 속에 무대를 선보이고, 대중은 이를 평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애써 아티스트가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시도하면 대중의 날카로운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노래하지 않으려고 부리는 수작'이라는 것.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아티스트들이 앙코르 무대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앙코르 무대가 실력 논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룹 르세라핌은 앙코르 무대를 계기로 실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금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룹 아일릿 역시 데뷔 직후 첫 앙코르 무대 라이브를 시작으로 실력이 부족하다며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룹 르세라핌 1위 앙코르 무대/사진=MCOUNTDOWN 영상 캡처



르세라핌이 지난 2월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선보인 'EASY'(이지) 1위 앙코르 무대를 보면 달라진 앙코르 무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자유롭게 춤을 추고 무대를 뛰어다니던 과거와는 달리, 멤버들은 최초 대형을 벗어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불렀다. 팬들에게 다가가 직접 소통하는 장면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르세라핌은 이후 3월에 동일한 곡의 1위 무대에 리코더를 가져와 연주해 화제가 됐는데, 일각에서 역시 비판이 나왔다. "앙코르로 무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보다 라이브로 노래하는 모습이 더 멋지다", "앙코르 회피"라는 등의 반응이다.

그룹 아일릿 1위 앙코르 무대/사진=MCOUNTDOWN 영상 캡처



최근 그룹 아일릿의 데뷔곡 'Magnetic'(마그네틱) 첫 1위 앙코르 무대에 대한 대중 반응도 '평가자'의 모습이었다. 아일릿의 무대에 대해 대중은 멤버마다 보컬에 대한 감상평을 남겼다. "윤아는 장기가 고음역이라 저음 파트에서 소리를 내는 게 살짝 아쉽다. 그래도 음정은 정확해 보인다"는 식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1위 앙코르 무대에서 만큼은 평가보다는 즐기고 축하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손을 떨 정도로 긴장한 채 노래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은 '1위 축하'라는 앙코르 무대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물론 실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아티스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축하를 위한 자리인 만큼 대중이 조금은 관대한 마음으로 앙코르 무대를 바라볼 필요도 있다. 아티스트와 팬 모두가 1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그 순간만큼은 평가를 내려놓아도 좋지 않을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Copyr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