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30) 인터넷 주소 넣으면 ‘숏폼’ 제작해주는 파이온… 정범진 대표 “5만개 브랜드가 월 10만개 광고물 제작”

안상희 기자 2024. 4.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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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신세계, 롯데쇼핑, 현대홈쇼핑 등이 고객사
카울리 상장시킨 두 주역이 대표… 2019년 창업 후 누적 투자 유치 150억
올해 해외 시장 개척… 美 실리콘밸리에 법인 설립
정범진 파이온코퍼레이션 공동대표./파이온코퍼레이션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는 판매 상품을 소개하는 각종 이미지·영상이 등장한다. G마켓은 이를 매월 2만개씩 외주 제작해왔지만,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고민이었다. G마켓은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3′에 참가한 파이온코퍼레이션의 ‘브이캣’이라는 서비스를 알게 됐다. 브이캣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상품 정보가 담긴 인터넷 주소를 넣으면 다양한 사이즈의 광고 이미지와 15초 안팎의 영상을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다.

G마켓은 브이캣을 사용한 뒤 기존의 절반 수준 비용으로 한 달에 5만개의 제품 이미지·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기업마다 제품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 때 로고나 할인율을 강조하는 문구를 배치하는 법칙이 있는데, 브이캣 서비스를 짧은 시간에 이를 반영한다. G마켓은 올해 브이켓으로 제품 이미지·영상 100만개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범진 파이온코퍼레이션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5만개 브랜드가 브이캣으로 이미지와 영상을 포함해 월 10만개 이상의 마케팅 소재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1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15초 영상이 제작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대형 커머스 기업들이 브이켓을 찾고 있다.

과거 롯데쇼핑은 상품기획자(MD)의 요청을 받은 30명의 디자이너가 한 달에 3000~5000개 광고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브이캣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은 5명의 디자이너가 기획만 담당하고, MD들이 필요한 이미지·영상을 직접 제작한다.

파이온코퍼레이션은 2019년 창업했지만, 네이버, 신세계, 롯데, 현대홈쇼핑 등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회사들을 모두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난해 매출은 22억원 수준이며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약 150억원에 달한다. 2021년 5월 본엔젤스 등으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지난해 4월 리미어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KT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한 시리즈A 투자에서 105억원을 확보했다.

◇ 생성형 AI 기술로 광고 시장 자동화

브이캣 서비스의 핵심은 생성형 AI다. AI가 상품 정보가 담긴 인터넷 페이지의 이미지, 문구를 추출해 광고로 활용할 만한 요소를 뽑아낸다. 문구를 오픈AI ‘챗GPT’에 보내면, 챗GPT가 해당 제품이 어떤 컨셉트이고, 어떻게 팔면 좋을 지를 제안해준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 이미지를 선별해 광고 문구를 작성해준다. 여기에 음악과 디자인을 입히는 데까지 1분이 걸리지 않는다. 결과물에서 손쉽게 영상·이미지를 바꿀 수 있으며, 지정된 시간에 맞춰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 영상뿐 아니라 이미지도 크기별로 제작이 가능하다.

파이온코퍼레이션은 자동으로 이미지·영상을 제작해 SNS에 포스팅해주는 것을 넘어 올 상반기에는 광고까지 자동으로 집행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 대표는 “자동광고 집행 서비스를 테스트 중인데, 같은 광고비로 어느 채널이 가장 효과가 좋은 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테슬라가 자동차업계에 자율주행 혁신을 가져왔듯이 광고 시장에 자동화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시장에 이미지, 영상 자동화툴이 많지만, 이들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데에만 능하다”며 “브이캣은 판매할 물건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제작에서 광고운영까지 한번에 서비스해 시간 단축과 함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정범진 파이온코퍼레이션 공동대표./파이온코퍼레이션

◇ 카울린 상장시킨 연쇄창업가들의 재회

파이온코퍼레이션은 2019년 전찬석 대표가 창업한 후, 다음해 정범진 대표가 합류해 공동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는 솔루션 ‘카울리’를 지난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킨 연쇄창업가다. 카울리 시절에는 전 대표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정 대표가 사업대표를 맡았다.

정 대표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신세계백화점, KPMG, SK건설 등에서 근무했다. 그는 “모바일 시대 성장성을 보고 카울리에 합류한 데 이어 AI 회사를 이끌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전찬석 대표와 또다시 손을 잡은 이유는 “세상에서 제일 쉽고 빠르게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공감대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제대로 된 SaaS 기업을 만들어 ‘유니콘(기업가치 10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두 공동대표의 목표다.

◇ 해외 시장 공략 속도… 美 실리콘밸리에 법인 설립

파이온코퍼레이션은 국내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전체 매출의 20%를 해외에서 거두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설립했고, 일본 지사 설립 역시 검토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 외에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유통기업들이 마케팅 이미지·영상 때문에 인력을 늘려야 하는 고민을 갖고 있다”면서 “브이캣이 알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파이온코퍼레이션은 오는 2026~2027년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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