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비정규직, 노조 필요 덜 느껴"…'미조직근로자' 지원 박차

고홍주 기자 2024. 4.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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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도구성' 인식, 소기업·비정규직이 3~5% 낮아
"노조 가입 제한적이고 활동 기대감 낮기 때문"
고용부, 미조직근로자지원과 상반기 출범 준비 중
근로기준법·노조법 벗어난 프리랜서 등 지원 중심
양대노총 "노조 가입·활동 보장하면 될 일" 비판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맞아 이동하는 모습. 2023.04.13.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30인 미만 소기업에 재직 중인 근로자일수록, 비정규직일수록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덜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1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발간된 노동정책연구 2024년 제1호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임금근로자 노조도구성 인식에 관한 연구' 논문이 실렸다.

노조도구성(union instrumentality) 인식은 근로자들이 판단하는 노조 효용성을 뜻한다. 예컨대 노조에 대한 비용과 편익을 따져보고 편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가입을 고려하는 도구적 동기로서 노조를 판단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65세 미만 임금근로자들의 노조도구성 인식은 ▲부당한 대우 보호 ▲고용안정 ▲임금인상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에 대기업·정규직과 노동 취약계층인 비정규직, 30인 미만 기업 근로자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노조 필요성을 3% 이상 덜 느끼고 있었고, 30인 미만 기업 근로자는 30인 이상보다 5% 가까이 낮았다.

이번 연구에서 청년(34세 이하)의 노조도구성 인식은 중장년(35세~54세 미만)과 비교할 때 큰 차이는 없었으나, '부당한 대우 보호' 측면에서 낮게 나타났다.

연구를 수행한 최은영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청년, 비정규직, 소규모기업 근로자와 같은 노동 취약계층의 노조도구성 인식이 낮은 이유는 노조 가입이 제한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불합리한 근로환경을 노조활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대감이 낮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특히 30인 미만 기업 근로자의 노조도구성 인식은 노조 조직률을 높이거나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 제고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현행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에서는 30명 이상 사업장에 노사협의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는데, 이를 확대해 30인 미만에도 법률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취약근로자의 이익 보호와 사업장 내 안정적인 노사관계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 선포식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3.20. xconfind@newsis.com


고용노동부는 올해 미조직근로자, 즉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노조 조합원 수는 272만2000명이며 노조 조직률은 13.1%였다. 조합원 수는 전년(293만3000명)과 비교할 때 21만1000명(7.1%) 줄었고, 노조 조직률도 14.2%에서 1.1%포인트(P) 감소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중심으로 해서 근로자냐 아니냐, 노조냐 아니냐를 가지고만 구분을 해왔는데 그 패러다임을 바꿔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플랫폼종사자 같은 경우 현행 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는데, 임금체불 등 각종 부당한 상황에서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할 수 있다.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고용노동청에 신고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또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근로자임에도 부당해고나 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 인식 하에 고용부는 11일자로 노동정책실 노동개혁국 산하에 미조직근로자지원TF를 신설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미조직근로자들의 권익 증진은 정부가 직접 챙겨야 한다"며 고용부에 이들을 지원하는 '미조직근로자지원과' 신설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자율기구였던 이중구조개선과의 존속기간이 10일자로 만료됨에 따라 우선 TF 형태로 출범했지만, 현재 고용부는 정식 직제개편을 위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과 신설을 협의 중이다. 올해 상반기 정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고용부가 미조직근로자 지원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또 다른 노정갈등 이슈로 번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고용부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에 근로자 지원 사업 등을 위한 국고 보조금을 지급해왔으나, 이례적으로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44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대신 올해 34억원 상당의 '취약 근로자 커뮤니티 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산하 기관인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직접 운영할 방침이다.

양대노총은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양대노총은 윤 대통령이 미조직근로자 지원과 신설을 지시하자 일제히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미조직 노동자 권익 증진에 반대할 노조는 없다"면서도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도 미온적인 정부가 이들의 권익을 증진시킨다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했다.

민주노총도 "미조직 노동자를 우려한다면 모든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고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 될 일"이라며 "노조를 무력화하면서 노조 바깥 노동자의 권리를 운운하는 것은 집을 부숴 놓고 '집 밖은 추우니 침낭 하나 던져주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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