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땐 韓 태풍속…유가 100달러-금리 인하 불투명

김혜지 기자 2024. 4. 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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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태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 유가 상승이 촉발한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전반 물가를 밀어 올리고 이것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더욱 지연시킬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유가는 100달러를 넘고 금리 인하 시점은 안개 속에 갇힌다고 일각에서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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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90달러 위협…한은 2월 전망 당시 전제치 뛰어넘어
물가 상방위험↑…성장률 하향조정, 금리인하 지연 우려
1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국군의 날을 맞아 행진을 하는 가운데 드론이 보인다.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태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제 유가와 환율 급등으로 국내 경기 타격이 우려되는 데다 물가 안정 시점도 지연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21일 글로벌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19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는 보도 직후 국제 유가는 장 중 한때 3% 이상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3% 오른 배럴당 86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92.9원까지 올랐으나 반격에 따른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는 소식에 상승 폭을 줄이고 전날보다 소폭 오른 1380원대에서 마감했다.

시장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택할 수 있는 보복 옵션 중에서도 저~중강도 선택지를 골랐다고 평가했다. 당초 시장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평가했던 이란 내 핵 시설에 대한 직접 공격은 아니어서다.

다만 지역 내 긴장 고조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아직 확전을 촉발할 레드라인 바로 아래까지 도발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공격 이후 이란이 또 다른 공격을 감행한다면 확전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 팀장은 "당분간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한 단계 상승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면서 "국제 유가를 자극하고 시장의 위험 회피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중동 정세 불안은 크게 유가, 환율이라는 두 경로를 거쳐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선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경제 전망에서 국제유가를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상반기 82달러로 전제한 채 올 물가 상승률을 2.6%, 경상수지 흑자를 520억 달러로 예측했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월평균 2.3% 수준일 경우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문제는 이달 들어 브렌트유가 한은의 전제치 대비 배럴당 5~8달러 정도 높은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가 이처럼 부담스러운 수준을 지속할 경우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어 자연스레 최근의 장밋빛 수출이 국내 경기와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반감하게 된다.

또 유가 상승이 촉발한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전반 물가를 밀어 올리고 이것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더욱 지연시킬 수도 있다.

이달 12일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이전만 해도 시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7월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물가 하향 안정화 기조를 5월 이후 1~2개월 더 확인해야 한다는 이 총재의 신중론에 따라 8월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 시점이 연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유가와 환율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면 금리 인하의 전제 조건인 물가 상승률 2% 수렴 시점은 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특히 이번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유가는 100달러를 넘고 금리 인하 시점은 안개 속에 갇힌다고 일각에서는 지적한다.

앞서 씨티은행은 "이스라엘-이란 갈등으로 투기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에 나설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워싱턴D.C. 출장길에서 "유가가 평균 100달러 이상이면 상당 수준 물가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중동 사태가 전 세계를 위해 소강상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도 하반기 평균 유가는 한은이 직전 전망 당시 전제한 수치를 뛰어넘는 85달러 내외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최근 거론되는 이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100달러까지 갔을 때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수 있고 이 경우 국내 무역수지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한은의 금리 인하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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