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하는의사들] “간편하고 정확한 AI 심전도 검사, 응급환자 ‘골든아워’ 지켜낼 것”

허지윤 기자 2024. 4.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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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창업한 스타트업 ‘알피’
의대 동기 조영진 순환기내과 교수와 뜻 모아 창업
딥러닝 AI소프트웨어 ‘ECG버디’ 상용화
“응급실서 느낀 어려움 해결하려 개발… AI로 진료 질 높여”
조영진 알피 연구소장 겸 최고의학책임자(분당서울대 순환기내과 교수)가 지난 15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 알피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중희 대표는 이날 응급실 근무로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다./성남=허지윤 기자

인간의 삶과 죽음은 심장에 달려있다. ‘심전도(ECG) 검사’는 자칫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심장질환을 포착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피부에 전극을 붙여 심장의 전기 신호를 받아 심장박동 리듬을 읽는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부정맥’,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 심장 근육이 죽는 ‘심근경색’도 이 검사를 거치면 미리 알 수 있다. 응급 상황에 놓인 환자도 심전도 검사를 먼저 한다. 하지만 심장질환 특성상 그래프에 증상이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있어 심각한 상황에 있는 환자를 놓치기도 한다.

최근 산업 분야에서 난제를 해결하는 딥러닝 인공지능(AI) 기술로 이런 한계의 해결에 나선 의사들이 있다. 지난 2021년 분당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창업한 의료AI 스타트업 ‘알피’가 그 주인공이다.

알피를 창업한 김중희 대표(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에서 이뤄지는 심전도 검사의 한계와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약 4년 전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조영진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김 대표의 서울대 의대 동기로 당시 연구개발(R&D) 자문 역할을 했다. 끈기있게 연구한 끝에 마침내 AI 기반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했다.

알피가 개발한 ‘ECG버디(ECG Buddy)’는 심전도를 분석해 심장 리듬을 분류하고 응급 상황이나 심장 기능 이상의 위험 수준을 경고하는 의료용 AI소프트웨어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의료기기로 인허가를 받았다.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만난 조영진 알피 연구소장·최고의학책임자(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전도 검사는 영상진단기기처럼 직관적이지 않아 전문가인 현장의 의사들도 판독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의사로서 느낀 불편을 해소하고 직접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ECG검사 결과를 딥러닝 기술로 학습시킨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ECG버디 앱 화면. /알피

‘ECG버디’는 심전도 검사 결과지를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PC에서 화면을 캡쳐한 이미지를 앱(응용 프로그램)에서 올리면 AI 알고리즘이 환자의 중증도, 심기능 평가, 전해질 이상 상태를 즉시 알려준다. 전자의무기록 서버와 연결해 심전도를 분석할 수도 있다. 전공의나 응급실, 의료장비가 부족한 지방 의료기관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게 알피 측 설명이다.

결과값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심근경색이 확실해 보인다. 순환기내과로 바로 연락하라’, ‘우심실 기능이 떨어져 있다. 우심실 경색일 수 있으니 혈관확장제 사용에 주의하라’ 같은 메시지로 의료진의 대처를 돕는다. 의사라면 누구나 ‘ECG버디’ 앱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조영진 알피 연구소장은 “시간과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는 심전도 검사도 하고, 초음파도 찍어보고, CT(컴퓨터단층촬영)도 찍어보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병원과 의료 현장, 비싼 장비가 부족해 원활히 쓸 수 없는 곳, 시간이 부족해 빨리 빨리 결정해야 하는 곳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응급 환자의 심전도를 AI가 빠르게 분석하고 변화와 예후를 정확하게 예측해 환자가 엉뚱한 검사를 하다가 중요한 치료 시기(골든 아워)를 놓치는 문제도 막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근경색의 경우 가슴 통증이 발생하고 2시간 이내에 치료받는 것이 가장 예후가 좋다.

조 소장은 “올해는 최대한 많은 의사들이 쓰게 하는 게 목표”라며 “향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으로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피 사명은 정확성(Accurate), 견고함(Robust), 실용성(Practical), 혁신성(Innovative)을 의미하는 영단어 앞글자에서 따왔다. 이 회사에 ‘카카오-신한 제1호 트나이트 투자조합’, ‘2022 HB 인바디 IBK 혁신솔루션 투자조합’, ‘미래에셋 바이오프론티어투자조합’, ‘지유과학기술 일자리창출투자조합’, ‘재단법인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이 투자 파트너로 참여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응급실 근무로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다. 프리(Pre)A 시리즈 투자 단계다. 다음은 조 소장과 일문일답.

- ‘알피’를 창업한 계기는.

“약 4년 전 심전도 검사(ECG)결과 분석과 판독의 어려움을 개선해보고자 AI기술을 접목한 연구를 진행했다. 끈기있게 연구한 끝에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하지만 이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실제 임상현장에 쓰려면 규제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회사도 만들게 됐다.”

-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심전도 검사의 어려움은 뭔가.

“심전도 검사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하지만 다른 영상진단 검사처럼 바로 뭔가가 딱 보이는 게 아니다. 다양한 리듬과 신호의 미묘한 차이를 잡아내고, 잘 판독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흉부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온 환자는 자신이 심근경색인지, 대동맥 박리인지, 어떤 것 때문인지 모른다. 부정맥인 줄 알고 봤던 환자가 심근경색일 수도 있고, 심근경색인 줄 알고 봤던 환자가 폐색전증일 수도 있다.

의사도 검사 결과를 판독하고 환자의 증상들을 살펴 주관식인 답을 찾아가야 하는데 심전도 검사와 질환 특성상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문제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의대생들도, 전문가들도 심전도 검사 판독을 어려워한다.”

심전도 검사 그래프. /알피

-병원에서 연간 심전도 검사를 얼마나 하나.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1년에 14만건가량의 심전도 검사가 이뤄진다.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심장질환 환자 수가 늘고 있고, 이런 배경으로 심전도 검사 건수도 증가세다.”

- ECG버디의 원리는.

“ECG버디는 심전도 분석을 통해 응급의료 영역의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리듬을 추출해 개발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앱이다. 서버에 있는 인공지능이 심전도 파형에서 리듬과 응급질환 관련 디지털 바이오마커들을 추출해 평가한다. 11개 주요 리듬을 구별하고 10개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출력한다. 리듬 분석은 동리듬(Sinus Rhythm)과 같은 정상 리듬과 다양한 부정맥을 진단하는 데 활용된다.

인공지능에 학습을 시키려면 인풋(입력) 데이터와 아웃풋(출력) 데이터가 필요하다. 인풋 데이터는 심전도이고 아웃풋 데이터는 환자에게 나타난 각종 상황이다. 인풋과 아웃풋 데이터를 모아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켰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ST상승심근경색, 심근손상, 폐부종, 심한 심낭삼출, 좌심실기능장애, 우심실기능장애, 폐동맥고혈압, 고칼륨혈증, 위중한 상태 등 응급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10개의 항목을 디지털 바이오마커로 구성해 응급상황 위험도를 학습했다.”

-ECG버디가 의사보다 진단 정확도가 높나.

“심근경색 진단 능력 비교 연구에서 ECG버디는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심전도 출력물로 ST상승심근경색(심전도 검사상 ST분절이 상승하는 경우) 판독 능력을 비교했는데 ECG버디가 더 정확했다. 고칼륨혈증을 진단하는 다른 비교 연구에서도 ECG버디가 응급의학과 전문의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했다.”

- 개발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

“방대한 자료를 학습·훈련하기 전 훈련 자료를 정제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굉장히 지루하고 긴 작업이다. 심전도 검사뿐 아니라 다른 검사 결과들과 환자 차트 등 여러가지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훈련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불필요한 서류가 없는(paperless·종이 미사용) 병원’으로 설립돼 디지털화·전산화가 잘 돼있고 자료가 체계적으로 관리돼 있다. 병원 규모도 커 양질의 자료도 많아 학습시키기에 적합한 형태라 개발이 좀 더 수월했다.”

-심전도를 이용한 AI 알고리즘 개발에 나선 다른 회사들이 있다. 알피 ‘ECG버디’의 차별점은 뭔가.

“ECG버디의 차별점은 크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심전도 이미지를 분석한다는 점이다. 심전도 검사를 통해 나오는 그래프는 수치값들이다. 심전도를 갖고 만든 다른 AI 대부분이 이 수치를 인풋데이터로 쓴다. 이런 방식의 설루션은 실제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심전도 검사 기계에 소프트웨어를 붙이거나 이런 기능을 넣은 심전도 기계를 새로 사야 한다.

반면 ECG버디는 심전도 이미지를 바로 찍어 분석할 수 있어 어떤 환경에서도 쉽게 쓸 수 있다. 또 다른 차별점은 단순한 결과값을 도출하는 게 아니라 10가지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리듬을 추출해 나온 심전도 분석 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의료진의 판단과 대처를 돕는다는 점이다.”

-ECG버디 외에도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가 있나.

“주요 개발 영역은 심전도, 흉부방사선에 기반한 심혈관계 응급·비응급 질환 진단 영역이다. 건강검진의 심혈관질환 평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EBC(흉부외과의를 위한 ECG버디)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흉부방사선 영상을 이용해 심장의 수축력 저하와 같은 기능적 이상을 예측하는 FXR(기능성흉부엑스레이) 소프트웨어도 개발 단계에 있다.”

-의료영역에 접목된 AI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거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인공적인 지능이란 개념의 AI보다는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강화한다는 의미의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란 표현을 더 좋아한다. 우리가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들은 사용자로서 필요한 니즈를 바탕으로 목표를 갖고 개발된 제품이다. ECG버디를 비롯한 AI 기기들이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의 환자 진료 능력을 강화하는 도구로서 사용될 것이다.”

☞부정맥이란

심장의 비정상적인 리듬을 의미한다. 심장의 전기 자극 형성이나 자극 전도에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한다. 맥박이 60회 미만인 경우 느린맥(서맥)이라고 하며, 100회 이상인 경우 빠른맥(빈맥)이라고 한다. 부정맥은 증상이있거나 급사 위험이 있으면 치료한다. 부정맥 우발 원인은 심장질환·폐질환, 자율신경계 이상, 약물·전해질 이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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