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사랑한 시각장애인 바리스타…"조금 더 나은 세상되길"
"제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에게 커피는 살아가는 원동력입니다."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이대R(리저브)점에서 만난 서용진(39, 쿤) 스타벅스 파트너. 스타벅스 한국 진출 1호점인 이곳에서 서 파트너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는 슈퍼바이저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13년 스타벅스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한 경증 시각 장애인이다. 11년차 직장인인 그는 지난해 5월부터는 스타벅스 사내 장애인 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20대 후반까지 서 파트너는 제대로 된 일을 찾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고, 20대 초반 장애 등급을 받았다.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는 아니지만, 시력이 남아있는 다른 쪽 눈에 의지해 살아가야 했다. 주로 가족들과 일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나 소규모 업체에서 가볍게 일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생활 태도도 위축돼 있었다.
하지만 커피를 만나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가 커피에 빠지게 된 건 학창 시절 경험했던 인스턴트커피 때문이다. 서 파트너는 "어머니가 맥심 커피를 좋아했는데 맛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씩 뺏어먹기도 하고 그랬다(웃음)"고 말했다. 사실 커피를 좋아했을 뿐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장애인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알게 됐고 취업에 성공하면서 차츰 변화가 생겼다.
서 파트너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고객들의 반응을 이해하면서도 울컥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서 파트너는 "최대한 웃으면서 대응하지만 처음에는 많이 속상했다"며 "매장 관리(CS)를 하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 파트너는 "그래도 대다수는 장애를 이해해 주시고, 간식을 챙겨주시는 고객까지 있다"며 옅은 미소를 띄었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꿈도 생겼다. 60살까지 일하면서 후배 장애인 파트너를 이끌어 주고 싶다는 소망이다. 한국에 장애인 파트너로만 꾸려진 스타벅스 매장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서 파트너가 사내 강사로 나선 이유기도 하다. 서 파트너는 "한 기업이나 개인이 하긴 어렵겠지만 장애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2007년 장애인 바리스타를 1명 채용한 이후 꾸준히 채용 인원을 늘려왔다. 지난해 기준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장애인 파트너는 모두 511명이며 이 중 430명은 중증, 81명은 경증이다. 장애인 파트너 중 49명이 점장, 부점장 등으로 일하고 있고, 10년이 넘은 장기 근속자는 36명이다. 중증 장애는 고용 인원 측정시 가중치를 두고 있어 스타벅스의 장애인 고용률은 4.3%로 법정 의무 고용률인 3.1%를 1.2% 포인트 웃돌고 있다.
장애인 파트너 전담 인사담당자를 두고 있으며 장애인 파트너와의 소통을 위해 매장에서 주로 쓰이는 수어를 만들기도 했다. 또 장애인 파트너들과 정기 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을 듣는다. 장애인의 날(20일)을 나흘 앞둔 지난 16일에도 스타벅스는 사내 대표 커뮤니케이션 제도인 '스타벅스 디스커버리'에 장애인 파트너 20여 명을 초청했다.
손정현 대표를 만난 장애인 파트너들은 근무 환경 개선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손 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스타벅스는 장애인 파트너가 편안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장애인 파트너가 근무하고 있음을 알리는 탈부착 가능 안내문을 매장에 부착할 예정이다.
손 대표는 "장애인 파트너가 근무하기 좋은 환경은 물론 고객 역시 이용하기 편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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