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살 날이 10년?" 포기 안한 아버지…휠체어 밀며 이룬 기적

김성휘 기자 2024. 4.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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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채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팀 재국'이 마라토너에게 꿈의 대회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 국제마라톤을 달렸다.

'팀 재국'은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아들 배재국씨(28)와 그가 탄 휠체어를 밀며 달리는 아버지 배종훈씨(58)를 말한다.

팀 재국은 2022년 국내 한 대회에서 3시간30분38초를 달성해 자격을 얻었다.

이밖에 다양한 이들이 참가비를 후원하거나 마라톤용 맞춤 고글 렌즈를 쾌척하며 '팀 재국'의 도전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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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이영양증 배재국씨·아버지 배종훈씨, '보스턴마라톤' 풀코스 4시간대에 달려
제128회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한 배종훈·재국씨(앉은 이) 부자와, 동행한 재국씨의 여동생/사진=배종훈씨 제공

휠체어를 탄 채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팀 재국'이 마라토너에게 꿈의 대회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 국제마라톤을 달렸다. 결과는 풀코스 완주다. 이들의 대회 참가는 그 과정부터가 숱한 난코스로 가득한 험로였다. 그때마다 지인과 동료 마라토너들이 십시일반 도와 꿈을 이뤘다.

'팀 재국'은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아들 배재국씨(28)와 그가 탄 휠체어를 밀며 달리는 아버지 배종훈씨(58)를 말한다. 두 부자(父子)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제128회 보스턴마라톤에 출전, 42.195㎞를 달렸다. 기록은 4시간 52분.

평소보다 시간은 더 걸렸다. 50대 후반 나이라면 3시간35분 이내 풀코스 완주기록이 있어야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다. 팀 재국은 2022년 국내 한 대회에서 3시간30분38초를 달성해 자격을 얻었다.

대회 당일 날씨가 역대 보스턴마라톤 중 가장 더웠던 데다 이른바 '상심의 언덕'(Heart breaking hill) 등 어려운 구간이 적잖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아들의 휠체어를 밀며 달렸다. 이들은 출국과정부터 대회일까지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남겼다. 이 사진엔 뜻밖에 산타클로스나 경찰관도 등장한다.

배종훈씨는 "최대한 재국이 재밌게 해주려고 천천히 달리며 응원을 받게 해 줬다"며 "해마다 주로에 나와 응원한다는 산타와도 사진을 찍어주고, 경찰관들이 엄청 많았는데 사진을 부탁하니 재국이를 위해 바로 친절히 협조해 주더라"고 고마워했다.

제128회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한 배종훈·재국씨(앉은 이) 부자의 사진 촬영에 응한 현지 경찰/사진=배종훈씨 제공


대전에 거주하는 배종훈씨는 귀국 후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달리는 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면서도 "재국이는 비행기 타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꾸준히 몸을 주물러줘야 하는데 기내의 좁은 공간은 큰 제약이었다. 높은 고도에선 기압이 낮아 재국씨 호흡에도 지장이 있었다. 때문에 아찔한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왔지만 동행한 재국씨의 여동생까지 세 가족은 서로 의지하며 위기를 넘겼다.

재국씨는 9살 때 근이영양증(筋異營養症) 진단을 받았다. 전신 근육이 점차 경직되는 병이다. 병원에선 기껏 10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포기할 수 없었다. 배종훈씨는 재국씨에게 넓은 세상을 한 번이라도 더 보여주려 등산과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들을 업고 산을 오르고, 휠체어를 밀며 달렸다. 두 사람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만 40여차례다. 2015년 미국 뉴욕 국제마라톤에도 참가했다.

올해 보스턴 마라톤 참가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1959년생 달리기 동호회인 '59 황금 복도야지'는 지난해 관악산에서 마라톤 대회를 열고 모금을 통해 800만원이 넘는 마라톤용 휠체어를 마련했다. 이밖에 다양한 이들이 참가비를 후원하거나 마라톤용 맞춤 고글 렌즈를 쾌척하며 '팀 재국'의 도전을 도왔다.

재국씨는 기적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한양사이버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안구마우스를 쓰고 가족들이 책장을 넘겨주는 노력 끝에 4년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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