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 잔의 웃음과 쓸쓸함…홍상수 영화 '여행자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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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언제 봐도 독특한 느낌이다.
홍 감독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홍 감독의 작품은 분위기나 톤이 조금씩 다른데, '여행자의 필요'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을 준다.
'여행자의 필요'에서 위페르는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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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언제 봐도 독특한 느낌이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웃기고 재밌다. 영화 속 대사나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한다.
홍 감독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 프랑스어 개인 교습으로 돈을 벌고,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프랑스 여성 이리스(이자벨 위페르 분)의 이야기다.
이리스가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방식은 특이하다.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학생이 무슨 말을 하면 "그때 느낌이 어땠어"라고 묻는다. 학생이 답하면 "그러니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땠냐"고 파고든다.
학생이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놨다 싶으면 이리스는 자그마한 카드를 꺼내 학생의 말을 프랑스어 문장으로 써주면서 "캄캄한 방에서 그 문장을 암기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 낯선 언어로 재창조하고, 이로써 그 사람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리스는 예술가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에게 이리스는 의구심을 일으키는 존재다.
"(이리스에게) 홀린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진짜 사실에 근거해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감싸는 사람도 있다. 어느 것이 이리스를 제대로 이해한 말인지는 알 수 없다.
홍 감독의 작품은 분위기나 톤이 조금씩 다른데, '여행자의 필요'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을 준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올 때 흐르는 피아노 연주도 그렇다.
젊은 시절 열심히 노력해 변호사도 되고 영화사 사장도 됐지만, 돌이켜 보면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건 놓쳐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하고만 중년 남성의 쓸쓸함 같은 게 이 영화엔 있다.
그런 분위기에 녹아든 관객이라면 마지막 장면이 지나가고 엔딩 음악이 흐를 때 선뜻 자리에서 일어서기 어려울 것 같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로 꼽히는 이자벨 위페르가 홍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건 '다른나라에서'(2012)와 '클레어의 카메라'(2017)에 이어 세 번째다.
'여행자의 필요'에서 위페르는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이리스를 맞이한 한국인 가정에서 그가 프랑스인인 걸 고려해 와인을 제안하는데, 대뜸 막걸리가 있냐고 묻는 이리스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배우 이혜영, 권해효, 조윤희, 하성국, 김승윤 등의 앙상블도 좋다.
'여행자의 필요'는 2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홍 감독은 '소설가의 영화'(2022)로 같은 상을 받은 바 있다.
24일 개봉. 90분. 12세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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