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마우스 움직임’으로 직원들 근태관리…필요할까, 인권 침해일까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4. 4. 2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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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꼭 10분 밖에서 카톡을 하고 오더라니깐요.”

소규모 카페 창업을 한 지 얼마 안 된 사장님이 말했습니다.

9시가 출근 시간인데, 8시 50분쯤 도착하는 날도 가게에 먼저 들어오기는 커녕 밖에서 카카오톡 등 개인적인 용무를 다 끝내고 정확히 9시가 돼서야 ‘출근 도장’을 찍는다는 아르바이트(알바)생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10분 먼저 와 일할 준비 좀 하면 어디가 덧나냐는 뉘앙스가 가득했죠.

그나마 지각은 하지 않은 알바생이니 다행이라고 위로를 건네자 뿔난 사장님 왈 “퇴근은 10분 전부터 준비하는 걸요. 이걸 치사하게 (알바생에게) 말해야 해요, 말아야 해요?”

사장님들 사이 알바생의 근태관리가 제일 어렵다던 한 설문조사 결과가 와 닿았습니다.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사장님 374명을 대상으로 매장운영 고충사항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2.8%가 가장 어려운 점으로 ‘알바생 근태관리’를 꼽았더랬죠.

동네 가게 뿐 아닙니다. 직원들의 근태관리는 규모가 크든 작든 많은 기업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최근 새로운 근태관리 시스템 도입 여부를 두고 주목을 받았던 기업이 있습니다. 방위산업업체 LIG넥스원입니다.

LIG넥스원은 ‘비업무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통해 직원들의 근태관리를 하려고 했습니다.

20분 이상 직원들이 이용하는 모니터의 마우스 움직임이 없으면 비업무 모니터링 시스템에 시간이 적립되는 게 이 시스템의 골자입니다. 적립된 비업무 시간 관련 기록은 주 1회 팀장에게 메일로 자동 발송이 되고요.

20분 이상 자리비움이 생긴 이유가 회의나 미팅 등 업무상 필요한 자리비움이었을 경우 소명을 하면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습니다만 직원들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분’ 단위 감시로 인한 인권침해다” “근무자의 60%가 연구개발 인력으로 회의나 외근 등이 많은데 전혀 고려가 안됐다” 등의 이유가 주를 이뤘습니다. 실제로 노무사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직원들의 개인정보침해 우려를 밝히기도 했고요.

다양한 근무형태가 도입됨에 따라 합리적인 근태 관리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직원들의 반발로 비업무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은 보류됐고, 회사는 이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마우스나 키보드 움직임 등을 통해 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는 것이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대형 게임·IT업체 등에서는 이미 직원들의 근태를 분 단위로 관리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일정 시간 키보드나 마우스가 멈춰 있으면 근로 시간에서 제외하는 식이었습니다.

당시에도 분 단위로 직원들을 감시한다는 비판이 빗발치자 제도 도입 자체를 무산하거나 현재는 다른 형태로 바꿔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예컨대 마우스가 일정 시간 움직이지 않더라도 비업무로 바로 전환하지 않고 모니터링 시스템 상 기록으로 남게 하되, 윗선에서 이 기록을 함부로 열람하거나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않도록 원칙을 정해놓았습니다.

회사 건물의 정문 출입구부터 흡연구역, 사내병원, 헬스장 등에 태깅(Tagging)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기도 합니다. 공간을 단위로 근태 관리를 하는 것인데, 이 때 일정 시간 비업무 공간에 체류를 하면 비업무 시간으로 간주를 하는 것입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근무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뿐 아니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간주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등 유연한 근태 제도 도입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다양한 근무 형태가 도입될수록 기업 입장에선 근로 시간을 정확히 집계하는 등 근태관리가 더 중요해진 것은 물론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주요 기업 근로자 업무몰입도 현황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공기업 제외) 및 경총 주요 회원사 인사담당자들이 자사 근로자(사무직)의 업무몰입도를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82.7점으로 나타났습니다.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약 17%에 해당하는 1시간 20분 가량을 흡연이나 인터넷서핑, 사적 외출 등 개인적인 일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사 담당자의 93.9%는 근로자의 업무 몰입도가 더 향상될 여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근태 관리가 부각되는 이유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 중에선 처음으로 국내 기업을 위한 근태관리 솔루션을 선보인 딜로이트 컨설팅 측은 이와 관련 “부정확한 근로시간 집계는 급여 계산시 오류를 범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며 “회사의 임직원 근태 기록은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단체 협약 등을 준수하도록 해 노동 분쟁시 보호막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정확하게 근태 관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정작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구성원들 간 신뢰를 깰 뿐 아니라 조직의 성장에 결코 득이 될 게 없습니다.

특히나 요즘 젊은 세대에게 다양한 근무 형태는 직장 선택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유연한 근무제도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인데요.

유연한 근무제도에 대한 높은 관심 만큼 구성원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통해, 좀 더 촘촘하고 효율적으로 근태 관리를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모두 다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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